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환경관리원 “중태 빠진 동료, 설날엔 깨어났으면…”
세종시 환경관리원 “중태 빠진 동료, 설날엔 깨어났으면…”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3.01.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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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낙상 사고로 한달 넘게 의식 회복 못하는 동료 도우려 단체헌혈
최민호 세종시장도 19일 동참해 도우려다 “헌혈 대상자 아냐” 통보 받아
조치원읍·세종시 사회복지협의회, 모금·헌혈증 기증 등 도움행렬에 동참
최민호 세종시장(왼쪽)이 19일 고운동 환경관리원 휴게시설 앞에 세워진 헌혈 버스 안에서 동료를 돕기 위해 헌혈하는 환경관리원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세종시)

19일 오전 세종시 고운동에 있는 환경관리원 휴게시설에 대한적십자사 소속 헌혈 버스 1대가 들어섰다. 

환경관리원 외에 일반 시민들을 보기 어려운 이 곳에 헌혈 버스가 오는 것은 드문 일. 당연히 보는 사람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이날 이 곳에 헌혈 버스가 온 것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환경관리원을 돕기 위해 동료들이 자발적으로 단체헌혈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

세종시 조치원읍 소속인 환경관리원 A씨(54)는 지난해 12월 14일 새벽 조치원읍 행정복지센터로 출근하다 미끄러지면서 쓰러진 뒤 지금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를 안타까워 한 동료 환경관리원들이 A씨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단체헌혈을 하자고 한 것. 이날 고운동 휴게시설에 나왔던 환경관리원 40여 명 중 35명이 헌혈을 마쳤다.

단체헌혈로 받은 헌혈증서를 기부할 계획으로, 지난해 말 환경관리원 퇴직 행사 비용을 치료비에 보태기도 했다는 것.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조치원읍도 자체모금을 통해 160만 원을 전달했고, 세종시 사회복지협의회도 헌혈증 42매를 기부했다.

19일 단체헌혈 보고를 받은 최민호 세종시장은 A씨를 돕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에 이날 함께 헌혈을 하기 위해 고운동 환경관리원 휴게시설을 찾아갔다.

채혈을 담당하는 의료진은 최민호 시장에게 “특정 질병이 나돌던 시기 영국에 체류한 적 있나”라고 물었고, 최민호 시장이 “그렇다”라고 대답하자, 의료진은 “그렇다면 헌혈할 수 없다. 헌혈 대상자가 아니다”라고 통보했다는 것.

건강한 상태인 최민호 시장은 “앞으로도 내가 헌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 다소 놀랐다”고 말했다. 대신 최 시장은 헌혈 버스 주변에 모인 환경관리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최 시장은 현장의 어려움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연휴기간 근무하는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최민호 시장은 이들에게 “동료를 위해 힘을 모으는 환경관리원의 모습은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환경관리원들의 노력 덕택에 주민들이 불편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혈을 한 한 환경관리원은 “추운 날씨에 아침 일찍 나와 일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지만, 틈을 내서 헌혈을 하고 있다”며 “작은 손길이 동료 환경관리원에게 전달돼 하루 빨리 그가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왼쪽)이 19일 세종시 고운동 환경관리원 휴게시설에 온 헌혈 버스 앞에서 환경관리원들이 호소하는 고충을 듣고 있다. (사진=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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