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아침, 우리 놀이의 독립 외친다
광복절 아침, 우리 놀이의 독립 외친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2.08.15 0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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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초등학교 교과서 속 일본놀이 편집자 박하영
일본놀이, 반드시 표기하고 역사적 사실도 알려 주어야...
대신, 일제가 금지했던 진짜 우리놀이 교과서에 수록 필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일본놀이'을 연구하고 색출해 온 박하영 선생이 광복절을 맞아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세종의소리'에 글을 보내왔다. 박 선생은 일본놀이를 무조건 금지해야 하는 가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물음에 불순한 역사적 사실을 적시하고 일본놀이는 반드시 일본놀이라는 표기를 해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전통놀이를 더 많이 발굴하고 역사성을 더해 민족 정기를 찾아야 한다는 제언도 잊지 않았다. 다음은 박하영 선생이 보내온 글 전문이다./편집자 씀

박하영 편집자

『초등학교 교과서 속 일본놀이』 저자는 초등학교 교육현장에서 놀이 수업을 지도하면서 놀이의 유래를 묻는 선생님들의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하기 위해 각 놀이의 유래와 역사를 찾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과서는 모두 133권이다. 그리고 교과서에는 많은 놀이가 수록되어 있다. 교과서에 수록된 모든 놀이의 목록을 만들고 연구 분석해 보았더니 그중 전통, 전래놀이는 대략 서른 가지이다.

왜 우리 어린이들은 일본놀이를 일본 전승놀이라 부르지 않고 우리 놀이로 배워 놀고 있으며 교과서에는 온통 일본 전승놀이만 수록되어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는 불운한 역사가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우리 문화 말살 정책을 펼쳤고 우리는 36년간 우리 말과 글뿐만이 아니라 우리 놀이까지 빼앗긴 채 일본말과 일본 놀이만 하도록 강요당했다.

1941년에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조선의 향토 오락」이라는 책이 있다. 책의 저자 무라야마 지준은 조선총독부의 촉탁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일제강점기 한국의 민속과 관련된 많은 조사 자료를 남긴 인물이다. 그 책은 1936년부터 1938년 7월까지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책이기 때문에 일본놀이가 섞여 있기는 하지만 우리 전통놀이도 300여 개나 수록되어 있다.

당시 각 도의 도지사 명으로 소학교에서 놀이를 조사하였기에 지역별로 특색있는 이름과 놀이 방법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으며 노는 시기, 노는 대상, 노는 신분에 따라 놀이를 상세히 분류하여 기록하였다.

그 책은 일제가 치밀하게 우리 문화를 파괴할 목적으로 편찬된 것이지만, 지금은 거꾸로 그 책이 일제가 금지했던 진짜 우리 놀이를 복원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되어주었다.

당시 일본이 금지한 진짜 우리 놀이로는 “쌍육(雙六) 놀이, 승경도(陞卿圖) 놀이, 저포(樗蒲)놀이, 시패놀이, 장치기 놀이” 등이 있으며, 땅따먹기, 딱지놀이, 고무줄놀이,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우리집에 왜 왔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우리가 어렸을 때 놀았던 대부분의 놀이가 바로 일본 전승놀이이다.

코로나 속에서도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지난 5월 충남 당진에서는 기지시 줄다리기가 열렸다. 기지시 줄다리기는 물 윗마을 팀과 물 아랫마을 팀으로 나눠 진행되며, 물 윗마을 팀이 이기면 나라가 태평하고, 물 아랫마을 팀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이처럼 우리 전통놀이는 풍년과 협동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이 담겨 있다.

반면에 일본놀이는 군국주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되어 전쟁, 인신매매, 죽음과 같이 부정적인 내용이 내포되어 있다.

저자는 그간 연구한 내용을 정리하여 2019년 5월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하였다.

