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건너 온 국보·보물급 문화재·미술품, 세종시가 품었다
태평양 건너 온 국보·보물급 문화재·미술품, 세종시가 품었다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2.08.17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겸재 정선·운보 김기창 등 거장들 작품·유물 324점, 세종 수장고에 안치
최민호시장, 17일 브리핑… LA 교포 김대영씨, 행정수도 세종에 무상 기증
“기증자 뜻 받들어 상시공개·특별전시로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릴 계획”
최민호 세종시장(오른쪽)이 17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재미교포 김대영씨가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 324점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겸재 정선(1676~1759)·운보 김기창(1913~2001) 등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거장들의 작품과 유물 324점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세종시에 도착, 수장고에 안치됐다.

국내 저명 작가는 물론 일본·중국의 유명한 화가 등이 남긴 회화·도자기 등 이들 324점의 국보·보물급 문화재는 90세를 넘긴 한 재미교포가 세종시에 무상으로 기증한 것이다.

앞으로 이들 작품은 세종시립민속박물관 및 앞으로 건축될 향토유물박물관에 상설 또는 기획전시, 특별전시 될 예정인 한편 세종시 지정 문화재가 될 전망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17일 오전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유물기증자 김대영씨
유물기증자 김대영씨

최민호 시장에 따르면 기증된 324점 중 대표적인 작품은 겸재 정선의 ‘산면산수도’, 심전 안중식(1861~1919)의 ‘화조영모도십폭병풍’, 운보 김기창의 판화 등이다.

또 청초 이석우·취당 장덕의 작품을 비롯해 조선시대 말기 공주시 탄천면에 거주하며 활동한 두산 정술원의 작품이 있다.

또 19세기 말 북한 해주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청화초화문호’를 비롯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사이 제작된 다양한 도자기도 포함돼 있다. 

겸재 정선이 그린 선면산수도는 말 그대로 선면(扇面), 즉 부채형 화면에 그린 산수화이다. 앞쪽에 작은 언덕들과 종류가 다른 나무가 그려져 있고, 그 뒤로는 먼 산이 병풍처럼 배치되어 있다.

노년기 겸재의 원숙하면서도 정제된 필력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민호 시장은 겸재의 ‘선면산수도’를 세종시 지정문화재로 지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전 안중식은 조선시대 말 장승업(1843~1897)의 제자로, 산수화와 행서에 능통한 근대 대표 화가로 꼽힌다.

총 10개의 접힌 면으로 구성된 ‘화조영모도십폭병풍’은 독수리·말·닭·해오라기 등 8가지 소재를 활달한 필치로 그린 작품이다.

운보 김기창의 판화 작품은 그의 천진난만한 세계관과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엿볼 수 있다. 기증된 판화에 등장하는 세 마리 사슴과 학·구름 등은 화목한 가정에 복이 깃듦을 상징한다.

LA 교포 김대영씨가 세종시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 324점 중 17일 브리핑에 공개된 작품 일부. 

이번에 유물을 기증한 재미교포 김대영(91)씨는 6·25 한국전쟁 때 서울 경복고교에 재학하다 미군 통역장교로 참전한 뒤 1956년 미국 유학 중 LA에 정착했다.

이후 김씨는 무역업과 부동산업 등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 뒤 미술품과 공예품을 수집하면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왔다는 것.

김대영씨가 소장한 유물의 존재는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19년 실시한 해외 소재 한국 문화재 조사 과정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후 코로나19로 연락이 잠시 중단되었다가 올해 5월 세종시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간 해외 문화재 발굴 협력 방안을 논의하던 중 유물 기증을 추진하게 됐다고 최 시장은 공개했다.

김대영씨는 당초 고향인 서울시에 기증하려고 했으나 수집한 유물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회화, 도자기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대한민국 행정수도라는 정체성에 부합하는 점을 들어 세종시 기증을 설득해 왔다고 최 시장은 설명했다.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세종시립민속박물관과 2025년 개관 예정인 향토유물박물관의 존재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최 시장은 말했다.

최민호 시장은 “오랜 설득과 협상 끝에 기증자 가족들은 향토유물박물관과 행정수도인 세종의 역사·문화발전을 위해 세종시에 수집품 일체를 무상기증 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이에 우리 세종시는 6월 미국 현지로 직원을 급파, 유물 포장 및 운송 작업을 진행했고 7월 세종시에 있는 수장고에 보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종시는 기증자의 뜻을 받들어 앞으로 이 유물을 보다 많은 시민이 볼 수 있도록 상시 공개하고, 특별전시회 등을 통해 널리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17일 브리핑에서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원활용부장(오른쪽)이 최민호 세종시장(오른쪽 두 번째)에게 LA 교포 김대영씨가 기증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 배석한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원활용부장은 “2018년 말 미국 거주 김대영 선생과 가족들이 소장 유물 기증권을 문화재청과 국회 소재 문화재재단에 제안을 했고, 우리가 2019년 2월 말에서 3월 초에 전수조사를 완료했다. 유물의 진품 여부, 가치 등등을 다 분석했다. 다 검증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분의 컬렉션은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용광로와 같은 그런 작품들을 많이 모아놓았다. 세종특별자치시라는 상징성과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17일 최민호 시장(가운데 단상에 서 있는 사람) 브리핑 중 기자의 질문에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지원활용부장(왼쪽 마이크 들고 서 있는 사람)이 보충답변을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