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조치원 역”
“내 인생은 조치원 역”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2.01.19 11:1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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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진범수 조치원역장...실습이 맺어준 인연

   진범수 조치원역장이 설 명절을 맞아 귀성객 맞이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조치원역은 내 마음에 영원히 간직된 소중한 고향입니다.”
진범수 조치원역 관리역장(60)은 지난 70년 12월 철도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조치원역에서 처음 실습을 했다. 71년 1월 정식으로 철도원이 된지 42년 만에 올 6월 정년으로 정든 철도를 떠난다. 그래서 더욱 조치원역에 애정이 깊다.

용띠인 진 역장은 임진년인 올해 흑룡의 해를 60년 만에 맞아 감회가 새롭다. 무엇보다 조치원역이 올 7월 탄생하는 세종특별자치시의 관문이 되기 때문이다. 정년을 앞두고 조치원역에서 마무리를 멋지게 장식한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진 역장은 설을 맞아 비상근무체제로 직원들과 함께 귀성객을 따뜻하게 맞이하려고 분주하게 역을 오가고 있었다.

  1905년에 건축된 조치원역을 헐어버리고 99년 새로 신축한 조치원역사.

     직원들과 함께 더럽혀진  조치원역사 후미진 곳 청소하고  페인트칠 나서 

지난해 7월 철도원으로 마지막 보직을 조치원역 관리역장으로 임명받은 진 역장은 철도인생의 마무리를 멋지게 장식하라는 운명으로 여기고 역 가꾸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1905년에 지어진 구건물을 부수고 조치원역은 1999년 7월 신축됐지만 외관에만 치중한 설계와 1,2층의 사무실 임대로 3층에 매표실과 대합실, 사무실이 집중되어 불편하기가 그지 없었다. 게다가 청소관리는 용역업체가 한다는 인식으로 역사는 점점 지저분해져 2011년 청소품질평가에서 전국 최하위의 망신을 당했다.

이에 진 역장은 직접 나서 직원들과 함께 후미진 곳과 지저분한 벽면 등을 깨끗이 청소하고 새로 페인트칠을 하여 분위기를 일신했다.

진 역장은 “자신의 집일처럼 매일 조금씩 정성을 기울이자, 직원들도 조치원 역사에 대한 애착과 함께 책임감도 생기더라”고 말했다.

   고려대와 홍익대 등 조치원에는 캠퍼스도 많아 주말엔 조치원역 출구가 붐빈다.  

     KTX 오송역과 연계  세종시의 관문 조치원역 위상 크게 높아질듯

조치원역은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의 행정구역에 속하지만 연기군보다는 조치원으로 더 알려져 있다. 조치원역에는 경부선과 호남선이 지나고 충북선의 기저이기도 한 중요한 역이다. 현재 철도시스템은 서울, 대전 역 등 큰 역을 관리역으로 하고 산하에 역들이 속해 있다. 조치원역은 현재는 부강역과 매표역을 관리하고 있다. 세종시가 탄생할 경우 조치원역은 인근 소정리역, 전의역, 전동역, 서창역, 내판역, 부강역, 매포역과 함께 앞으로 KTX 오송역과 연계해 세종시의 중요한 관문 역할이 기대된다.

일부에서는 세종시의 탄생과 함께 조치원읍의 공동화현상을 걱정하기도 한다. 조치원역 인근에 고려대와 홍익대 캠퍼스가 있고 청주, 공주, 대전, 천안의 중앙에 있어 각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이자 주변지역에서 생산되는 물자들의 집산지이기 때문에, 조치원은 지역의 대표성을 띠고 있는 소중한 곳으로 앞으로도 발전이 기대되는 곳이다.

       조치원 지명 ‘최치원(崔致遠)’ ‘조천(鳥川)’등 유래 두 가지 설

    1905년 1월 1일부터 영업이 개시된 조치원역사의 초창기 모습.

   동란을 지나고 평온을 찾은 1950년대 후반의 조치원역사 전경.

  세계적인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부흥을 이루기 시작한 80년대 조치원역 모습.

