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안녕히..."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안녕히..."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3.06.27 16: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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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세종시 첫 정년퇴임식장, "떠나는 자의 아쉬움이 있는 자리"

   이날 정년 퇴임식에 참석한 퇴직자들<사진 위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달용, 서금택, 이유찬, 최우영>
“안녕히 계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떠나는 자리는 숙연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지만 그래도 ‘별리’(別離)의 아픔을 어쩔 수 없었다. 그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닌가.

27일 오전 10시 30분.
세종시청 3층 대강당은 이별을 주제로 한 슬픔의 향연이 벌어졌다. 세종시 출범 이후 첫 번째 맞는 정년 퇴임식, 일상의 퇴임식과는 사뭇 다른 ‘최초’라는 수식어가 더해지면서 연기군 시절 세종시 출범에 앞장섰던 인물을 떠나보내는 아픔의 현장이 되었다.

모두가 토박이 출신 공직자라는 점이 이제 연기군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시대, 즉, 세종시를 맞는 세대교체 의미를 현실 속에서 확인시켜준 순간이 되었다.

이날 정년 퇴임식장에 참석한 공직자는 모두 4명.
김달용 전 정책기획관, 서금택 전 행복나눔과장, 이유찬 전 총무과장, 최우영 전 지역경제과장 등으로 모두 전동, 전의, 동면, 금남면 등에서 ‘면서기’를 시작으로 한평생을 연기군과 인연을 맺었다. 한 살이 더 많은 서금택 과장을 제외한 3명은 1953년 생으로 동갑내기다.

정년퇴임식은 약력 소개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정책기획관을 마지막 직함으로 퇴직한 김달용 기획관은 1977년 1월 전동면 서기로 출발하여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지원 사업소장, 세종시 출범 실무 준비단장 등을 거치면서 35년 8개월 동안 연기군민과 함께 공직을 수행해왔다.

서금택 과장은 전의면에서 시작하여 남면, 전의면, 전동면장을 거쳐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지원 사업소장, 행복나눔과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쳤다. 무려 39년 5개월을 연기군 관할에서만 공직 생활을 했다.

   화려한 옷 속에 숨기고 있는 허전함은 퇴직자들에겐 어쩔 수 없는 감정이었다.
1973년 대전 농고를 졸업하고 동면에서 공직에 첫발을 내딛은 이유찬 과장은 연기군의회 전문위원, 문화공보과장, 전동면장, 조치원읍장, 자치행정과장 등을 지냈다. 1974년부터 39년 3개월 동안 이곳에서 생활해왔다.

최우영 과장은 남면 출신으로 천안농고를 나와 금남면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소정면, 남면장을 역임하면서 주민 친화적인 행정을 펼쳤으며 재임기간 중 혜천대학 세무회계학과를 졸업해 만학도로서 공부하는 공직자 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39년 9개월간 연기군에만 머물렀다.

홍순기 인사담당관이 약력을 소개하는 동안 후배 공무원들과 마주 앉은 퇴직자들은 숙연한 가운데 묵묵히 듣고 있었으며 유한식 시장, 변평섭 정무부시장 등 배석한 시청 간부들도 조용하게 떠나는 이의 공직 인생을 반추하는 모습이었다.

유한식 시장이 퇴직 공직자에게 전달되는 대통령 녹조근정훈장의 대신 증정과 시장 명의의 공적패를 전달하고 평생을 내조해온 부인들에게는 역시 시장 이름으로 고마운 내용을 담은 감사패를 수여했다.

유한식 시장은 격려사를 통해 “동거동락해왔던 네 분의 동료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에 허전한 생각이 드는 것이 현재의 솔직한 심정”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공직생활을 하면서 세종시 출범에 기여해온 공적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시장은 또, 기약없는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고 전제, “공직자라는 신분 때문에 하지 못한 일을 남은 제2인생을 살면서 마음껏 하길 바란다”고 보내는 이의 아픔을 격려사로 전달했다.

이어 맨 맨저 김달용 기획관은 “세종시 출범 실무준비단장을 맡은 것을 끝으로 마지막 5년간은 공직 생활에서 가장 큰 행운과 영광이었다”고 회고하며 “세종시의 미래를 생각하고 일을 추진하면서 조기 출범에 따른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서금택 과장은 ‘소와 사자’ 얘기를 인용하면서 세상을 각자의 시각으로 보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적인 말과 함께 “이제 직급, 직책 등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세종시민의 한사람으로 돌아가 제2의 인생 새장을 열겠다”고 인사했다.

   세종시 첫 정년 퇴임식은 현직과 퇴직자들과 기념 쵤영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40년 세월이 주마등처럼 길게 지나간다고 말문을 연 이유찬 과장은 “공무원은 무한한 책임이 있는 만큼 정정당당하게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를 가지고 세종시를 정착시켜 달라”고 후배 공무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최우영 과장은 “정년퇴직이 자랑스럽고 보람되지만 이 자리에서 헤어진다니 그리웁고 아쉬운 마음에 착찹한 심정”이라며 “세종시 출범에 시민들의 고생이 많았던 점을 항상 생각하면서 시장님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아름다운 세종시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4명의 퇴임 인사는 떠나가는 심정과 공직생활 동안 기억나는 일, 후배 공무원에 대한 화해,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위한 각오와 당부의 말 등으로 약 30여분 간 이어졌다. 장내는 조용하면서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세종시 최초 정년 퇴임식은 기념 촬영까지 약 50분 만에 끝이 났다. 40년에 걸친 공직의 마감 시간은 1시간에도 못 미처 ‘공직 무상’을 느끼게 하는 ‘슬픈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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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표 2013-07-22 23:54:09
기사.... 잘 보고 갑니다......

이하니 2013-07-05 14:12:12
잘 물러나는 겁니다..능력도 부족한 분들이 너무
높은자리까지 오르지 않았나 생각 합니다.
진즉 나와야지 정년까지 기다린 당신들 해두 너무한겁니다
집에가서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