최민호 세종시장 공약 ‘용역’, 뒤늦게 집행된 이유는…
최민호 세종시장 공약 ‘용역’, 뒤늦게 집행된 이유는…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3.05.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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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차 추경안 편성·시의회 통과… 10억원 넘게 명시이월 후 금년 집행
이현정 의원 “본예산 권유… 주민 안전 민원 제기됐지만 예산 없어 못써”
“전문가 접촉 후 과업지시서 작성 - 6개월 이상 용역 지침 등의 준수 탓”
세종시청 본청 현관. 각 실국본부 및 과의 안내도가 있다.
세종시청 본청 현관. 10개 실국본부 및 과의 안내도가 있다.

지난해 7월 1일 취임한 최민호 세종시장의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등 주요 선거 공약 실천을 위한 연구용역비 예산이 해를 넘겨 올해 들어서야 집행에 들어간 항목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0월 세종시의회에서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될 때 확보해 놓고도, 실제 집행은 해를 넘겨버린 것으로, 줄잡아 10억원이 넘는 예산액이 골목길 가로등 설치·농촌 빈집 철거 등 시민 안전과 생활에 긴요한 부문에 쓰이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시의회 야당 의원들은 지적하고 있다.

세종시는 과업지시서 작성-계약 체결 등까지 사전에 정밀하게 거쳐야 할 절차가 많아 그런 것이라며, 작년 2차 추경안이 아닌 올해 본예산에 편성했더라면 금년 중반기에나 계약이 시작되는 등의 지연 효과가 야기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억40만원의 예산이 세워진 광역교통망 구축사업 중 2억6040만원이 올해로 명시이월 됐다. 1억8000만원이 세워진 세종시 KTX 타당성 검토용역도 전액 명시이월 됐고, 첫마을IC(나들목) 경제성 분석 용역 8040만원도 전액 올해로 명시이월 됐다.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용역비 1억5000만원도 올해로 전액 명시이월 됐고, 역시 최민호 시장 선거 공약인 한글문화 단지를 위한 연구용역비 2억원 전액 역시 올해로 명시이월 됐다. 한글문화 기반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비 3억1620만원 중 2856만9580원이 명시이월 됐다.

이들 연구용역 3건은 지난 3~5월 본계약을 체결하고 본격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명시이월은 ‘1년 동안 지출 원인행위를 하지 못하고 예산 전액을 다음해로 넘기’는 것이고, 사고이월은 ‘예산의 일부는 집행하고, 일부는 부득이하게 다음해로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의회 산업건설위원회 및 행정복지위원회 소관 결산 심사에서 다수 항목이 명시이월 또는 사고이월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현정 세종시의회 의원은 “작년 가을 2차 추경안 심사 때 ‘그리 시급해 보이지 않으니 (2023년)본예산으로 가자’고 수차례 설득했었다”면서 “집행부 공무원들은 ‘(추경안에)꼭 올려야 한다’고 고집했고, 야당 의원이 임기를 새로 시작한 시장의 (공약)발목 잡는 모양새로 비쳐질까 봐, 긴 논의 끝에 가결을 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차 추경에 편성해 준 예산은 올해 들어서야 집행이 되기 시작했고, 그 사이 주로 읍·면지역 등에서 골목길 가로등 및 CCTV 설치, 빈집 철거 등이 시급하다는 민원이 들어왔다. 이월될 예산을 이런 쪽에 썼으면 시민들에게 더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세종시 관계자의 말은 다소 다르다. 야당 의원들의 지적대로 올해 본예산 안에 편성해 공약 등의 사업을 시작하면 용역사와의 계약 체결은 빨라야 6월 이후 올해 중반기에나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역 발주 전 공고는 최소 15일 이상 해야 하는 규정부터 지켜야 하는데다, 예산이 세워지지 않으면 사전 과정으로 필수적인 시 회계과 및 감사위원회와의 사전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또 용역 발주 전 필수적인 과업지시서 작성을 위해, 관계 전문가 및 학계 인사들을 다양하게 접촉한 뒤 전문적인 의견을 듣고 관련 법률 검토를 하는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과업지시서 작성도 지난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전문적이고 디테일한 것까지 깊이 검토해 반영하지 않으면, 나중에 용역사와 법적 분쟁에 시달릴 수 있다. 가볍게 볼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계약액 1억원 이상인 용역은 용역 기간이 6개월 이상이어야 한다는 시 회계과 지침이 있다. 작년 말 본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올해 상반기 내내 용역 수행 기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빛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용역, 한글문화 단지를 위한 연구용역, 한글문화 기반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 3건은 일반경쟁입찰에서 올해 초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바뀌어 추진됐다.

시 관계자는 “제한경쟁입찰 방식은 정성적 부분을 보완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 바꾼 것”이라며 “일반경쟁입찰이라면 용역사에게 이런 주문을 할 수 없다. 실무책임자의 선택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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