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제, 세종시민 “왜 우리만 해야 하죠?”
일회용컵 보증제, 세종시민 “왜 우리만 해야 하죠?”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2.11.24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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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제주도만 12월 2일부터 시행, 일부만 규제 대상 형평성 논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및 개인카페 빠지고 일부 업체 캔시머 도입
참여업체 보증금 부담·업무과중·손님 민원 발생 “한다면 다같이 해야…”
세종시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앞에 내달 2일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세종시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앞에 내달 2일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안내문이 붙어 있다.

12월 2일부터 제주도와 세종시에서만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우선 시행하게 됨에 따라 대상 업체들의 걱정이 깊어졌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일회용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컵 사용 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반납시 돌려받는 제도로, 적용 대상은 가맹점 100개 이상인 카페·베이커리·패스트푸드 등 프랜차이즈 매장이다.

당초 환경부는 지난 6월부터 전국 3만 8,000여 개 매장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6개월 유예한 뒤 내달 2일부터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먼저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회용컵 보증금제’ 규제를 받는 세종시 프랜차이즈 커피숍 매장 주인 등 자영업자들은 “일회용 컵을 줄이겠다는 당초 정책 효과도 의문이고, 규제받는 업체만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되며 손님들도 혼란에 빠진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개인 카페, 무인 카페, 편의점 등도 빠진데다 디저트카페 등 업종에 따라 규제 대상 여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22일 세종시 프랜차이즈 커피숍 업주 등에 따르면 현재 세종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의무참여업소는 174개로 전체 매장의 8%에 불과하다.

보증금제가 도입되면 매장 내 무인회수기, 라벨부착기 등을 비치해야 한다. 비표준용기 회수처리 비용을 환급 기관인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 선입금하는 의무도 주어진다.

고객들에게 음료값에 컵 보증금 300원을 추가로 얹어 결제한 후 깨끗하게 씻어서 뚜껑과 빨대를 분리한 컵을 가져올 경우 300원을 반환해야 하지만, 세척하지 않고 가져오는 컵에 대해 보증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실제 상황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일주일에 3번씩 컵을 수거해 간다고 하나 매장 안에 컵을 보관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위생상 문제도 적지 않다.

경쟁이 심한 카페업의 경우 손님들은 이런 부담까지 지면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의무참여업소에서 음료를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예측은 타당성을 갖는다.

일회용컵 의무참여업체인 커피숍 주인은 “환경을 생각해 일회용 컵 줄이기와 회수율 제고를 위해 보증금제를 시행한다면 모든 업체가 일률적으로 시행해야지 일부 업체만 참여의무 대상인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이 경우 손님들도 혼란스럽고 고객의 불만은 결국 업체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음료를 배달시키는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음료 컵을 씻어서 다시 매장으로 반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일회용 컵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체에 관계 없이 재활용 컵을 잘 씻어서 반납하면 포인트나 보상을 주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라고 제안했다.

가장 큰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는 의무대상에서 빠졌고 일부 프랜차이즈는 제주·세종 지역 매장에 한해 자체 다회용기 또는 캔시머(알루미늄 캔 포장기계) 등을 도입하고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도입하느니 자구적인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참여 점포 수가 줄어들면서 일회용 컵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제도의 취지도 무색해진다.

일부 업체만 시행하면 시민의 혼란이 가중돼 참여도가 현저히 낮아져 시범 사업의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지 보증금제 적용 점포는 300원 이상의 가격 인상 효과는 물론 회수 절차 도입 등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의무참여업체인 세종시 프랜차이즈 카페 가맹점주는 “프랜차이즈 업체는 개인카페에 비해 가맹비 및 다른 부담도 많은데 일회용컵 보증금제까지 시행하면 이 제도에서 제외되는 업체로 손님들이 몰릴 것”이라며 “업체간 교차 반납도 불가능해 소비자의 불편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매한 기준으로 인해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스크림, 빙수, 디저트 프랜차이즈는 일회용 컵 사용량이 많음에도 '기타외식업'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커피 판매량이 높은 개인 카페, 무인 카페, 편의점 등도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심지어 환경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내 카페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 시민은 “매장에서 돈을 내고 커피를 사 먹으면서 일회용 컵을 깨끗하게 세척해 업체에 반납하는 수고까지 해야 한다면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외국 사례처럼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세척한 일회용 컵을 업체에 상관없이 수거한다면 회수율이 높아질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다른 시민은 “공병을 보증금 받고 반납하는 소비자가 거의 없는 것처럼 일회용 컵도 반납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며 “결국 소비자의 부담만 증가시키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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