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조해 교육한 것”… 2시간 채운 세종시청 직원 월례조회
“강조해 교육한 것”… 2시간 채운 세종시청 직원 월례조회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2.11.07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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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11월 조회시간, 2시간 4분… 특강 끝나자 직원들 점심시간
참석 공무원들마다 교육 1시간 이수 인정… “바쁜데 길어” 불만
7일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열린 직원 월례조회에서 참석 공무원들이 최민호 세종시장의 특강을 듣고 있다.

2시간 4분.

7일 오전 세종시청 4층 여민실(강당)에서 열린 ‘11월 직원 월례조회’ 소요시간이다.

시청 공무원 3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월례조회는 오전 9시 30분쯤 시작돼 오전 11시 34분쯤 종료됐다. 약 2시간 4분이나 걸린 것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체가 월례조회를 열면 30분, 길어야 40분 안팎이면 마치는 게 보통이다. 외부 강사를 초청해 특강을 들어도 1시간 안팎이면 끝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2시간을 넘긴 7일 세종시의 월례조회 시간은 다소 이례적으로 보인다.

이날 세종시청 직원 월례조회 시간의 대부분은 최민호 세종시장이 주도했다.

최민호 시장은 월례조회가 시작된 후 약 20분간 유공 직원들을 표창한 뒤, 마이크를 착용하고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시정4기 미래전략’이라는 주제로 단상에서 직접 특강을 했다. 여민실 단상 스크린에는 특강 흐름에 따라 파워포인트 화면도 띄워졌다.

이날 특강에 사용된 파워포인트는 지난달 4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세종특별자치시 & 미래전략포럼’ 때 사용된 것과 같은 내용이었다. 파워포인트의 타이틀은 ‘5대 시정목표 및 20대 세부과제’.

최 시장의 5대 시정 목표는 자족경제도시, 문화예술도시, 의료복지도시, 교육특구도시, 한글사랑도시이다. 이를 실현할 20개 세부 핵심과제로, 먼저 미래전략수도의 근간인 ‘자족경제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대전·세종 경제자유구역 지정 ▲글로벌청년창업빌리지 조성 ▲스마트시티 조성 ▲컨벤션 산업도시 육성정책이 추진된다.

글로벌청년창업빌리지는 1단계로 100개 벤처기업이 입주 가능한 청년창업 인큐베이팅 시설을 1~2년 안에 구축하고, 2단계로 청년 창업빌리지를 4-2생활권에 조성한다는 것. 세종스마트시티는 디지털 트윈시티와 자율주행차,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 사이버보안, 드론실증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의 테스트베트 역할을 수행하며 혁신생태계 조성을 지원하는 체계로 작동하는 것으로 돼 있다.

‘문화예술도시’ 조성을 위해서는 ▲금강수변을 관광문화 콘텐츠화 하는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추진 ▲중부권 최고의 정원 관광도시 조성 ▲지역출신 예술가를 동기(모티브)로 한 문화공간 조성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특강 후반 최민호 시장은 앞으로의 인사 때 단행할 다면평가 방식과 방향도 설명했다.

최 시장은 “다음 인사 때에는 동료 직원 중 성실한 사람 3명, 유능한 사람 3명, 같이 근무하고 싶은 사람 3명씩 써 내라고 하겠다. 이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나만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연설명을 하던 중 “엄마가 올 때까지 아기를 봐줘야 한다. 맞습니까?” “규정대로 하면 됐지.” “~이 없는 사람, 일 잘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에 반대하는 분 있을까요? 반대하는 분 박수쳐 보세요”라며 달변으로 이름난 말솜씨를 이어갔다. 

7일 특강을 하는 최민호 시장

이날 직원 월례조회 참석 대상은 전 직원이었지만, 주로 6급 이하 직원들 300여명이 자리를 지켰다.

중간에 휴식시간은 없었다. 최 시장의 특강이 2시간에 가까워지면서, 좌석에 앉아 있던 직원들의 3분의 1가량은 경청하기보다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특강 후 한 직원은 “바쁜데 조회 시간이 너무 길다. 시간상 조회 끝나자마자 점심 먹으러 갈 수밖에 없었다”고 푸념했다.

한 시민은 “점심 때 시청 공무원을 만났는데, 월례조회가 오전 근무시간을 다 채울 정도로 길었다고 불만을 내비치더라”고 말했다.   

세종시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이날 월례조회에 사용된 파워포인트가 지난달 ‘2022 세종특별자치시 & 미래전략포럼’ 때 사용된 것과 같은 것은 맞다. 그때는 시민 등 외부인이 대상이어서, 6급 이하 직원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았기에 오늘 들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되도록 6급 이하 직원을 참석대상으로 했다. 오늘 참석한 직원들은 1시간 교육 받은 것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세종시 출입기자단의 한 기자는 “지난달(10월) 월례조회도 56분이나 걸려, 직원들 사이에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 시장 측은 “시장님이 해외출장을 앞두고 좀 강조를 해서 교육을 할 내용이 있어 한 것”이라며 “소요시간만 보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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