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씨 나눔잔치, 3년만에 부활했다
붓글씨 나눔잔치, 3년만에 부활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3.04.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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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소리' 후원, 경원사 효림스님 작품으로 나눔 실천
30일 세종시민회관 1층 대강당에서 시낭송과 함께 진행
경원사 효림스님의 '붓글씨 나눔잔치'가 3년만에 부활, 세종시민들과 함께 하는 불심이 담긴 재능 기부시간을 가졌다. 

경원사 효림스님의 붓글씨 나눔잔치가 3년만에 부활했다.

부처님 오신날을 28일 앞둔 30일 오후 2시 세종시민회관 1층 대강당에서 코로나로 인해 끊어졌던 나눔의 현장을 다시 이어갔다.

일곱 번째이지만 코로나19 이전에 2층 소전시실에서 하던 행사를 큰 공간으로 이동시켰다. 올해를 시작으로 이제부터는 이곳에서 매년 재능 나눔의 잔치를 열 예정이다.

다섯 번의 행사가 글씨 중심이었던 것과는 달리, 여섯 번째에 이어 이번에도 글씨와 그림을 동시에 한 화선지에다 쓰고 그렸다.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바로 ‘선화’(禪畵)다. 그림은 글씨와 어울리면서 한층 더 전시장 분위기는 물론 나눔 잔치의 품격을 높혀주었다.

‘세종의 소리’와 ‘전의를 디자인하는 사람들’ 그리고 ‘경원사 신도회’ 등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불자 및 ‘시에문학회’ 회원 10여명을 비롯한 시민 150여명이 참석해 웃음이 넘쳐나는 시간을 가졌다.

붓글씨 나눔잔치가 늘 그러했듯이 효림스님의 격식없이 살아가는 습관이 담겨있는 행사로 진행됐다. 딱딱한 행사 진행에 따르는 것보다는 웃음과 해학이 넘치는 자리가 됐다.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말과 인사를 하는 효림스님. 내년에는 더 좋은 행사로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효림스님이 코로나19가 끝난 후 틈틈이 준비한 작품이 병풍처럼 무대를 둘러싸면서 누가 보더라도 이곳이 붓글씨 나눔의 행사장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작품을 나눠준다고는 했지만 ‘선착순’이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먼저와서 먼저 찜’하면 작품을 가져가는 ‘선착순’ 법칙이 올해도 적용됐다.

효림스님이 불심을 키우고 있는 경원사를 대표한 만오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매우 단순하고 소박하게 시작했었던 이 행사가 없어지지 않고 다시하게되어 무엇보다 기쁘다”며 “행사의 의미를 굳이 이야기 하자면 우리는 모두 볼 때마다 좋은 사람이 되자는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죽비 소리가 국민의례를 대신하면서 시작을 알려, 이 행사가 절에서 하는 것임을 느끼게 했다. 여느 행사와는 확연하게 차별화됐다. 만오스님의 인사에 이어 세종에서 꽃일다선방을 운영하는 이상종박사의 덕담, 그리고 최교진 세종교육감의 인사말 등이 장내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전의를 디자인하는 사람’ 대표 윤은실씨의 1부 사회는 부드러웠고 막힘이 없어 붓글씨 나눔의 의미를 더해주었다. 2부는 시에문학회원들의 시낭송 시간이었다.

이 모임 권용욱 시인의 사회로 시작을 알린 시낭송은 경상도 버전으로 된 권시인의 ‘또 와그라노’는 해학과 함께 사투리가 주는 지역성을 느끼게 했다.

'볼때마다 좋은 사람'상을 시상하는 효림스님과 수상자인 만성스님(사진 오른쪽).

김나연의 ‘경비실 뒤쪽’, 김옥경의 ‘벼꽃’, 김홍숙의 ‘직립의 벽을 헤엄치다’, 성희의 ‘꽃들의 난’, 양효숙의 ‘할매’에 이은 진영대의 ‘당신을 열어보았다’는 어머니 산소를 이장하는 과정에 느낀 감정을 글로 표현, 가슴을 아련하게 만들기도 했다.

3부는 효림스님이 마이크를 잡으면서 음악과 해학, 때로는 촌철살인의 번득이는 지혜가 돋보이는 시간이 됐다.

스님은 가수 자권에게 노래를 청하면서 인권의 소중함과 아름다운 사회에서 살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우리가 누려야 하는 자유 등에 대해 귀에 쏙쏙 들어오게 요약 정리, 공감을 자아냈다.

효림스님은 “올해에는 지금까지 해 온 나눔잔치 중 가장 적은 분들이 참석했다”고 아쉬워하면서 “내년에는 더 알찬행사가 되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3부 시작과 함께 ‘볼 때마다 좋은 사람’ 상 수상자로 만성스님(경기도 원당 자림사 주지)이 선정된 과정도 재치있게 설명했다.

그동안 스님이 아닌 일반시민들에게만 주었는데 그렇게 되다보니 스님중에는 볼때마다 좋은 사람이 없는게 아니냐고 해석할 수도 있어 이번에는 만성스님을 뽑았다고 말해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가수 자권은 효림스님이 노랫말을 짓고 자신이 곡을 붙인 노래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가수 자권은 효림스님의 노랫말을 짓고 자신이 곡을 붙힌 ‘꿈을 꾸는 사람들’, ‘연두색 잎들은’, ‘개망초’ 등을 동문수학하는 기타리스트의 반주에 맞춰 낭낭한 목소리로 좌중을 채웠다.

약 2시간동안 열린 붓글씨 나눔잔치는 참석인원은 적었을지 몰라도 열기는 예전보다 훨씬 높았다. 3부까지 행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자신이 찜한 작품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등 오늘 하루를 자신의 역사 속에 담아갔다.

한편, 경원사 주지 효림스님은 1968년 출가해 전국 선원에서 운수납자로 수행했다. 불교신문사 사장,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의장,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역임하고 ‘한 그루의 나무올시다’ 등으로 계간 <유심>지 복간호 신인상과 전태일문학상 특별상 수상을 수상했다.

시집 <흔들리는 나무>, <꽃향기에 취해>, <그늘도 꽃그늘> <맨발로 오신 부처님>과 산문집 <그 산에 스님이 있었네>, <그 곳에 스님이 있었네>, <만해 한용운의 풀뿌리 이야기>, <49재란 무엇인가>, <기도 잘하는 법> 등을 발간했다.

경원사를 대표한 만오스님이 "단순하고 소박하게 시작한 행사가 끊어지지 않고 다시하게 되어 기쁘다"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시낭송이 더해져 한층 풍성한 느낌을 주었다. 
효림스님의 작품들. 'First Come, First Service', 즉 '선착순'으로 작품을 가져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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