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인 계신다”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인 계신다”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2.09.14 16:4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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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5개 국어로 친절 서비스 서점주인 전순호 도인

청주 가경동 소재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인이 계시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몇몇 세종시민들을 팬으로 만든 그분은 6평 규모의 작은 터미널서점을 운영하며 5개 국어로 친절을 베푸는 전순호 사장(59). 세상을 일깨워주는 그분을 만나고 나서 기자는 호칭을 사장보다는 도인(道人)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친절과 절제가 몸에 배인 분, 세월이 녹아있는 실천하는 아이디어뱅크" 

전순호 청주시외버버스 터미널 서점 사장이 즐겁게 고객들을 상대로 봉사하고 있다.  
오송역 인근에 사는 제보자 정정화씨를 먼저 만나 전 도인에 대해 물어봤다. 정씨는 한마디로 말한다. “세월이 녹아있어요.” 정정화씨는 또한 전순호 도인에 대해 “친절과 절제가 몸에 배인 분으로 예의 없는 사람에게는 가차 없이 철퇴를 가한다”며 “부모들이 아이들 책을 고를 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라고 권하는 등 무궁무진한 이이디어뱅크”라고 소개한다.

기자가 찾아간 시각에 전도인은 외출 중이고 새벽 3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연중 쉬지 않고 10년째 서점을 같이 운영하는 부인 이재숙씨가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부인에게 남편 전순호씨가 어떤 분이냐고 물었다. “도전정신이 강한 분으로 열정적이고 항상 배우려고 노력하는 분”이라고 답한다. 가게 안에는 전선생의 공부열기를 알 수 있듯이 스크랩한 각종 신문의 주요 기사가 줄줄이 매달려 있다.

잠시 후 전순호 도인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작은 키에 깡마른 몸매, 눈빛이 살아있다. 그의 목소리에서 강호 고수를 연상케 한다.

한국어 이외에 영어,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를 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묻자, 전도인은 “잘 하기는 뭘 해요. 이제는 우리나라도 글로벌 시대입니다. 떡볶이 장사를 하더라도 중국어, 일본어를 해야 합니다. 세상이 변하니까 변해야지요. 지금은 국경이 없는 시대입니다. 터미널이 청주시의 관문이기 때문에 나부터 친절로써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문을 연다.

청주터미널에는 오창산업단지의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물론 음성 풀무원의 스페인 친구들이 오다 보니까 자연적으로 외국어를 조금씩 익히게 된 인연이 있다는 전순호씨의 인생역정은 파란만장하다.

전순호 도인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고교를 졸업 후 78년 건설회사인 한양에 취업하여 나이지리아, 리비아, 이라크에서 6년간 근무하다가 32세 때 국내에 들어와 보니 회사에 자리가 없어 자동으로 해직됐다. 이후 국내 골재채취업에 손을 대 큰 성공도 맛보았지만 업계의 시기와 질투로 실패의 나락에 떨어지며 손을 뗐다. 99년에는 대구칠성공단에서 섬유제조업을 시작으로 경기도 파주에 이전하면서 10년 넘게 하다가 2008년 사업을 접었다. 이후 2002년에 부인이 청주 시외버스터미널에 차린 서점에서 일하며 현재는 다른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 한 외국인이 차 시간을 물어보자 친절하게 안내해준, 전 도인은 시내버스에서 만난 해병대 병사와 차 시간에 대해 알려주면서 주간지를 주고 읽어보라고 권했다. 충북대 1년을 마치고 해병대에 입대한 김태영 일병은 포상휴가를 나왔다가 “친절한 서점 사장님을 뵙고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시내버스에서 만난 해병대병사와 만나 인생선배의 경험담을들려주는 전 도인. 
전 도인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신문과 책을 통해 경제흐름 위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라면을 끓여 팔아보지 못한 경제학자와 호미 들고 농사 한번 짓지 않은 농학자가 뭐를 알겠는가”라고 반문하는 전 도인은 “각자 맡은바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어부는 바다로, 군인은 전선으로, 학생은 학교로, 선생은 교단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상은 상처받고 힘든 사람들이 더 잘 살려고 창의적으로 노력하기 때문에 바로 되는 것"

그는 또한 “이세상은 똑똑한 몇 사람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상처받고 힘든 사람들이 더 잘 사려고 창의적인 노력을 하기 때문에 바로 살아지는 것이다. 세상에서 왕따 당하는 사람이 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세상이 변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도 그렇고…”라고 논리를 펼쳤다.

자신을 ‘찢어진 백과사전’이라고 소개하는 전 도인은 말문을 열자 계속 속사포로 특강을 한다.

