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폴 질카, "이젠 양계장집 사위로 불리죠"
영국인 폴 질카, "이젠 양계장집 사위로 불리죠"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2.02.13 06: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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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인터뷰] 다국적 회사 지멘스에너지 폴 상무·세종 토박이 김한아 변호사 부부
세종살이 하는 영국남자 폴 질카의 세종시 사랑, "세종은 푸근한 고향과 같은 곳"
세종의 소리를 찾은 폴 질카 지멘스 상무와 김한아 변호사 부부
'세종의 소리'를 찾아 인터뷰를 하고 있는 폴 질카 지멘스 상무-김한아 변호사 부부

“세종시는 한국 그 어느 곳보다도 주거환경이 좋습니다. 잘 개발된 도시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교외가 어우어져 미국이나 영국처럼 살 수 있는 유일한 곳이죠.”

지난 11일 '세종의소리'에 아내인 김한아 변호사와 함께 방문한 폴 질카(Paul Zilkha) 지멘스에너지 상무는 세종에 대한 인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연기면 보통리가 아버지 고향인 세종 여자와 결혼한 폴 상무는 이미 동네에서는 ‘양계장집 사위’로 통한다.

“한국의 다른 지역에 살 때는 한국사람들이 스팅의 ‘잉글리쉬맨 인 뉴욕(Englishman in NewYork)’에서처럼 이방인으로 대했는데 아내의 고향에 오니 ‘양계장집 사위’로 가족같이 따뜻하게 대해 주세요.”

고향인 영국보다 세종시가 더 고향 같다고 말하는 폴 상무는 세종시에 정착하면서 손수 지은 가제보 정자 앞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별을 보는 것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남편은 지멘스에너지에서, 아내는 로레알이라는 다국적기업에서 중책을 맡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바쁘게 일하던 폴 부부가 연기면 연기리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0년 중순쯤부터이다.

“서울대 가고 사법고시 붙고 변호사로 열심히만 살았는데 남편을 만나고 인생관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아무래도 영국이나 미국 사람들은 행복한 삶에 더 비중을 두더라구요.”

아내 김한아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하고 2004년 사법고시에 합격했는데, 친할머니댁이 있던 보통리 근방의 연남초등학교에 입학해 며칠을 다니기도 했었다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이듬해 서울에 한 호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했다가 그 호텔의 까페에서 영국인 특유의 내성적이며 수줍게 미소짓던 폴 질카씨를 만나 첫눈에 반해 사귀다 김 변호사가 유엔대표부에서 경험을 쌓고 있을 때 미국 뉴욕에서 결혼했다.

폴-한아부부는 2017넌 경복궁에서 열린 '좋구나 곱구나 한복사진전 공모전에 입상해 사진이 전시되기도 했다.
폴-한아 부부는 2015넌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한복사진전 공모전에 입상해 사진이 전시되기도 했다.

“아내는 남편 역할을 강요하거나 깊이 간섭하지 않아요.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함께 할 때는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지요.”

서로를 변화시키려 하거나 간섭하지 않고 존중하며 사랑하는 폴-한아 부부는 결혼한 지 15년이 넘었음에도 서로에 대한 사랑이 변함이 없어 보였다.

“폴도 제 일을 존중해요. 서로 바빠 얼굴을 못 봐도 늘 든든하지요. 요리도 잘 하고 집안일도 척척하는 폴은 정말 만능이에요. 너무 잘 생기지 않았나요? 머리만 잘 관리하면 브루스 윌리스 닮았는데….”

다국적기업의 특성상 해외출장이 많았던 폴-한아 부부는 코로나 이전에는 자주 얼굴도 못 볼 만큼 바빴다고 한다.

김한아 변호사는 몇 년 전 남동생이 갑자기 불의의 사고로 하루 아침에 세상을 떠났을 때 회사를 나와 모교인 서울대 대학원 박사과정으로 돌아갔다.

“남동생을 잃는 슬픔에 상심하는 부모님을 위로하러 세종시에 왔는데 아버지와 같은 시골 원주민들이 세종시 개발로 인한 도로확장 공사, 산업단지 개발 등 각종 국책사업 등에 자신들의 농토나 건물 등이 편입돼 이주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어요. 그분들은 생계가 위협받는 어려운 사태에 처해 막막해 하면서도 법률적으로 제대로 대처하기는커녕 필요한 정보 자체도 제때에 취득하지 못하더라구요.”

김 변호사는 법률적 지식이 없이 공무원이나 공사 직원이 시키는 대로 살던 집과 농사짓던 땅을 내놓아야 하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지인들에게 법률적 조언을 했다. 

아버지의 땅과 건물이 도로확장 공사로 강제수용 되고 표기된 경계 복원지점 때문에 발생한 외지 투기꾼과의 경계 다툼사건을 맡으며 ▲기술 발전과 법의 지배 (the Rule of Law) ▲공적 저작물에 의한 권리침해 등 지적정보가 전산화 되면서 발생하는 제반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줄자와 각도기로 측량하던 방식에서 GPS 수치로 위치를 파악하고, 광파로 거리측정을 하는 기술혁명으로 토지소유주 간의 다툼을 국가적으로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연구해 제도적 장치 고안을 제안하는 취지의 박사학위논문을 쓰는 중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지역주민의 생계와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속도로나 길 확장이 한국도로공사나 지방자치단체, 국토교통부에서 임의로 정해 발생되는 피해 역시 지역주민 입장에서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폴은 직접 정자를 짓고(왼편) 장인이 하는 양계장을 돕는(오른쪽) 등 세종살이를 즐기고 있다.
폴은 직접 정자를 짓고(왼편) 장인이 하는 양계장을 돕는(오른쪽) 등 세종살이를 즐기고 있다.

폴 상무는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지도, 주장하지도 못하는 힘없는 지역주민을 돕는 아내의 활동에 응원을 보내면서도 영국 남자답게 말없이 배려하며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 나간다.

“세종시는 외국에서 살던 사람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도시환경을 가진 것 같아요. 코로나가 잠잠해지만 영국에 사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을 불러 세종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세종사는 영국 남자 폴은 이미 세종시 매력에 푹 빠진 듯 보였다.

안락사 당할 위기에서 구해낸 유기견 다솜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폴, 그는 전원생활의 가장 큰 장점으로 애완동물과 충분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안락사 당할 위기에서 구해낸 유기견 다솜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폴, 그는 전원생활의 가장 큰 장점으로 애완동물과 충분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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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3 11: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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