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에서 구글 나오려면...
대덕에서 구글 나오려면...
  • 대덕넷 제공
  • 승인 2012.11.1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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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언론인 미국 인상기③]아이디어에 투자자·인재·경영진 조화
구글 창업자 보듯 융합형 인재육성 시급…문·이과 구분 폐지해야

 애완견을 데리고 와 동료와 회의하는 모습은 구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2012 HelloDD.com
눈으로 본 구글은 신기했다. 느껴지는 분위기에 재미가 묻어난다. 눈앞에 구글 어스를 통해 전세계를 어디든지 접근할 수 있다. 최초의 민간 우주 여행을 시도하는 '스페이스 X'의 모형이 놓여 있는가 하면 티벳 승려들이 눈앞에서 만다라를 만들고 있다. 애완견을 데리고 와 동료와 회의하고, 음료와 음식 등을 자유롭게 마시고 먹을 수 있다. 뉴욕에서는 길거리에서도 정장 입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사무 공간 어디에도 신사복 입은 사람이 없다. 반바지에 슬리퍼 등등 복장이 정말 자유롭다.

'검색을 세상을 바꾼 구글 스토리'란 책에서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대학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했는데 정말이다. 자유로우면서도 학업에 있어서는 치열하듯이 자율적이면서도 성과를 내는 그런 모습들이다.

안내를 맡은 관리팀의 이지훈 씨는 "구글의 보수 수준이 다른 곳보다 높지는 않다. 어느 경우는 애플 보다 낮다. 잔여 근무를 해도 그런 수당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은 우리가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998년 창업이래의 전통인 매주 금요일 오후에 열리는 TGIF회의에는 여전히 창업자들이 나와 회사 운영과 관련해 궁금한 사항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으며 회사 설립의 초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구글의 스토리는 미국이 얼마나 역동적인 나라인가를 대변해준다고 할 수 있다. 1998년 대학에서 출발한 조그마한 벤처가 2011년 현재 387억 달러의 매출에, 2만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60년 전통 뉴욕 타임즈의 2011년 32억 달러 매출에 비해 10배가 더 많은 것이다.(참고로 우리나라 조선일보는 약 4000억원으로 약 3억5000만 달러 내외)

구글의 성장 과정에는 실리콘밸리의 벤처 생태계가 큰 역할을 했다. 창업자들의 아이디어를 믿고 투자해준 엔젤 투자자와 벤처 캐피탈, 조그만 회사이지만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인재들, 많은 경험을 하고 회사를 반석위에 올려놓기 위해 합류한 경영진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이란 모토를 지지해준 언론과 고객 등등의 생태계가 존재했기에 구글의 오늘은 가능했다.

그런 가운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창업자들. 어머니가 유대인인 래리 페이지와 부모 모두 유대인이고 이민 1.5세대인 세르게이 브린의 담대한 꿈이 구글의 오늘을 만드는 원동력이 됐고, 구글의 미래를 보장한다고도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검색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편의를 주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고집이 구글의 오늘을 만들었다.

 

대학에서 출발한 조그마한 벤처가 세상을 움직이는 혁신적인 대기업으로 변모한 것은 구성원들의 믿음 때문이다.
ⓒ2012 HelloDD.com
돈도 되겠지만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목표로 무인 자동차, 우주 엘리베이터 등등의 것을 연구하고 있다. 그 중에는 전세계에 존재하는 책 3000만권을 스캐닝해서 디지털 검색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프로젝트도 있다.

구글의 두 창업자들을 보면 발상이 자유로우면서도 생각의 크기가 다른 사람과는 10배, 100배 차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대인들로서 가정 교육을 잘 받았고, 어릴 때 몬테소리 교육을 통해 궁금한 것은 시도해보는 경험을 한 것도 이들의 사고 및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의 이공계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인문학적 지식의 바탕. 구글 관련 서적 등에 따르면 1995년 스탠포드대학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처음에는 날카롭게 대립한다. 그러나 몇 번의 말싸움 아닌 말싸움을 거치며 상대를 알아보게 되고, 서로에게 끌리며 창업에 이를 때까지 3년 간을 거의 매일 만나 이야기하며 서로의 꿈을 키운다. 이들은 기술에 대해 말하는 한편 다른 면에서는 자신의 인생관과 세계관, 철학 등에 대해 깊은 의견을 나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힘을 합쳐 세상을 뒤바꿔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 명문에 속하는 교토대에는 교토대생들의 역량을 나타내는 말이 전해진다고 한다. 교토대생 5명이 힘을 합치면 세상을 뒤바꿀 수 있다는. 그런데 너무나 개인들의 개성이 강해서 5명이 뭉쳐지지 않는게 현실이라는.

