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좋아하는 학교, 그게 좋은 학교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교, 그게 좋은 학교입니다"
  • 세종의소리
  • 승인 2023.03.2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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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석 교장의 해밀초이야기] 서로 기다리는 학교
첫주 보내며 학부모 설문… 공간·교사 만족도 높아
해밀초등학교에서 학부모 초청 공개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해밀초등학교에서 학부모 초청 공개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주말, 주로 일요일 오후에 나와 지난 일주일을 정리하기도 하고 다음 일주일을 생각합니다. 지금 이 글도 일요일 오후에 씁니다.

그러다 보면 주말에 학교를 나오는 선생님들을 만납니다. 마찬가지로 다음 일주일을 준비하기 위함일 겁니다. 이번 주는 개학 후 처음 온전한 일주일을 보낸 ‘첫 만남’이 기준이 되어 다음 주를 계획할 것입니다.

저도 나름대로 준비를 합니다. 지난주, 학교 설문을 했습니다. 학교 생활에 익숙한 부모님도 있지만 새로 입학한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 의견도 듣고 인사를 드리는 자리입니다.

학교에서 가끔 하는 방식인데 일명 ‘좋아바’라고 우리 학교에 대한 좋은 점, 아쉬운 점, 해결 방법을 묻는 문항으로 구성했고, 기타 설문으로 우리 학교를 찾아 이사까지 온 가정이 있다고 하여 ‘학교를 찾아 이사 온 이유’에 대한 설문도 넣었습니다.

좋은 점 중에서 단연 높게 나오는 설문은 ‘선생님’입니다. 열정적이고, 아이를 존중하고, 열려 있고, 소통하고, 친절한 선생님에 대해 좋은 점으로 꼽았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선생님이 펼치는 다양한 많은 교육활동에 대한 신뢰가 높습니다. 그것을 ‘선진적인’, ‘좋은’ 문화를 만든다는 답변입니다.

다음은 공간입니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하는 공간, 학교 내 공간이 창의적으로 조성되어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급식, 매점 등에 대한 특별함을 말씀해주시기도 합니다.

소수 의견이었지만 사각지대를 메워줘서 고맙다라는 답변에 눈길이 갔습니다.

아침에 일찍 오는 아이를 위해 ‘이른 아침 도서관 개방’,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급할 때 보낼 수 있는 ‘엄마품 돌봄’ 등이었습니다.

함께 생활하다 보면 아주 멋진 프로그램이 눈에 띕니다. 또 그 주목받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람이 마치 주인공처럼 비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교가 신뢰를 쌓는 것은 돌 하나 하나 쌓아 탑을 만드는 것처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것입니다.

그때 생기는 빈틈을 메우는 일은 아무나 하지 못합니다. 빈틈이 잘 드러나지도 않을뿐더러 빈틈을 발견해도 메우기도 힘듭니다.

시쳇말로 가성비가 떨어집니다. 가성비(?) 떨어지는 일을 기꺼이 찾아 메우는 분들에게 고마움을, 또 그 메움을 ‘좋은 점’으로 찾아내는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쉬운 점으로 ‘방과후 인기 강좌 신청 어려음’, ‘교실 부족’ 등이 있었습니다.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과밀로 인한 불편함이 많았습니다.

이 외에도 소수 의견으로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빈틈이라 생각하고 메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입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가정 통신문 소통 창구로 ‘엄마’만 되어 있는데 아빠도 같이 초대하는 게 필요하고 다양한 가족 형태가 있으니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이었습니다.

늘 경계하는 부분입니다.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이나 아무런 의문 없이 했던 말이나 행동을 다시 돌아보고 고쳐야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해밀초등학교에서 학교 음악동아리 학생들이 공연하는 깜짝 음악회가 열렸다.
해밀초등학교에서 학교 음악동아리 학생들이 공연하는 깜짝 음악회가 열렸다.

마지막 기타 설문으로 ‘학교를 찾아 전학을 왔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약 30여명이 답변해주셨고, 그중에 20여 명은 ‘학교가 좋아서(좋다고 하여)’ 이사를 왔고, 서너 가정은 인근 지역 아파트 입주 전에 머무르기 위해 전입한 경우, 또 서너 가정은 관련 없는 답변(분양되어, 해당없음 등)이었습니다.

‘결국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교가 좋은 학교구나.’

어쩌면 당연하지만 설문을 정리하다 든 생각입니다. 동시에 머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습니다.

“선생님, 한 학기를 지내보니 어떠신가요? 밖에서 보는 학교와 안에서 근무하는 학교가 다르지요. 저도 그랬어요. 학교에서도 신경을 써야 하는 여러 역할이 있을 거예요. 우리 선생님은 OO한 선생님이라는 아이들의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첫 발령을 받고 한 학기를 보낸 선생님과 주고받은 대화입니다.

선생님은 그런 마음으로 내일 올 아이를 기다릴 것입니다. 선생님이 아이를 기다리고, 아이가 선생님을 기다리는 학교를 생각합니다.

해밀초 1학년 학생들이 체육관에서 체육수업일 하고 있다.
해밀초 1학년 학생들이 체육관에서 체육수업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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