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앞 쌓인 양파, 왜 무료로 나눠줄까?
농식품부 앞 쌓인 양파, 왜 무료로 나눠줄까?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2.03.1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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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5동 앞 쌓인 양파, 전국양파생산자가 실어온 10t물량 비 맞아 상할 위기
과잉생산으로 산지 값 ㎏당 200원, 농협 경제지주 세종지역본부서 시민들에 나눔 진행
농식품부 앞에 시위 농민들이 두고 간 양파 10여톤이 쌓여있다.
농식품부 앞에 시위 농민들이 두고 간 양파 10여톤이 쌓여있다.

10일 오후 5시쯤 정부세종청사 5동 앞에 쌓인 양파를 무료로 나눔한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전해졌다. 식당과 가정에서 쓰이는 상등품 양파를 준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순간 어리둥절 했다.

양파 산지가격 하락과 농림축산식품부 정책을 항의하는 전국양파생산자협회 등 양파 재배 농민들이 시위를 벌이며 산지에서 10t가량의 양파를 실어와 농림부 앞에 쌓아놓았다. 한 차례 시위를 마치고 쌓아놓은 양파를 그대로 인도 위에 두고 철수를 했다.

이에 농림부와 농협 경제지주 세종지역본부의 양파 담당자는 쌓아 놓은 양파가 부패할 것을 염려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겠다고 알렸다.

소식을 들은 시민은 반신반의하며 청사로 나갔고 농협 세종본부 직원들이 나와 20㎏ 단위로 포장된 양파를 차에 실어 주는 등 적극적으로 양파를 없애기 위한 작업을 벌였다.

특히, 푸드 뱅크와 복지관 등 대단위 소비 시설에서도 나눔 행사에 참여해 다량의 양파를 가져가는 등 자칫 버릴 뻔한 농산물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농민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다. 

양파 재배농민들이 정부세종청사까지 와서 시위를 벌이게 된 이유는 지난해 생산된 양파 재고가 소진되지 못한 상황에서 4월에 햇양파가 나오게 돼 산지가격이 터무니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 200~300원에 거래되는 산지 양파가격은 생산비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4월에 수확해야 하는 햇양파는 저장성이 없어 수확기에 도래한 양파 밭은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양파 재배농민들은 14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서 전국양파생산자대회를 열고 양파 가격 보장과 농민재난지원금을 요구했다.

이들은 저장 양파에 대한 수매 폐기, 조생양파 산지폐기를 즉시 실시해 줄 것과 ㎏당 800원의 수매가, 코로나 재난지원금 즉시 지급 등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다 쌓아 놓은 양파를 그대로 두고 돌아갔다.

양파를 받은 한 시민은 “농사 지으려면 엄청 힘든데, 농산물을 무료로 받게 돼 농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라며 “모쪼록 농민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감사히 먹겠다”고 말했다.

농협 세종본부 직원이 시민에게 양파를 나누기 위해 운반하고 있다.
NH농협 세종본부 직원이 시민에게 양파를 나누기 위해 운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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