그런데 스탠포드 대학생 두 명이 힘을 합치자 세상은 변했다. 구글 이전과 구글 이후로. 검색을 비롯해 갖가지 미래 연구가 행해지며 앞으로 구글의 끝이 어디일지는 가늠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 창조형 인재 육성 위해 문과-이과 폐지 절대 필요

 

구글의 두 창업자의 상상력과 담대함, 추진력 등은 이들이 전형적인 융합형 인재라는 것을 말해준다.
ⓒ2012 HelloDD.com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구글의 두 창업자와 같은 인재들을 만들어 낼 것인가? 두 사람은 출신은 이공계이지만 이들의 상상력과 담대함, 추진력 등등을 볼 때 전형적인 융합형 인재라는 것이다. 사실 미국 상황에서는 융합형 인재라는 표현이 맞지 않다. 미국은 한국처럼 문과. 이과로 나누어서 교육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을 알 경험을 갖지 못한 고등학교 아이들을 문과, 이과란 울타리로 나누어 기르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게 하고, 지식의 편식을 시키는 나라는 세계에서 두 나라뿐이다.

바로 우리나라와 일본이다. 일본은 그나마 자신들의 논리라도 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근대화의 쓰나미에서 살아남기 위해 역할 분담을 했다고. 일본이 문과, 이과로 나누게된 정황은 메이지 유신과 관련이 있다. 1840년 아편전쟁이 일어나고 1853년 페리 제독이 검은색의 미 군함을 이끌고 개항을 요구하는 서양의 동양 침략이 한창인 가운데 일본은 격랑에서 살아남고자 내부 개혁을 일으키는데 그것이 1868년의 메이지 유신이다.

막부 시절에는 쇄국 정책을 실시하면서도 네덜란드와의 교역을 통해 서양 사정은 알아왔고, 난학(蘭學)이라 하여 의학을 중심으로 서양 학문을 도입해 왔다. 그러다가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서양 문물을 도입키로 하고 정부 수립 3년만에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한다. 1871년 이와쿠라 사절단이 그것. 메이지 정부의 고관 가운데 반이 포함된 이 사절단은 1년하고도 10개월을 미국과 유럽을 돌면서 구미가 패권을 쥔 배경을 공부한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14세기 르네상스와 15세기 신항로 개척, 16세기 시민사회, 17세기 과학혁명, 18세기 산업혁명에 이르기 까지 400여년의 발전사를 한꺼번에 배우기 위해서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법과 제도는 문과로, 기계와 기술은 이과로 나누어서 서양의 근대 문명을 배우자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고등학교에 인문계와 실업계가, 대학교에 문과와 이과가 만들어지게 된다.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며 본토 체제가 그대로 이식됐다.

오늘날 우리가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문과와 이과의 출발 배경은 한마디로 말하면 식민지 잔재이다. 우리도 지난 50년의 공업화 과정에서 문과 이과로 나뉜 것이 일정 부분 도움이 됐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과학 수준을 비롯해 사회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 서양 문명을 상당부분 체화시켰다고도 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문과 이과로 나누어 반쪽짜리 인재만을 양성하고 있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란 두 창업자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앞으로는 과거 답습형 인재가 아니라 자유롭게 사고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의형 인재가 필요하다. 이런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우선 문과 이과 폐지가 시급하다. 경제학을 하면서도 수학을 하고, 공학을 하면서도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사람에게 도움되는 도구를 만드는 사람이 돼야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한국은 1962년도에 경제개발 계획을 시작한 이래 반세기가 됐음에도 경제의 선순환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경제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대기업인데 대기업의 절대 숫자는 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이 다시 대기업이 되는 선순환은 없다. 대기업 자체의 세포 분열과 밀어주기로 전체 숫자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예를 들면 삼성이 기존의 삼성전자에, 제일제당 계열의 CJ그룹과, 신세계 백화점 등의 신세계 그룹, 한솔그룹 등으로 커진 형국이다. 현대도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으로 세포 분열을 하며 숫자를 늘려갔다.

미국에도 포드와 GM, GE, 보잉 등등 전통의 대기업들이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등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기업들이 소기업에서 시작해 글로벌 대기업이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와 뉴욕 등을 둘러보며 느낀 것은 이제는 우리가 실천할 때라는 것. 세계가 교통 및 통신의 발달로 점점 작아지고, 기존의 국경 개념이 약해지는 가운데 구글 모델은 분명히 우리에게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생태계를 배워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해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동시에 창조형 인재가 자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를 위해서는 현재의 장벽을 무너뜨려줄 필요가 있다. 문과와 이과 구분의 폐지가 그것이고, 더 나아가 테크숍 같은 것을 만들어 사람들이 몸으로 만들어보며 느끼고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다양성을 존중할 때 우리의 생존 기반은 더 한층 다져질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이석봉 대덕넷 기자> happymate@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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