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교장선생님, 고맙습니다”
“호루라기 교장선생님, 고맙습니다”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6.04.20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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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충남기계공고 박준태 교장, 학생 안전지킴이 6년째 순찰 열정

점심시간 끝나기 5분 전 운동장 향해 신호보내 수업대비케...수시로 교정 돌아 

  박준태 교장이 점심시간 끝나기 5분 전에 학생들에게 땀을 식히고 수업에 대비하라고 호루라기을 불고 있다.
점심시간 끝나기 5분 전, 대전시 문화동에 위치한 충남기계공고 운동장을 향해서 양복차림에 호루라기를 목에 건 한 선생님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학생들에게 호루라기를 길게 불며 신호를 보낸다. 학생들이 땀을 식힌 후 5교시 수업을 제시간에 차질 없게 대비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호루라기를 불고 있는 사람은 충남기계공고 박준태 교장이다.

지난 2012년 9월에 충남기계공고에 부임한 박준태 교장은 학생들의 안전에 가장 중점을 두었고, 눈높이 교육으로 학생들의 올바른 인성 함양에 노력했다. 특성화 고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게 하여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러기 위해 선생님들이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학생을 도와주는 교사 역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신뢰와 봉사로 감동을 주는 학교를 만들어갈 책무가 있기 때문에 교장부터 교육현장에서 안주해선 안 된다는 소신으로 출근과 동시에 학교 주변을 돌며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학교 분위기와 시설이 좋고요. 선배들이 괴롭히지 않아 좋아요. 교장 선생님 짱이예요.” 올 봄에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박 교장에게 환하게 웃으며 얘기한다.

“소나기가 오면 속옷이 젖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 도망 가버리기 때문입니다. 한발자국씩 가야지요. 문민정부 때 공업을 홀대하여 애를 먹었지만 이제 다시 좋은 아이들이 들어와 특성화교육에 기회가 생겼습니다.”

박 교장은 시간 날 때마다 각 반을 돌며 아이들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주제는 ‘삶과 꿈, 직업의 의미 등’을 얘기하며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학교 현장의 중심에는 교사가 있는데 교장이 먼저 변하고 교사와 학생이 변해야 학교가 변한다는 지론이다. 박 교장은 매주 월요일에 ‘훈화자료’를 한 편씩 올린다. 그러면 교사들과 직원, 그리고 학생들은 훈화자료를 보면서 학교 돌아가는 소식과 교장 선생님의 덕담을 마음속에 새기곤 한다.

박 교장이 훈화자료를 인터넷으로 올린 것은 2004년 3월 1일부터다. “교육적이지 못한 것을 교육이라는 이름을 빙자하여 합리화시키지는 않았는지 반성한다”며 철저한 자기반성이 이루어진 후, 박 교장은 지금까지 훈화자료를 정성껏 인터넷에 띄우고 있다. 박 교장의 평소 생각은 물론 좋은 글을 공유하고 싶어 올리는데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박 교장이 호루라기를 불게 된 것은 2010년에 대전공고 교장으로 근무하면서부터다. 학생들이 안전의식이 너무 없어 교내외에서 갖가지 사고가 일어나면서 이래선 안 되겠다고 여기고 호루라기를 불기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6년 동안 4개째 호루라기를 사용하고 있다. 박 교장의 호루라기는 구멍이 두 개인데 한 쪽을 막으면 실내용이고 양쪽을 다 사용하면 실외용으로 소리가 꽤 멀리 나간다. 박 교장은 담장을 넘어 동네 쪽으로 이탈하려던 학생들을 발견해 호루라기를 불자, 학생들이 순순하게 되돌아오고, 교장선생님은 웃으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자상한 교장 선생님의 착한 학생들이다.

박 교장은 충남대 공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79년에 지금의 기간제 교사같은 강사로 충남기계공고에 처음 인연을 맺어 3개월 근무하다가 장항공고 교사로 교직에 들어와 83년부터 8년간, 95년에 다시 6년간 충남기계공고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2006년부터 2년간 충남기계공고 교 교감으로 있다가 2010년에 대전공고 교장으로 근무하다가 2012년 9월에 교육자로서 마지막 근무처로 충남기계공고에 부임하여 올 8월 정년을 맞는다. 박 교장에게 충남기계공고는 교육의 시작과 끝으로 인연과 애정이 깊다.

박 교장의 열정으로 충남기계공고는 2015년 교육부 지정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고, 4년 연속 대전시교육청 선정 학교평가 최우수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전국에서 3개 학교만 선정되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사업에 선정되어 56억 원(고용노동부 28억, 대전광역시교육청 28억)의 지원을 받는 등 명문 특성화고교를 만들기 위해 큰 공로를 세웠다.

박 교장은 충남기계공고에 부임하고 나서 3개월 간 문제점을 파악한 후 실천에 나섰다. 점심시간에 학생들을 외출하지 못 하도록 교문을 닫았다. 많은 학생들이 점심을 학교 구내식당에서 하지 않고 동네에서 해결하다보니 민원이 속출한 것. 점심시간 학생 외출금지는 학교주변 식당과 문방구 등 상인들의 큰 반발을 불러 왔다. 하지만 박 교장은 온갖 압력에도 이를 지켜 지금은 정착화 되고 동네 민원도 사라졌다. 호루라기를 불고 다니면서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도 상으로 주는 친할아버지 같이 인자한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인기 “짱”이다.

 박 교장이 1학년 신입생들로부터 학교생활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박 교장의 좌우명은 ‘다운 삶을 살자’이다. 학생은 학생답고, 부모는 부모답고, 자녀는 자녀답고, 교사는 교사다워야 한다는 얘기다. 자기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해야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고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주장이다.

아이들을 탓하기 이전에 선생님이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지식보다 지혜를 가르치려고 노력한 결과, 학교 폭력도 없어지고 아이들의 취업률도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좋은 선생님과 착한 학생의 전통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박 교장의 집무실에는 서예가인 선친 박춘식 선생이 생전에 교감발령시 써 준 ‘筆花開處墨餘農(필화개처묵여농:글로 꽃을 피우려면 먹을 진하게 갈아야 한다)’이라는 글씨가 눈에 띤다. 박 교장은 ‘항상 기본에 충실하라’는 가르침을 받아 오늘도 자만하지 않고 교육현장에서 호루라기를 불며 열정을 쏟고 있다.

박준태 교장은 "호루라기로 본전 톡톡히 뽑았습니다. 교내 곳곳에 위험한 실습현장이 많은데 안전사고 없는 학교가 되었으니까요“라며 앞으로 남은 5개월 동안에도 아이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서 호루라기를 열심히 불고 다닐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전불감증의 대형사고가 많은 나라,  세월호의 뼈아픈 참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곳곳에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박준태 교장 같은 분들이 많아져서 지도자들부터 솔선수범하여 의자에만 앉아 있지 말고, 호루라기를 불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기자만의 사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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