조치원 지명은 두 가지 설이 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부터 원이 설치되고, 상인들을 위한 임시부락이 발달해 최치원이 상업을 장려했다. 최치원(崔致遠)의 이름과 비슷한 조치원으로 지명이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또 하나는 일제시대 경부선을 부설할 때 들판 이름이 ‘조천(鳥川)’에서 일본식 발음의 유사성을 피하기 위해 조치원이 됐다는 설이다.

진 역장은 “조치원역을 볼 때마다 아쉬운 점은 99년에 일제시대 목조 건물의 옛 역사를 허물어버린 것이다”고 아쉬워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남겨두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여운을 남긴 진 역장은 “장항선의 청소역 같은 건물은 제발 헐지 말고 보존되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조치원역 앞에 조성된 '공간의 에너지'상
진 역장은 “70년에 처음 조치원에 올 때도 읍이고 2012년인 지금도 읍이지만 조치원은 뼈대가 있는 도시”라며 “앞으로 세종특별자치시에 걸맞는 눈부신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장으로 부임한 이래 지난해 12월 방송사와 공동으로 관내 시각장애인들과 KTX를 타고 부산 나들이를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한다. 이런 행사를 퇴임하기 전인 5월에 한번 더 가질 예정이다.

진 역장은 충남 천안시 성남면 대화리에서 농부인 진성규씨의 6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나 가난하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못하고 직업을 찾다가 철도와 인연을 맺었다. 진 역장은 천안 병천고를 졸업한 후 철도고등학교 전문부 1년과정을 졸업하고 철도원으로 근무하게 됐다. 진 역장의 가족으로는 동갑내기인 조군자 여사와의 사이에 스포츠맨인 용철(35. 한국장애인사이클연맹), 용식(34. 장애인사이클 국가대표선수)와 양궁 국가대표를 지낸 막내 용수(32. 양궁제조업체 두성무역 근무)씨가 있다.

철도원으로 성실하게 근무하면서도 힘이 됐던 것은 운동선수로서의 아들들의 활약이었다.
둘째 용식씨는 시드니장애인올림픽에서 금, 동메달을 따냈고 부산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자지하는 등  화려한 경력 외에도 올해 9월에 열리는 런던장애인올림픽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진 역장은 퇴직 후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영국에 갈 계획이다.

    학생들에게 방학을 이용한 기차여행을 유혹하는 무제한 열차타기 플래카드.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자” 좌우명 새기며 고객 관리에 최선 다해

“배려하는 마음가짐으로 근무하자” 는 좌우명을 지닌 진 역장은 “철도인으로 고객을 존중하면 고객이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진 역장은 건강관리를 위해 쉬는 날에는 어김없이 등산을 한다. 한국철도산악연맹의 총무이사를 10년간 맡기도 했던 그는 전국의 명산을 100곳 가까이 올랐다. 등산하면서 가장 기억남는 곳으로 대구 팔공산의 운해(雲海)와 전남 보성 팔영산의 일출(日出)을 꼽은 진 역장은 설명절 귀성객 맞이 근무를 위해 자리를 떴다.  42년이나 철도원으로 근무 중인 진범수 역장에게 조치원역은 신앙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연락처) 010-7676-8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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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이 2012-02-20 18:11:37
특별한 인연이란 말 실감 합니다.
42년전 첫 발령~~ 이제 그마지막 근무지로 조치원 역과의 인연 말입니다.
근디 역장님!!! 지역 봉사 너~무 많이 하시는것 같아요 늘 고맙고 감사하고 존경 스럽습니다.

박경자 2012-02-01 16:35:29
존경합니다.
42년 긴세월 조치원역과 함께하신 산 증인이십니다.
새벽열차소리에 오늘도 어제처럼 희망의 하루를 전해주시는 감사함을 영원히 잊지않겠습니다.

스톤 2012-01-30 13:17:25
새들이 머물다 가는 곳...鳥致院
그곳의 역사와 한 노 승무원
인생 자체가 조치원 같은 것 아닐지요..
부디 여생을 건강하게...

김일호 2012-01-21 11:30:29
소중한 역사를 조명해 주셨습니다
세종시 관문으로 우뚝 서는 조치원의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