첫째, 초등학교 어린이에게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민족말살정책으로 우리 문화를 말살하기 위하여 우리말과 우리글, 우리 놀이를 금지시키고 일본말과 일본 글, 일본놀이만 하게 한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알려주어야 한다.

둘째, 우리 전통놀이와 일본 놀이를 구분 짓고 그에 대한 뿌리를 알려주어야 한다.

셋째, 일본 놀이 중 나쁜 놀이인 인신매매 놀이, 전쟁놀이는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학습을 통해 알려주어야 한다.

넷째, 교과서 속의 일본 놀이는 일본 놀이라고 반드시 표기를 해야 한다. 일본 놀이가 우리 전통 놀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일제가 금지했던 진짜 우리 놀이를 교과서에 수록해야 한다.

초등학생들이 연기박물관을 방문하고 전통놀이에 대해 강연을 들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 속 전통, 전래놀이 일부가 일본에서 유래된 놀이라고 주장하자 가장 많이 들려온 말이 “그럼 우리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하며 놀아야 하나?”였다. 듣는 사람들은 “일본 놀이니까 놀지 말아라.”라고 듣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본 놀이니까 놀지 말자는 뜻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이 책에 실린 23개의 놀이는 모두 일본 놀이이다. 일본놀이가 자랑스런 우리 전통놀이로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다시 설명을 해봐도 모두가 그 놀이를 빼면 우리 아이들은 무슨 놀이를 하고 노냐고 반문할 따름이다.

저자는 그렇게 3년간 공방을 벌인 끝에 2022년 4월 28일 교육부가 보낸 답변을 받았다. 올해 개편되는 교과서에서 「우리집에 왜 왔니」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빼고 교과서 3권을 개정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일본놀이라는 이유로 교과서에서 무조건 빼는 것은 올바른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보다는 일제시대에 일본놀이 밖에 할 수 없는 처지에서 남궁억 선생님께서 어린아이들에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일본놀이에 우리말을 넣을 수밖에 없었던 무궁화 일화를 들려준다면 더 큰 교육이 되지 않을까? 라고 외치고 싶다.

물론 일본 것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일본 것을 받아들이더라도 그 문화의 의미와 우리 정서에 맞는 것인가 한번 성찰해 볼 필요성이 있다. 특히 일본의 좋지 않은 문화 속에서 탄생한 놀이가 추억의 놀이로 둔갑하여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고, 아이들이 뜻도 의미도 모른 채 놀고 있다면 누구의 책임이라 할 수 있을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 가깝고 친한 친구의 나라가 되려면 서로의 문화 먼저 이해하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놀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쌍육놀이도 중국을 통해 들어왔으니 우리 전통놀이가 아니지 않느냐고 묻는 분도 계셨다. 중국을 거쳐 들어왔지만 백제시대부터 놀았던 놀이가 전통놀이가 아니라면 뭐가 전통 놀이일까? 사실 공기놀이, 제기차기, 고누놀이 같은 놀이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놀고 있는 놀이다.

이렇듯 놀이는 우리나라 놀이, 다른 나라 놀이로 구분 짓기 어려운 점이 참 많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36년간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통치한 일제강점기를 보낸 우리나라 이기에 일본 놀이가 우리 정서에 미친 영향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보고 나라를 빼앗기면 우리말과 우리글만이 아니라 문화와 놀이까지 빼앗긴다는 것을 교훈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전통놀이를 시연 중인 모습

올해로 벌써 광복 77주년을 맞이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전래 된 일본 전승놀이와 우리 전통 놀이의 역사와 유래를 아이들에게 교육하여 올바른 역사교육과 함께 놀이 문화가 정착되는데 이 책이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저자는 앞으로 두 권의 책을 더 발간할 계획이다.

두 번째 책은 일본이 금지한 진짜 우리 전통놀이 책을 발간할 것이며, 세 번째 책은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놀이를 정리하여 소개할 계획이다.

우리 놀이의 독립을 위하여! 저자는 연구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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