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학교 보안, 시민 불편 호소, 주차장 부족 등 현실적 이유로 하나씩 등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세종시 건설 초기에 ‘쾌적한 5無(무)도시’를 표방했다.
2011년 등장한 ‘행복도시 세종’ 브로셔를 보면 13번 거주적합성(Livability)의 주요 정책으로 전봇대, 쓰레기통, 담장, 노상주차, 광고 입간판이 없는 쾌적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홍보했다.
한동안 ‘5無도시’는 행복도시를 상징하는 말로 회자되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들 다섯 가지는 행복도시 내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최근까지 보이지 않던 전봇대가 6-3 생활권 건설 과정에서 대규모 철탑과 함께 등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되고 있다. 게다가 전봇대는 BRT가 다니는 세종시 중심도로인 한누리대로를 가로질러 설치되어 있어 ‘5無도시’ 정책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쓰레기통도 마찬가지다. 세종호수공원과 버스정류장 등 일부에 설치됐으며, 노상주차장은 주차장 부족으로 도담동 및 나성동 등 일부 지역에 등장한 지 오래다.
광고 입간판의 경우에도 행복청에서는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세종시로 관리권이 넘어간 이후 다양한 형태의 간판이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담장은 세종시의 가장 상징적인 건물인 정부세종청사 건물 주위를 비롯해 학교, 관공서 등에 철제 담장이 둘러 설치되고, 아파트 단지나 타운하우스는 돌담, 나무, 철망 등 다양한 형태의 담장으로 경계를 표시한다.
이렇다 보니 초기 ‘5무도시’ 정책이 현실을 무시한 이상적인 정책이 아니었냐는 비난도 나온다.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현재 각종 시위대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기도 하고 정부세종청사의 보안을 지키기 위한 방책으로 담장을 없앤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였다”며 “학교나 연구시설은 물론 아파트나 타운하우스, 주택도 아무나 드나들 수 있도록 담장을 없앤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휴지나 음료수병 등 다양한 생활쓰레기들이 나오는데 버릴 곳이 없어 난감한 적이 많았다”며 “가방이나 주머니에 쓰레기를 가지고 다니다 집에 가서 버리라는 것은 너무 행정편의적이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상가 밀집지역에서 물건 구매를 위해 잠깐동안의 주차공간도 부족해 보도블록을 뜯어내고 노상 주차장을 만드는 곳도 있어, 예산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지나치게 이상에 치우진 도시 건설을 해 왔다는 불만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나성동에서 만난 한 상인도 “간판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해 많은 돈을 들여 만든 간판을 철거하고 다시 만들기도 했다”며 “규정을 지키는 상인들은 제대로 상가 홍보를 못하고 불법으로 현란한 광고판을 만들어 단 상인들만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행복청 관계자는 “송전탑이나 전봇대의 경우 현재 해당지역을 건설 중이라 지상에 임시로 설치된 것으로 공사가 완료되면 모두 지하 공동구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초기에 행복청에서 쾌적하고 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담장, 쓰레기통 등을 없애는 5무도시 정책을 펼쳤지만 도시가 건설되고 운영하다 보니 실제 도시를 운영하다보면 변화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