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6일 한 해 중 가장 큰 달이 뜨기 하루 전.
금남면에서는 지신밟기로 발복(發福)을 기원(祈願)했고 소정면 대곡리 마을에서는 장승제로 마을의 안녕을 빌었다. 장승제는 5일 오후 4시 30분, 풍물패의 꽹과리 소리를 신호로 시작되었다. 새로 깎은 막내는 풍상에 퇴색한 형님 장승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젊은 피’로 마을을 지키고 서 있었다.
그 옆으로 고목들이 병풍처럼 도열하면서 장승에 쏟아지는 바람을 막아서고 있었다. 팔각정 ‘쌍괴정’(雙槐亭) 앞에 늘어선 기괴한 형태의 장승들은 수백년 동안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다. 윤달이 드는 해에만 장승제는 지내고 있어 4년 마다 한번 씩 열리는 마을 최고의 행사였다. 남자 장승은 사모관대를 썼고 여장승은 곤지를 찍고 족두리로 장식하여 여성임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이날 장승제에는 유한식 연기군수가 나와 마을 주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유 군수는 “한해의 안녕을 비는 장승이 대곡리 마을에 행운을 가져다 주길 바란다” 며 “올해 만사형통하시고 원하시는 일이 모두 이뤄지도록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유 군수는 이어 고교 동창이자 이 마을 출신인 박상돈 전 국회의원을 소개한 뒤 손을 맞잡고 “저하고 아주 친하게 지냈고 동기 동창”이라고 재차 소개했다.
이어 제주(祭主)가 고목 아래 차려진 제사상 쪽으로 자리를 옮겨 장승제를 주관했다. 가끔 순서를 잘못 읽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빙 둘러싼 참석자들의 눈에는 실수도 아름답게 보였다. 신주를 뵙는 참신례에서 당헌례, 축원소지, 장승헌례 순으로 진행되었다.
대곡리는 ‘한절골’로 불리며 옛날에 대사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입구에 문화재 자료 42호인 대곡리 3층 석탑이 이 마을이 절골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석가모니의 사리나 유품을 보관하기 위한 탑이라는 설명이 불심 가득했을 마을 선조들의 마음을 가늠하게 해 줄 뿐이었다.
장승제와 함께 약 4Km 떨어진 운당 2리에서는 수살제와 달맞이 행사를 가졌다. 수살제는 일제 강점기 이전부터 지내온 것으로 수령 300년 된 느티나무에서 마을의 안녕과 무병장수를 비는 행사다. 이제는 전통적인 달맞이 행사의 대표가 되어 달집 태우기와 풍물놀이, 투호던지기, 제기차기 등이 더해져 풍성한 축제로 승격되었다.
이틀간에 달맞이 축제에 이어서 6일에는 서면 용암리 고복 저수지에서 용왕제가 열리고 다음날에는 역시 용암리 마을 뒷산에서는 목신제가 전통의 고풍스러움을 보여준다. 특히, 7일 저녁 7시30분에는 민속놀이인 강다리 행사가 예정되어 한해의 풍요를 기원한다. 용암 강다리 행사는 남녀가 힘을 겨루는 놀이로 남성이 이기면 동네에는 건달이 많아지고 난봉기가 생기면서 살림이 피폐해진다. 반면 여성이 승리하면 마을이 단합되고 질서가 잡히면서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남성이 이길 것이다. 대곡리 장승제와 운당리 수살제를 사진으로 스케치 해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