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모범적인 활동으로 사회 이끌어야
종교인, 모범적인 활동으로 사회 이끌어야
  • 안기호
  • 승인 2013.05.04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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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안기호 회장 ...클래식한 성직자가 가야하는 종교인의 세상

   안기회 회장
전통적 작곡 기법이나 연주법에 의한 고전음악으로 클래식은 흔히 대중음악 보다는 고풍스럽고 품위 있는 음악이라는 느낌을 준다. 흥미로운 것은 그 어원을 보면, 클래식은 ‘납세자 계급에 속하는 자'를 뜻하는 라틴어 'classicus'에서 유래한 것으로 '모범적'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다. 즉, 성실하게 납세하는 자가 그 사회의 모범적인 사람이라는 것이고, 이것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켜야 할 불변의 가치임을 말해준다.

얼마 전 조계종 승려들이 담배 연기 자욱한 호텔방에서 술병을 기울이며 억대 도박판을 벌여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이 땅에 종교가 탄생한 역사 이래, 많은 종교 지도자들은 일단 종교가 번성하기 시작하면 정치 개입과 도덕적 타락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 종교개혁을 통해 반향세력이 일어나긴 하지만,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을 뒤돌아 볼 때 한 편으로는 계속해서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종교는 신앙을 통해 인간의 영적인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국가와 사회를 선도하는 데 앞장을 서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승려들의 문제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비단 특정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며,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닌 것은 그 동안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 되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 등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게 되었고, 종교에서 이탈하는 ‘가나안 신앙인’(‘가나안’은 반대로 읽으면 ‘안 나가’로 홀로 신앙생활을 하는 소속 없는 신앙인)이 많아지고 종교를 갖지 않는 무신론자의 수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일반 선거에서는 자장면 한 그릇만 얻어먹어도 몇 십 배의 벌금을 내게 하고, 심지어 금품을 제공한 후보자는 당선 무효가 되도 할 말이 없게 된다. 그런데,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권위와 명예를 위해 과부의 쌈짓돈 같은 헌금으로 각종 종교의 수장자리를 놓고 선거 때마다 엄청난 돈을 쓰고도 모자라, 고소와 고발 그리고 분파를 거듭하면서도 성직자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종교인 과세 문제가 거론되는 것 같더니 몇 몇 종교 지도자들의 반발에 밀려 후퇴해 버린 것 같다. ‘숭고한 신앙 활동으로 발생하는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정의하고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느냐’라는 주장에 대해 나름대로 경청할 이유가 있다고도 본다. 하지만 이를 종교인들의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로 접근하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종교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논의의 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신도들이 감사한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바치는 헌금이, 나눔과 봉사를 전제로 하고 종교 고유의 목적사업에 쓰일 때에야 종교 지도자들은 그에 합당한 대우와 존경을 받을 것이다.

최근 기부금을 받는 단체의 경우 정부는 그 내역을 인터넷 등 대중매체를 통하여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개인의 정보가 유출되며,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가 축소될 우려도 없지 않지만 기부금을 낸 사람들은 소득세 공제를 받기 때문에 그 제도는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특히 종교단체의 재정관리의 투명성을 유도하여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정리 될 때 모든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들이 될 것이고 더불어 집나간 아들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신도들이 늘어날 것이다.

교회 은퇴 후 10년 동안 스스로 귀양살이를 택한 박조준 갈보리교회 원로목사의 인터뷰기사 “성직자는 왕이 아니라 섬기는 머슴(servant)일 뿐이다”라는 글을 접한 한 언론사 간부는 “왕 노릇뿐만이 아니라 성직자가 왕 위의 신으로 군림하는 것이 문제다”라는 말을 해 쓴 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차제(此際)에 성직자들이 신이 아닌 인간임을 자복하고 인간이기 때문에 저지를 수 있는 탐욕과 실수를 자백할 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굳이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은 많은 사람들도 예수님이 가장 낮은 신분으로 이 땅에 내려와 인간의 모습으로 죽기까지 우리 인간을 섬기신 일은 잘 알고 있다.

종교인 납세 문제를 단순한 세금 문제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종교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양적, 질적 자원들을 어떻게 사회적 약자들과 공유하고 나누고 섬길 것인지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실천할 때 대다수의 가나안 신앙인들이 되돌아 올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성직자들이 겸손한 자세로 클래식한 모습까지 보여준다면 존경받는 성직자가 될 것이다. <필자 안기호 님은 배재대, 목원대 이사, 대전시 교육위원, 경실련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프레벨 회장과 대전 극동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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