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세한도', 그렇게 만들어졌구나
아하~ '세한도', 그렇게 만들어졌구나
  • 임영호
  • 승인 2013.06.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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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독서길라잡이]조정육의 '그림공부 인생공부'

1844년의 일이었다.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제주도에 유배 온지 5년째 되는 해였다. 제자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1804~1865)이 중국 연경에서 구한 황조경세문편(皇朝經世文編)등 120권을 보내왔다. 역관으로 연경에 공무를 수행하는 길에 스승의 부탁을 받고 책을 사 온 것이다. 이런 책들은 연경에서 조차 구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제자는 힘없는 스승의 부탁을 잊지 않았다.

 

김정희는 감격 했다. 김정희 나이는 쉰아홉. 이상적은 ‛끈 떨어진 갓이나 다름없는 쓸모없는 죄인의 몸인 스승을 향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마음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추사는 붓을 들었다. 이 작품이 세한도(歲寒圖)이다.

그림은 소박한 초가집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의리의 상징인 청송과 잣나무 두 그루의 나무가 서 있는 단순한 구도다. 그리고 그림의 맨 머리에는 예서체로 쓴 세한도와 행서체로 쓴 “우선! 이것을 감상해 보게 완당(阮堂)” 이라는 글을 쓴다. ‛우선’은 아시다시피 이상적의 호다. 뜻하지 않게 세한도를 받은 이상적은 눈물이 흘러내림도 깨닫지 못할 정도로 감격했다. 그는 이것으로 끝내지 않고 스승을 잘 아는 청나라학자 16명의 찬시(讚詩)를 받아 그림에 합장했다.

조정육의 『그림 공부 인생 공부』 에 나오는 세한도(歲寒도)에 관한 내력이다. 그는 그림을 설명하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한결같은 소나무’ 가 될 수 있을까 하며 그 느낌을 적었다.

그는 글이「사마천」의 사기처럼 줄거리는 역사적 사건이지만 글의 행간에는 인생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는 수많은 카드가 숨어있다고 생각하였다. 글과 마찬가지로 그는 그림도 그림을 그린 화가의 애기일 수도 있고, 그림속의 주인공에 대한 애기일 수도 있다면서 어떤 경우든 사람이 사는 우리의 고민과 맞닿아 있는 내용이 될 것이라 했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등 5부로 구성 되어 있다. 그리고 각 부에는 저자가 택한 옛 그림을 소개한다. 소개도 그저 소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일상적인 경험이나 느낌을 통하여 옛 그림을 만난다.

그는 한사람의 생각에서 탄생한 꽃 그림도 깊게 들여다보면 그가 살았던 시대의 고민과 한계, 계급과 인문정신을 두루 감지할 수 있기에 그림공부하면서 인생을 공부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안견「몽유도원도」 혜허「수월관음도」 정선「인왕제색도」 빈센트 반 고흐「귀를 붕대로 감은 자화상」 윤두서「자화상」등 총 30점의 그림이 있다. 그중 나에게 느낌을 주는 그림이 둘 있다. 하나는 나의 개인사 때문인지 김홍도(金弘道,1745~?)의 마상청앵(馬上聽鶯)이다. 이 그림 속 선비도 봄을 찾아 나선 것일까 그런데 선비의 눈빛이 슬프다. 버드나무와 꾀꼬리에 눈길을 주는 선비는 어쩐지 삭탈관직당하여 낙향하는 길에 암담한 심정으로 시간을 때우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저자가 기회 된다면 나중에 그림 속에 나타난 ‛어린 아이 의 잔혹사’ 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 그림인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의 파교심매도(灞橋尋梅圖)이다. 조선시대 선비의 풍류를 그린 평범한 그림이지만 당시에 양반과 종이 어떤 환경에서 생활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역 사책이다.

우리는 오로지 선비에 주목하여 그림을 본다. 어느 계절이며 무슨 화풍이고 어느 시대의 작품인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겨울이 끝나는 계절, 추위는 여전하고 산길곳곳에 눈이 수북한데 선비가 나귀를 타고 매화를 찾아 나섰다. 선비는 추위를 막으려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싸 맺으나 막대 끝에 짐을 주렁주렁 단 어린 종은 옷도 얇게 입고서 낑낑거리며 걷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부분 심미적인 쾌감을 즐기기 위해서 그림을 감상한다고 하지만 시선이 따뜻한 저자는 그림을 통하여 나를 되돌아보고 점검해보는 것도 심미적인 목적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끝으로 저자는 마지막 페이지에 이렇게 써 놓았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정답이 없는 인생을 살아가다

 
     
 
 
임영호, 대전 출생, 한남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총무처 9급 합격, 행정고시 25회,대전시 공보관, 기획관, 감사실장, 대전 동구청장, 18대 국회의원, 이메일: imyoung-ho@hanmail.net
보면 실수할 때도 많고 후회스러울 때도 많다. 그럴 때 인생의 지침을 내려줄만한 스승을 만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때로 그 스승이 (........) 공자 맹자처럼 역사속의 인물일 수도 있고, 그림이나 음악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그림 속에서 만나는 사람도 자신이 듣는 자세만 되어 있다면 분명히 자기 인생의 멘토가 되어 속삭여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유명한 그림도 감상하며 인생에 교훈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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