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릭쇼보다 잔인한 현실 얘기하다
프릭쇼보다 잔인한 현실 얘기하다
  • 이은경
  • 승인 2016.02.20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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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칼럼]이은경 배재대 2학년,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4'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2학년 이은경
머리가 두 개인 샴쌍둥이 가수, 하반신이 없는 여자, 가재의 집게 같은 손을 가지고 태어난 소년. 평범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조합이다. 그들이 겉보기에 다소 불편한 느낌을 감출 수 없는 모습들이지만 ‘Freak show’ 그들의 쇼 안에서는 불편한 캐릭터에 강렬하게 빠져들게 된다.

2014년 미국 케이블 채널 FX에서 방영되었던 <아메리칸호러스토리 시즌4 : Freak show>이다. <아메리칸호러스토리> 시즌 중 가장 괴기스러우면서 높은 수위로 인상 깊은 시즌으로 손꼽힌다.

‘프릭쇼’ 속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멀쩡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프릭쇼는 기형쇼로 비정상적인 신체를 가진 장애인들의 쇼이다. 초반에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 꺼려질 정도로 괴기스러운 외형들을 가지고 있어 불편함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들이 장애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 속에서도 프릭쇼 안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을 느끼고, 미래에 대한 꿈을 꾸는 보통 사람들의 면모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괴기스러운 ‘프릭쇼’의 괴물이 아닌 사랑스러운 씬스틸러로 탈바꿈한다.

하나의 몸에 두 가지 생각.
많은 씬스틸러들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벳>과 <닷>(사라 폴슨) 샴쌍둥이 그녀들이다. 과연 한 사람이 연기를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벳>과 <닷>은 똑같은 얼굴과 하나 몸을 공유하고 있지만, 감성적인 좌두(左頭) <벳>과 이성적인 우두(右頭) <닷>의 강한 개성으로 각자의 매력을 어필한다.

둘 중 한 명만 아파도 같은 혈관과 신경으로 연결이 되어 함께 고통을 느끼고, 둘 중 한 명이 범죄를 저지르고자 해서 다른 한 명이 제지한다고 하더라도 둘은 공범으로 몰리는 잔혹한 운명이다. 처음 프릭쇼에서 그녀들은 잔인한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서로를 의심하고 믿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프릭쇼에서 함께 노래한다. 사랑을 노래하고, 자신의 꿈을 노래한다.

<벳>과 <닷>을 중심으로 프릭쇼의 사람들은 모두 하나씩의 장애를 지니고 있어 불완전하지만 서로의 부족한 점을 알기에 서로를 필요로 하며 함께 어울리면서 나아간다. 그들 나름의 평화로운 물가에 파장을 일으키는 건 다름 아닌 평범해 보이는 사지 육신 멀쩡한 사람들이었다. 드라마가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에 보기 꺼려졌던 프릭쇼의 단원들이 평범한 척하는 잔인한 사람들에게서 지켜주고 싶은 대상이 된다.

 

프릭쇼 사람들의 장애를 희소성 있는 상품으로 생각하고 박제시켜 박물관에 팔아넘기는 사기꾼에서 딸이 프릭쇼의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이유로 얼굴 전체를 문신으로 새기는 아빠 그리고 자신의 쾌락을 위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무차별한 살인을 저지르는 부잣집 도련님까지 프릭쇼 안의 세상보다 바깥의 세상이 더 잔인했다.

겉모습만 보고 맘껏 판단해버리는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다며 식당의 출입을 반대하고, 물건을 팔지 않으며 부당한 횡포를 일삼는다. 미국의 도시 괴담 같은 이야기이지만, 드라마 속 프릭쇼 바깥의 세상과 최근 뉴스 속에서 비치는 우리네 현실과 별 다를 바 없었다. 병든 세상에 희생당하는 약자들과 작은 권력도 갑과 을로 나뉘어 횡포를 일삼는 사람들. 최근 뉴스 속에는 ‘인천 11살 학대소녀 탈출’, ‘부천 아들 시신훼손 사건 ’ ‘부천 여중생 백골 방치’등 가족이 가족을 죽이는 반인륜적인 일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공동체 사회가 사라지고 개인화 되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가 무시되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잊히고 있다. 이러한 사회 풍조들이 멀쩡한 겉모습 이면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괴물들은 방치하고 있다. 드라마 속 프릭쇼보다 어쩌면 우리가 더 잔인한 프릭쇼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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