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십시오. 이춘희 시장님! 아듀~"
"잘 가십시오. 이춘희 시장님! 아듀~"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2.06.30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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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재임기간, 이춘희 표 행정 등 세종시 초창기 기틀 마련
국회세종의사당, 대통령 집무실 등 행정수도로서 세종 각인
교통문제, 신-구 도심간 갈등, 상대적 박탈감 등은 해결과제
 8년간 세종시정을 이끌었던 이춘희 시장이 30일 퇴임식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진은 2014년 7월 취임식 장면

“일 잘하는 직원을 가장 좋아합니다.”

일을 열심히 한 시장으로 기억에 남을 이춘희 세종시장 8년 시대가 30일로 막을 내렸다. 쉬임없이 달려온 두 번의 임기를 마친 그에게 ‘일하는 시장’은 상표와 같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세종시를 기획하고 행복청장으로서 건설에 참여하고 세종시정을 두 차례나 이끌었던 그에게 세종시는 운명같은 존재였다.

재선 후 인터뷰에서 그는 ‘일 잘하는 직원’을 좋아하고 ‘세종시는 운명’이라고 주저없이 대답했다. 그게 이 시장의 코드였고 거기에 맞춰 업무를 했다. 사실 이 시장은 워커홀릭(Workaholic)에 가까울 만큼 일을 좋아했다.

해외 출장 후 쉬임없는 강행군으로 입원하기도 했고 열정을 따라가지 못한 직원들이 힘겨워하는 모습도 새로운 게 아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 녹지원에서 조깅을 하면서 전력을 다해 뛴 다음 뒤처진 직원들을 보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는 말이 떠올랐다.

열정이 행정수도 기틀 마련과 국회세종의사당 설계 예산 확정 등으로 이어지면서, 어쩌면 중앙부처 몇 곳이 입주해 있는 고만고만한 지방도시 세종을 중앙행정도시로 성격 변화를 가져오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큰 틀에서는 그랬다. 내부적으로는 ‘이춘희 표 행정’이 있다. 바로 로컬푸드, 복합커뮤니티센터, 청춘조치원사업 등이다. 여기에다 하나를 더하면 정례브리핑이 있다.

로컬푸드는 전북 진안군에 가서 배워온 것을 전국 표준으로 만들었고 복합커뮤니티센터는 업무 개념을 벗어나 주민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게 했다. 이것 역시 전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이 중에 백미는 청춘조치원 프로젝트였다.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엄청나게 걷힌 취·등록세 등 지방세를 조치원 중심으로 쏟아부었다. 무려 1조5000억원에 달했다. 신흥리 주변이 변하고 동서관통도로가 뚫리고 조치원 서부의 스카이 라인이 변했다.

제2대 이춘희 시장 취임식에 내빈으로 참석했던 최민호 당선인은 11년이 지나면서 오는 7월 1일 세종시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제2대 이춘희 시장 취임식에 내빈으로 참석했던 최민호 세종시장 당선인은 11년이 지나면서 오는 7월 1일 세종시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읍·면지역민들은 자신들을 홀대한다고 주장하지만 옛 연기군 시절 1년 예산이 4000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마 이런 예산 투자는 세종시로서는 전무후무할 것이다. 앞으로는 절대로 취·등록세가 그렇게 걷힐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8년 시정에 공(功)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구상했던 직주(職住) 동일 공간이라는 개념이 만들어낸 좁은 도로로 인한 교통문제가 그렇다. MB정부 때 기업도시가 나오면서 변질되긴 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놓았다.

또, 행정적인 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신-구 도심 간 갈등, 상대적인 박탈감 등은 태생적인 문제도 있지만 세대가 흘러도 간극(間隙)은 쉽게 메워질 것 같지가 않다. 선거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부정적인 인물평 등도 사실 여부를 떠나 이춘희 표 행정을 깎아내리는 여론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춘희표 행정은 소통에서도 그렇고 직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른바 ‘드래프트’ 인사는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고질적인 민원을 “검토하겠다”는 정치적인 발언 대신 “안 된다”고 즉석에서 답변, 일하기 편했다는 평을 받았다.

선거에서는 불리한 일이었고 그게 “차갑다”, “인간미가 없다”고 부메랑이 되면서 3선의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언론과는 ‘소통’은 행정의 맨 앞에 두었다. 매주 목요일마다 연 정례브리핑은 8년동안 한두 차례, 그것도 불가피한 이유로 열리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다. 브리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공부를 하게 된다는 말로 목요브리핑을 정례화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제 8년의 ‘이춘희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가고 있다. 그리고 세종시장을 갈망했던 최민호 당선인 시대가 열리고 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다. 이별은 피할 수 없지만 후임을 위해 축적된 경험을 유효하게 사용한다면 떠나는 건 아니다.

당선인과 시장이 파안대소했던 사진을 보면서 모두가 그토록 사랑했던 세종시 발전을 위해 밀알이 되길 기대해 본다. 잘 가십시오. 이춘희 시장님! 수고 많았습니다. 아듀~

세종시장실에서 파안대소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세종시 발전의 힘을 모으는 상징적인 사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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