가게 안에 매달려 있는 신문 스크랩기사에서 끊임없이 공부하는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몸으로 부닥치고 실패를 통해 뼈저리게 느껴서 다시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 몸에 배였다. 파도가 없으면 바다가 정화되지 않는다. 파도가 바다의 일을 한다면 나는 고객의 일을 할 수 있다. 고객이 나로 하여금 즐겁게 시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 나의 사명감이다. 장사는 그 다음에 잘 되게 되어 있다. 베풀면 돌아오게 되어 있다.”

“이 세상에는 원칙이 있어요. 그것을 지키면 됩니다. 바람보다 빨리 눕는 풀은 없어요. 바람이 불어야 풀이 눕습니다. 자세를 낮추고 살아야 됩니다. 밤이 없이 새벽이 옵니까. 겨울 없이 봄이 옵니까. 가끔 터미널 안에서 사람들끼리 싸우면 ‘바람이 부니 먼지가 나지 바람이 안 불면 먼지가 나느냐’고 하면 두말 않고 갑니다.”

“이라크에 처음 일하러 갔을 때 총알이 날아오는 최악의 여건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희망이 있으면 고생이 아닙니다. 주저앉으면 끝이에요. 배우려면 확실히 배워야 합니다. 경영은 대나무 끝에서 휘청거려야만 배우는 것이지, 누가 가르쳐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인터뷰 도중 기자가 좌우명을 묻자, 전 도인은 돌연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고 질문했다. “그날 운 따라 힘 있는 놈이 이긴다”고 대답을 하자, 전 도인은 “배고픈 놈, 절박한 놈이 이긴다”고 말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절박한 놈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만큼 철저하게 편안함을 거부하고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하라 

일고 공부한 내용을 고객들에게 알려준다.
전 도인의 계속해서 “이 세상에 가짜는 많아도 공짜는 없어요. 안 되는 일이 있으면 왜 안 되는가를 걸으면서 끊임없이 왜 태어났는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자기 암시를 하면 해법이 나옵니다. 해법은 자신에게 있어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 사람은 인생도 실패합니다. 철저하게 편안함을 거부하고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하세요. 아주 매서운 겨울시린 바람보다 더 시리게”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전 도인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며 틈틈이 찢어진 신문이나 책 등을 읽고 다닌다. 사랑의 첫째 조건은 소통인데, 소통은 잘 듣는 것이라고 말하는 전 도인은 한 여대생이 신문 한 부를 사가자, 신문에서 인터뷰 기사를 많이 읽으라고 권유한다. 인터뷰에는 역경을 극복하고 한 분야에 일가를 이룬 사람의 평생 교훈과 핵심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흑백논리는 맞지 않아요. 카메라렌즈는 15도이고 인간의 눈은 45도에 불과한 한만큼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야 합니다. 새벽에 일찍 가게에 나오는 것도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몸부림을 쳐야 일가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은 어떤 일가를 이뤘습니까?” “공장을 준비 중입니다.”

“아이들에게 소설보다 고전을 읽으라고 권합니다. 소설은 껌과 같아서 단물이 빠지면 버리라고 얘기합니다. 중국 인문학의 대가는 고전에 4가지 철칙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을 읽으려면 한비자, 사람을 이기려면 손자병법을, 사람을 다스리려면 논어를, 사람을 구하려면 불경이나 성경을 읽어라’라고 말입니다.”

전순호 도인은 연(緣)이 있는 한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외국인을 비롯해 여행객을 상대로 무한 서비스로 즐겁게 봉사하고 있었다. 터미널서점 ☎043-235-9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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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2014-09-29 09:10:12
가슴이 다뜻해지는군요. 세상이 늘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충북대학생 2014-09-27 16:42:18
버스를 탈 때마다 언제나 웃는 표정으로 절 맞이해주시는 분이십니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간다는 생각과 선생님을 뵙고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은 언제나 터미널을 빨리 가려고 시간을 재촉하는 이유가 되지요
책을 살 때도 언제나 거기에서 사려고 노력합니다.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언제나 말씀해주시기 때문이에요.
한 번쯤은 만나뵈야할 분이라는 분이 바로 전순호선생님이십니다. 존경해요 선생님...

봄봄 2012-09-18 19:15:11
감동 받았습니다..
세상에..

예뿐여우 2012-09-17 18:09:40
한비자,손자병법,논어,불경,성경.....조금이라도 읽어봐야 겠어요~
올림픽 메달리스트 중에 불효자가 없는이유......
예부터 유교문화의 전통과 함께해 온 우리에게 효는 생활의 일부입니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뿌리가 흔들리고 있지요.....
도인님
존경합니다.

정정화 2012-09-17 14:12:12
실전에 강한분 현실과 타협하시기 보다 미래에 포커스를 맞추시는 훌륭한 분 입니다....하시는 사업 건승 하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