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예술-대중 문화, 어디에 비중 두어야 하나
고급 예술-대중 문화, 어디에 비중 두어야 하나
  • 유태희
  • 승인 2022.10.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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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태희 세종시장 문화예술특보...세종시 문화예술 정책의 나갈 길
개별항목은 대립적이기보다 가치 비중여부에 따라 정책 결정되어야...

유태희 세종시장 문화예술 특별보좌관이 세종시의 세종시축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세번째 기고문을 보내왔다. 1951년 세종에서 태어난 유 특보는 2002년 '문학과 문화'로 등단해 시집 '스테이크 스테이크 스테이크'를 비롯해 '붓다의 레시피'등을 펴냈으며 장편소설 '이하응 : 리멤버1863'을 저술하기도 했다. 소설가, 시인, 극작가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세종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 감독 및 대표, 예술인 협동조합 '이도의 날개'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편집자씀

유태희 문화분야 특보
유태희 문화예술 특보

예술이란 인간의 활동 가운데 사물의 창조 등의 특수한 활동을 지시하며, 미는 진·과 더불어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 가운데 하나이다. 

미학이라는 학문은, 미가 진이나 선과 구별되며 문화예술은 과학이나 도덕과 구별되는 고유한 가치의 활동으로서 하나의 독립된 영역을 이루고 있다는 가정하에 성립된 근대적 사고의 소산이다. 그러나 이것의 가치는 소중하게 지켜주고 소통할 때 빛이 나는 법이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는 소통의 통해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이다.

1946년 경제학자 존 케인스가 초대 위원장을 맡은 영국예술위원회가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기본방침으로 내 세우면서 일반화됐다. 그는 예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초예술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이명박정부에서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남긴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문화예술인 명단이 작성되고 각종 지원 사업에서 정부 보조금이 차별적으로 지원되면서 예술의 공정성과 자율성이 훼손됐다. 신청서류, 공연, 정산 등 직간접적인 간섭의 올가미가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를 침범하였었다. 

이제는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문화예술 지원은 시민 예술위원회가 맡고, 정부는 간섭하지 않는 것이 문화정책의 기본 토대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시민예술위원회의 전문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세종자치시의 문화예술정책의 딜레마(dilemma)도 다른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세종자치시는 행정의 수도로서의 위상과 세종이라는 한글 도시가 장점이자 단점이라는 선택의 굴레를 가지고 있다.

첫째, 도농지역의 특징을 가진 세종자치시는 엘리트주의와 흔히 포풀루스(populus)적 대중주의에 대한 논쟁으로 고급예술과 대중문화로 구분하여 집중하고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다. 둘째,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소비자의 접근 기회 확대 사이의 딜레마로 한쪽을 강화하면 한쪽이 위축되므로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고민이다.

셋째, 고유문화와 혼혈문화에 대한 딜레마로 외부 문화와 섞인 혼혈문화에 대응하여 고유문화를 어떻게 보호·육성하고 혼혈문화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넷째, 문화정책에 공공이 개입할 경우 문화예술의 공공 의존성이 높아지고 자립성이 부족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다.

다섯째, 민간 실패를 이유로 공공 개입을 할 경우, 공공성은 높아지나 시장성이 위축될 수 있어 사회에 필요한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시장성을 위축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다. 여섯째, 공공 지원 시 관리감독에 대한 논쟁으로, 필요 이상의 관리감독은 그것으로 인하여 문화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주장과 공공 재원을 사용하므로 관리감독과 평가는 필요하다는 논쟁 사이의 딜레마다.

물론 이런 주장들이 개별 항목을 대립적으로, 그리고 상호 대결 구도로 보는 것은 아니다. 가치 비중을 어디에 더 두는가, 그리고 시민들의 삶에 더욱 유용한 것이 무엇인가를 현실주의적으로 지적하고 싶다. 요컨대 세종자치시 상황에 걸맞은 창조론에 대한 재창안이 필요한 때가 지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의 승리’에서 즐거운 도시가 성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라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경제와 사회, 역사와 정책, 문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연구와 도발적인 글쓰기를 통해 해묵은 편견을 깨고 도시의 가치와 미래를 재조명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무형문화재 2호인 '용암 강다리기'가 올해 대보름에는 장군산 영평사 경내에서 시현된다. 사진은 민속문화제 행사에서 선보인 '용암 강다리기'
 사진은 '용암 강다리기'

그러므로 한 도시의 문화예술은 인문학과 역사, 철학의 기본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경제주의보다는 인문주의, 글로벌보다는 지역의 전통과 개성에 가치가 있음을 선택하여야 한다. 이흫 기획도시이며 스마트혁신도시인 세종자치시에 적용하여 한 국가의 행정수도로서 본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고 싶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가 독일의 베를린 필이다. 그곳의 교향악단의 운영비는 중앙정부에서 30%, 지방정부에서 30%, 기업이 30%를 부담하고 나머지 10%를 입장권 판매 비용으로 충당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교향악단이라는 곳의 운영 시스템도 그러하다.

한국전력과 서울시 지하철이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데, 왜 운영돼야 하느냐"고 묻고 싶다. “국민에게 문화적 향유를 제공할 의무는 ‘국가와 지방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의무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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