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만난 따뜻하고 인간적이었던 한 교장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 1항을 살펴보면 교장의 역할이 명시되어있다.

『교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직원을 지도ㆍ 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교장의 역할은 다소 간소하고 추상적이다. 나는 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가치관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균형점을 잡아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치관이 충돌하는 상황이란 교사들 사이에 업무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으며, 학부모의 민원과 같이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발생할 수도 있다. 가치관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학교의 최종 결정권자인 교장은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애당초 모두가 만족할 만한 균형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심사숙고한 판단을 내린다고 하여도 가치관이 다른 누군가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기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모두에게 좋은 관리자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며 그 무게를 알기에 난 관리자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만난 그도 모두가 만족할 만한 균형점을 찾지 못하였다. 다만 그는 가치관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권위에 의존하기보다는 이해를 구하였고 문제 상황에서 회피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부딪혔다.

학생을 위해서라는 말도 좋아했지만, 그보다 교사와 학생의 동행을 더 좋아하였으며 교직원의 행정적 업무를 덜어주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학생자치부장을 맡아 그를 독대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

"부장님, 학생회 사업 추진하는 데 있어 민원 같은 건 걱정하지 말고 하세요.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부장님, 학교폭력 사안과 관련해서 어려우시면 학부모님 교장실에서 같이 모시고 오세요. 같이 만나서 이야기해 봅시다.”

"부장님, 너무 고생했어, 고마워“

교장실은 항상 열려있었고 어려움이 있을 때 그는 우리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덕분에 난 학생자치부장을 하면서 내가 꿈꾸던 학교를 그릴 수 있었다.

개교한 지 3년여밖에 안 된 학교에서 3주체 협약을 끌어내고 다양한 학생회 사업을 통해 민주적이고 활기찬 학교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다. 학생회가 주관 마지막 행사인 축제의 사회자 대본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회장에게 다음과 같은 멘트를 넣는 게 어떨까? 하고 제안했었다.

"학생회 사업을 추진하는 데 저를 믿고 함께해 준 바른생활부, 행사활동부 그리고 학생회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일하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사실 이 멘트는 내가 교장 선생님, 학생자치부 선생님, 학생회에 꼭 하고 싶은 말이었다. 역시 그도 그답게 회답을 잊지 않았다. 그는 계획에 없었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올해의 학생회 활동과 축제는 제 교직 경험에서 최고의 순간들이었습니다. 활기찬 학교를 만들기 위해 정말 애써줘서 고맙습니다.”

그와 함께한 3년 6개월, 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8시에 교문에서 학생들을 맞이하였고 하굣길에는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배웅하였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이 가장 붐비는 급식실에서 학생들과 함께하였는데 이를 통해 담임교사가 점심시간에 학급에 가서 학생들을 살피는 것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행정적 업무보다는 수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조하였는데 이를 통해 교육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통해 리더의 자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리더는 인자해야 하지만 때론 단호한 결의가 필요함을 알 수 있었으며 단호한 결의에는 논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강한 신념으로 철학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중요한 일임을 알 수 있었다. 작가 허지웅은 그의 저서 '나의 친애하는 적'에서 좋은 어른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이란 자기보다 어리고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양보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겉으로 냉정하되 속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그에 기반해서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젊은이의 신념을 위해 내 신념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사회에서 만난 몇 안 되는 좋은 어른이었다. 그리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대함에 있어 말보다는 행동으로 동행한 우리의 교장 선생님이셨다.

그가 퇴임한 날 교감 선생님은 대표로 고별사를 전하면서 눈물을 계속 흘리셨다. 그 눈물에 의미를 알 수 있었기에 우리는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난 마지막 악수를 하며 헤어졌다. 그가 부임한 첫해 전교생이 36명이던 신설 학교에서 그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곳 반곡중학교에서 선생님들과 정말 즐겁게 생활하고 싶습니다.”

때론 불평도 했던 것 같지만 덕분에 세종시 처음 학교 반곡중학교에서 일하는 내내 행복했던 것 같다. 알고 있다. 그와 같은 교장 선생님을 다시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기에 종종 그리울 것 같다

김강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