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없이 들어가는 게 극기훈련(?)
구명조끼없이 들어가는 게 극기훈련(?)
  • 심은석
  • 승인 2013.07.29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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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의 세상사는 이야기]지난 해 안전 문제 제기한 학생말만 들었어도...

심은석 충남경찰청 정보과장
지난 주말 많은 국민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태안 안면도에 위치한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고등학생들이 사망한 날, 온종일 비가 내렸다. 전날 140mm의 장대비가 내린 안면도 백사장에서 어린 아이들이 짝퉁 해병대 캠프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구명 조끼없이 바다 속에 들여보내졌다. 엊그제 장례가 있었고 고인들은 한줌의 재가 되어 부모님의 가슴속에 뿌려졌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는 ‘해병대 캠프가 위험하다’는 서울에 있는 한 고교생의 진정이 있었다고 한다. 학교 측 무마로 진정이 철회돼 조사가 중단 되었다는 언론보도다. 지난해 한 고교생이 자신이 참여했던 해병대 캠프가 욕설이 난무하고 사전 공지 없이 위험스럽게 극기 훈련이 진행돼 인명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진정을 인권위에 냈으나 학교 측의 철회로 흐지부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 진정내용에는 해당 고교의 전교생이 사설 해병대 캠프에 입소해 사흘간 목봉체조, PT(유격)체조 등 군인에 준하는 극기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학생들은 추운 봄 날씨에 물에 들어가고 무방비로 공터에서 체온 변화로 심장마비의 위험이 있었다고 한다.

어린 학생들이 물속에 들어가라는 명령에 구명조끼도 없이 그냥 들어가는 것이 극기 훈련이라고 포장하는 캠프 운영은 안전 불감증의 표본이었다. 돈벌이에 급급한 업자들은 사설 해병대 캠프라고 상호를 걸고 일당 10여만 원의 알바생을 고용해서 안전장치나 체계적인 프로그램 없이 아이들을 위험 속에 몰아넣는 것이 제대로 된 교육인가?

1999 년에도 시랜드 참사가 있었다. 544명이 묵고 있던 수련원에 '모기향 발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다. 교사와 함께 있던 마도초등학생은 42명 전원이 무사했다. 교사 2명의 목숨을 건 구조 덕분에 모두 구조되었지만 교사 한명은 마지막 아이를 구조하고 숨졌다.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301호 18명의 소망유치원생은 교사의 부재 속에 모두 숨졌다

보호를 받아야 할 유치원 아이들을 방에 남겨지고 교사들은 인근에서 음주 회식 중이었다. 씨랜드는 시공사·감리사와 해당 공무원의 비호 속에 안전시설을 미비한 채 어린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청소년수련원의 인, 허가를 받았다.사고에 책임있는 관련자 16명이 구속되고 유가족들에게 55억을 보상했다지만 고사리 같은 아이들은 잿더미가 되어 부모들의 가슴을 태웠다.

어른들의 돈벌이와 안전 불감증이 겹쳐 사고는 끊이질 않는다. 최근 극기훈련이라는 이름으로 해병대처럼 극한 상황을 체험하고 자기 몸을 위험에 노출 시키며 인간의 한계상황을 이겨내야 강해진다는 잘못된 생각도 버려야 한다.

주먹구구식 극기 훈련보다 바다나 산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과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안전교육은 어떨까? 일상생활에서 발생 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상황을 가정하고 그러한 상황을 설정한 다음 이를 극복하는 기술과 응급 대처 능력을 배우는 것은 어떨까?

물에 갑자기 입수했을 때의 대처 요령이나 다양한 화재현장에서의 대피요령, 지진이나 해일에서의 대피나 응급대처요령, 인공호흡법을 숙달 시키고 타인을 구조할 수 있는 기초훈련 등 다양한 교육 기법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안전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다양한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는 청소년 캠프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고발생하면 비판은 있어도 발전적인 대안을 부족, 다양한 삶의 가치 함양할 프로그램 절실

전국에 산재한 700 여개의 다양한 청소년 수련시설이 여름방학이 한창인 지금, 태안 사고의 여파로 예약했던 수련 단체의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전국에 산재한 40여개의 사설 해병대 캠프는 대부분 훈련 과정이 취소되고 문을 닫는 것으로 알려 졌다.

문제와 사고가 발생하면 비난과 비판에는 가혹하지만 문제를 고치고 발전적인 대안은 부족한 것 같다. 청소년들의 체력을 단련하고 건전한 인성함양과 동료애와 사회성을 기르는 야외 활동은 필요하다. 청소년들의 각종 캠프가 위험하다고 교실에서만 교육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청소년들에게 안전의 가치와 다양한 삶의 위험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한다. 범죄와 사고, 재난과 자연재해의 위험을 인식하고 대처 요령을 가르쳐 주는 교육은 필요하다. 교육 훈련과정이 위험하다고 실내에서만 나약하게 교육할 수는 없지 않는가?

사람의 가치를 배우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교육, 친구와 동료, 더불어 사는 이웃이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육은 필요하다. 생명체가 살아나는 농촌체험이나 팜 스테이, 갯벌에서의 환경체험, DMZ 견학 등 안보체험, 사찰에서의 명상 등 자라나는 세대들이 즐겁고 재미있어 하면서 안전하고 행복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충남경찰에서는 경찰서별로 다양한 경찰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찰교육원과 경찰대학에서도 범죄 예방관련 청소년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전이라는 가치, 위험과 범죄를 예방하는 능력, 그것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체화 되는 삶의 방편이 되도록 아이들을 교육해야 하지 않을까?<필자 심은석은 초대 세종경찰서장으로 재직한 후 충남경찰청 정보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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