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봉사활동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 이정아
  • 승인 2016.08.03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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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부강중 이정아 교사,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부강중 이정아 교사
“다음번에는 할머니들께 들려드릴 노래를 준비해야겠어요.”
“다음번에는 안마를 해드려야겠어요.”

세상을 보다 따뜻하게 하고 아름답게 하는 아이들의 말이다. 시키지 않았어도, 봉사 활동 후 희열과 순수한 기쁨에 넘쳐 나오는 아이들의 애정 넘치는 말을 들을 때 한 순간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져온 즐거운 추억을 상기하는 것처럼이나 행복하다.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올해 부강중학교로 발령을 받고 나서부터이다. 전공이 미술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술과 관련된 ‘미술사랑 어울림 동아리’를 맡았다. 봉사활동은 동아리의 다양한 활동 중의 하나였고, 재능기부 차원의 시작이었지만, 어느 순간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전환점이 되었다.

어느 날이었다. 방과후 한지공예 수업에서는 예상에 없던 일종의 소동까지 있었다. 전교생 150여명에 동아리 회원은 10여명인데 봉사활동에 뜻있는 학생이 30여명 모여들었다. 부강면 노인회관에 전달할 한지부채와 소품을 담은 작은 서랍을 만드는 일이었다.

서툴고 손가락에 풀이 묻고 손끝이 한지 색으로 물들어 가도 개의치 않고 봉사활동이 참여하려는 마음 따뜻한 아이들을 보노라니 마음 뿌듯하고 대견했다. 직접 만든 선물을 노인회관에서 전해 드렸고, 말벗이 되어 드리고 안마를 해드리며 손녀 손자의 마음을 전했다.

다음으로 ‘꽃동네 노인복지요양원’..... 잊을 수 없는 장소이자, 앞으로 봉사활동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곳이다. 꽃동네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은 거동이 불변하신 분도 있고 알츠하이머, 기억장애, 언어장애 등으로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분들이었다.

   꽃동네 노인복지요양원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놀이시간
어르신들을 처음 만났을 때 내 자신이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사회 여러 곳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을 텐데, 이제껏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함께 갔던 학생들 역시 작은 도움이나마 베풀고, 어르신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곳 시설의 어르신들은 가족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거의 외부출입을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야외산책을 유난히 좋아하셨다. 어르신들을 휠체어에 앉혀드리고 모자를 곱게 씌어드린 후 요양보호사분의 지도하에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요양원 주변에 있는 수녀님들이 가꾼 꽃, 나무 등의 식물을 천천히 바라보며 말벗이 되어드렸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 연예인,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잘 모르시지만 어르신들은 웃어주시고 즐거워해 주셨다. 1시간 남짓 이제 실내로 들어갈까 했더니 할머니께서는 “밖에 좀 더 있다가 들어가요. 학생들 없으면 밖에 못 나와요”라며 아쉬워했다. 누군가 보호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밖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식사시간, 학생들과 함께 팔의 움직임이 불편하신 어르신의 식사를 도왔다. 숟가락에 밥, 반찬을 올려드리고 흘러내린 음식을 닦아드리고... 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식사 중이신 어르신들을 보며 가족과 우리 자신을 생각하면서 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인 ‘먼저 손을 내어 주고 함께 걷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어르신들께 해드리는 것보다 마음으로 더 큰 것을 얻어가는 기분이었다.

   부강면 노인회관에서 봉사활동 후 사진을 찍고 있는 아이들
함께 했던 학생들은 매회 봉사활동이 진행될수록 “생각하고 깨달은 게 많았어요”, “봉사활동을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어르신들이 사용할 부채를 만들어 와야겠어요” 등 더욱 애정을 갖고 활동했다. 앞으로 월 1~2회 봉사활동을 이어나가야겠다고 다짐하는 힘이 되는 말이었다.

내게도 그렇지만 학생들에게도 뜻 깊은 경험이란 것을 아이들의 눈빛과 말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산책과 가벼운 대화 같은 것만으로 마치 전염된 것처럼 나와 아이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우리를 뒤돌아보고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경험이었고, 진로와 인생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는 기회였다.

이렇듯 아이들과 함께 한 봉사활동은 수줍고 소극적이었던 학생들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 내고 자신의 재능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작은 마음이라도 사회에 보탬으로 전해지는 활동이었다. 미술로 만나 진정한 마음의 아름다움을 틔우는 에너지였다.

그래서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한 봉사활동을 한 마디로 고쳐 말하고 싶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가치 있고 소중한 것을 발견했다. 아이들과 한 봉사활동에서 찾은 나의 세렌디피티를... 행복을 플러스하는 삶의 자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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