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아이가 성장하는 판타지 모험세계죠"
"학교, 아이가 성장하는 판타지 모험세계죠"
  • 유우석 해밀초 교장
  • 승인 2022.10.12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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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체험학습, 학교협동조합 등 새로운 경험 통해 성장
학교 ‘가정과 다른 환경 새로운 모험 제공’ 교사는 ‘안내자’
해밀쿱 학교협동조합 개소식에 학생밴드가 축하공연을 했다.
해밀쿱 학교협동조합 개소식에 학생밴드가 축하공연을 했다.

판타지, 조앤 롤링이 쓴 해리포터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뿐만 아니라 많은 판타지에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기발한 상상력과 모험이 가득하여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생각만 했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그런 상상만으로 판타지가 가진 매력은 충분합니다.

판타지를 읽다 보면 비슷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으로 결핍이 있는 아이가 나옵니다.

가난하거나 부모님을 여의거나, 어느 사건으로 인해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거나 등. 이러한 상황에서 주인공은 무기력하거나 실의에 빠져 있다가 어떤 사건을 통해 판타지에 들어가게 됩니다.

모험이 가득한 판타지 세상에 흠뻑 빠집니다. 물론 모험을 떠날지 선택의 순간이 있고 아이는 순간 망설이게 되지만 모험을 선택합니다.

그 모험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돌아옵니다. 해리포터 또한 그렇습니다.

이야기는 해리포터가 고아였던 시기를 다루고 있으며 11살 때 본인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겪게 되는 모험 판타지입니다. 현실 세계로 돌아온 아이는 판타지 세상에 들어가기 전의 아이와 다릅니다.

판타지에서 일정한 규칙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가 마법 학교로 가기 위해서는 9와 4분의 3승강장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상상의 세계에서 규칙을 작가가 만들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정한 규칙을 작가 마음대로 규칙을 바꾸면 안 됩니다. 마법도 상상이지만 독자가 납득할 만한 나름의 규칙이 있습니다.

위급하다고 하여 새로운 마법을 마음대로 사용해버리면 뒤죽박죽이 되어 버립니다.

조금 더 살펴보면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 판타지 속의 많은 상상은 현실에 있는 사건, 물건, 사람들이 변형된 것입니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기차역, 마법 학교의 모델 장소가 있었고, 사건과 그 등장하는 인물은 신화와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서사입니다. 즉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고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주인공은 판타지에 살지만 현실 속에 자신을 돌아봅니다. 어떤 사건들은 현실 사건과 맥락이 닮아 있습니다. 현실에서 회피했다면 판타지에서는 당당히 맞섭니다. 성장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저는 학교를 생각하며 이러한 판타지가 지닌 서사를 꼭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즉 학교는 일종의 판타지 세계인 셈입니다. 집에 있는 아이가 입학할 때가 되어 학교에 갑니다.

예전에 ‘어구, 똑똑해졌네.’, ‘학교 가더니 의젓해졌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판타지와 마찬가지로 아이는 가정과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됩니다. 일종의 모험과 같은 것입니다.

해리포터가 마법 학교로 가기 위해 9와 4분의 3 승강장을 찾고 있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영화의 한 장면)
해리포터가 마법 학교로 가기 위해 9와 4분의 3 승강장을 찾고 있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영화의 한 장면)

그 중심에는 교과서가 있었고, 선생님 말씀이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말을 잘 듣는지, 사고를 치지 않는지가 절대적인 기준이었습니다.

교육 정보의 양, 진학의 의례, 그리고 취업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통로였기 때문입니다.

지식의 양을 기준으로 삼던 시대를 지나 지식의 질, 고유한 지식을 생산해내고 또 그 연결을 통한 또 다른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시대, 인격적 개별성이 중요한 지금 학교는 예전과 같은 성장을 담보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아이들이 기꺼이 모험을 떠나도록 학교는 그런 환경을 갖추었는지, 교사는 아이들이 모험을 떠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더 높여야 합니다.

당연히 달라진 환경에 똑같은 교과서가, 교훈 가득한 선생님 말씀이 예전과 같은 성장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지난 1학기 6학년에서 그림자 체험학습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2학기에는 5학년 친구들이 그림자 체험학습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림자 체험학습은 큰 주제를 아이들의 의견을 받아 작은 주제로 나누고, 작은 주제에 맞는 공부를 하고, 그 과정 중 하나로 현장학습을 갑니다.

예를 독립운동의 발자취가 큰 주제라면 독립운동의 흔적을 찾아 서대문 형무소, 독립기념관 등을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갑니다.

그리고 한 명의 어른이 삼삼오오 짠 모둠을 따라가며 지켜봐주는 것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동선을 짜고, 점심 식사도 스스로 찾아갑니다. 어떤 친구들은 아슬아슬하게 기차를 타기도 하고, 마음이 맞지 않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결과물은, 그 수준을 떠나 소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학습을 다녀온 후 아이들이 시청각실에 모여 스스로 계획하여 다녀온 현장학습을 서로 나눴습니다.

사소한 에피소드를 얘기하는데 많은 친구가 공감했습니다. 상황은 조금 다르더라도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맥락을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 문제는 기존의 현장 체험 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삼오오 모둠을 지어 다닐 때 필요한 그림자 선생님이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그림자 선생님끼리 모여 그림자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챙겨야 할 사항은 무엇이 챙겨야 합니다.

다양한 상황 발생 가능성이 있어 걱정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모든 사항을 미리 계획서에 담을 수 없습니다.

친구와 함께 공부를 하고, 친구와 같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아주 낭만적이지만 기존의 현장학습에 비해 예측가능하지 않습니다.

해밀초 학교협동조합 해밀쿱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학생들도 참여해 바리스타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의미를 두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경험해보고 다양한 상황 속에서 서로 나누며 스스로의 역할을 찾아내는 것은 중요한 공부입니다.

2020년 12월, 전교 학생회 선거가 있었습니다. 이때 전교 부대표로 당선된 친구의 공약이 게임대회였습니다.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우니 온라인 게임대회를 공약으로 걸었고, 당선되었습니다.

선생님들과 회의를 하였습니다.

학교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게임대회를 여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의견이었고, 학생 선거의 공약이고, 오히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여는 것은 괜찮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결국 몇 일에 걸쳐 중간놀이와 점심시간 등을 활용하여 게임을 하였습니다. 학생회에서는 상품으로 컵라면을 걸었고,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온라인 게임대회를 선거 공약으로 걸었는데, 실현되는 것을 보고 선거에 부쩍 관심을 가지네요.”

일 년이 흘러 2021년 12월, 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담당 선생님의 말이었습니다.

이때 공약은 ‘학교 매점 만들기’였습니다. 그리고 22년 7월 정말 해밀쿱마켓이라는 학교 매점이 오픈하였습니다.

물론 ‘공약’ 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공약의 역할도 분명 있었습니다.

지금 학교 매점에 아이들도 참여합니다. 직접 매점 운영에 참여하기도 하고, 홍보 포스터를 만들기도 합니다. 새로운 경험이 시작되었습니다.

학교는 어떤 곳일까요?

해밀초 전교학생회장 선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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