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가득한 가정, 성숙한 사회의 출발
사랑 가득한 가정, 성숙한 사회의 출발
  • 심은석
  • 승인 2013.04.15 13: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은석의 세상사는 이야기]치안력 강화보다 화합하는 가정이 우선

   심은석 세종경찰서장
산과 들에 봄꽃이 예쁘다. 하얀 목련이 제 기쁨에 황홀하여 지려한다. 화려한 며칠간의 순백을 뽐내더니 속절없이 저 버린다. 미호천변의 벚꽃이 하얀 물보라 일으키는 파도처럼 일어난다. 하얀 터널을 이루는 벚꽃사이로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생생대는 자전거의 울림도 싱그럽다. 휴일이면 가족단위의 야외활동이 많다. 부부의 다정한 걸음걸이, 또한 아장거리는 아이들의 뒤따름, 그리고 사랑이 가득한 가족의 눈망울, 가족과 함께 하는 휴일 풍경은 익숙한 모습이다. 주말이나 휴일에 전화를 하거나 모임을 주선 하는 것은 이제는 분위기에 맞지 않는 불편해 하는 세태이다. 그 만큼 가족이라는 삶의 기초는 우리들 일상에 소중한 가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어제는 어린 남매의 감동적인 사랑이 가슴을 울렸다.
8m 깊이 맨홀에 빠진 초등학생 누나가 까치발로 1시간을 버텨 동생을 익사 위기에서 구해냈다는 언론기사다. 서울 성북구 송중동의 체류지 펌프장 내 화단에서 허모(11)양과 남동생(10)이 8m 깊이의 맨홀로 추락했다. 해당 맨홀은 체류지 펌프장의 지하물탱크와 연결되는 가로 2m, 세로 0.6m 크기의 사각형이다.

이 사고로 누나 허양은 귀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고 남동생은 저체온증세로 치료 받았다. 당시 남매는 공부방 수업이 끝나고 귀가하던 중 맨홀 주변을 뛰어다니다가 변을 당했다. 구조에 참여한 소방대원은 "구조 당시 누나 허양은 턱 밑까지 물이 차 있던 위급한 상황에서 까치발을 한 상태로 동생을 안고 있었다" 며 "맨홀에는 1.2m의 물이 차 있어 남매가 침착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면 생명이 위험했다는 보도이다. 얼마나 가슴훈훈한 남매의 무조건적 가족의 사랑이야기인가.

사람은 근원적으로 외로운 존재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극복하면서 인간의 자존과 자아를 형성해 가게 된다. 그 근원적인 고독을 해소하고 사랑이 가득한 공동체를 만드는 바탕은 가족이다. 건강한 가정이 되어야 사회가 건강하다. 건강하지 못한 결손가정이나 폭력으로 가득한 가정에서 폭력을 배우고 범죄에 둔감한 사회구성원을 양산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폭력범죄가 미국의 2배 일본의 7배에 이른다는 통계이다. 폭력에 둔감한 가정에서 성장하고 폭력이 일상화된 학교와 이웃들의 틈바구니에서 성장하면 폭력과 범죄 성향으로 발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가정폭력은 부부간의 폭력뿐만 아니라 형제 자매, 부모, 자식간의 폭행이나 폭언, 협박, 감금등 일체의 유형, 무형의 행위가 포함된다. 경찰은 가정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인성을 황폐화하고 가정을 멍들게 하고 장래 범죄와 폭력에 둔감한 사회의 시작이 되는 가정폭력 행위를 4대악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근절과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

세종경찰에서도 성폭력 상담소, 다문화 가정 지원센터, 여성 단체 협의회등과 상호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정례적인 간담회와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 하고 있다. 가정폭력 신고사건에는 적극적으로 현장에 임하여 격리조치와 임시조치, 피해가 중대하고 회복 불능시에는 현행범체포 등 개정된 가정폭력 방지법에 따라 적극적인 조치를 한다.

사법적 잣대로 재단하기 전에 가정의 갈등과 문제는 가족 구성원이 양보와 배려, 그리고 사랑으로 해결하고 따뜻한 사랑 공동체를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 경찰이나 외부 기관에서 개입하고 법률적 판단으로 처리한다면 가정폭력의 악순환은 근원적으로 근절되기 어렵다.  가족 구성원, 특히 가장인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정의 중심을 잡고 배우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자녀들도 동등한 인격체로 자존감과 주체의식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

많은 범죄인을 접하면 그들은 가정의 소중함을 모르고 어린 자녀들을 소유물로 생각하거나 배려하고 존중하는 부부의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행복의 가치를 소중히 하지 못한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탈선과 비행에 쉽게 노출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기심과 배타성, 적대감을 드러내게 된다. 부모재산이 많은 집안에도 형제간, 부자간 분란을 많이 보게 된다. 명절 전후에는 형제간의 폭력과 칼부림 사건도 보게 된다.

형제간 부모 자식간에 재산상속문제로 의절하는 사례도 많이 보게 된다. 재물이 없었으면 편안했을 가정에도 재산문제가 대부분 화가 되는 수가 많다.  서울 초등학교 남매가 8미터 깊이의 저수조에서 동생을 살리기 위해 까치발로 서서 극도의 공포를 이기며 가족의 사랑을 보여준 어린 남매의 교훈을 우리 성인들이 배워야 하지 않을까. 가정의 안전과 행복, 사랑이 가득한 가정이 많아야 사회 자본이 성숙해 진다는 생각이다. <필자 심은석은 현직 세종경찰서장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