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만 난무하는 커뮤니티, 어떻게 보아야할까
증오만 난무하는 커뮤니티, 어떻게 보아야할까
  • 양대환
  • 승인 2015.11.10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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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칼럼]배재대 양대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증오, 그리고 충(蟲)들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1학년 양대환

지금 우리 사회를 한마디로 정리하고자 한다면, 아마 ‘증오와 혐오, 충(蟲)들이 가득한 세상’이라 말할 수 있을 만 하다. 당장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이런 증오심에 기저한 욕설과 비방 용어 등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난무하는 상황이다.

이런 증오 앞에서는 편식을 찾아볼 수 없다. 중ㆍ고등학생들은 ‘급식충’, 남자는 ‘한남충’, 여자는 ‘김치녀’, 자녀를 데리고 다니는 엄마는 ‘맘충’, 웃고 떠드는 상황에 비판을 한다는 사람을 ‘진지충’이라 부르는 등, 조금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다르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싫어하거나 증오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벌레 취급하는 용어를 쓰는 것이 유행이라면 유행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용인 벽돌 투척 사망 사건’과 ‘메르스 갤러리’는 가장 대표적으로 우리 사회에 찌든 증오와 혐오의 단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다.

흔히 ‘용인 캣맘 사망 사건’으로 잘 알려진 첫 번째 사례는 사건의 양상과는 다르게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사람들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의 대립이 화두가 되었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길고양이와 그들을 보살펴주는 사람들을 향한 폭행과 동물학대 범죄가 늘어나면서 끊임없이 논쟁이 이루어져 왔다. 여기에 사건 수사 초기, 이들을 향한 증오범죄를 초점을 두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논쟁은 어느새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메르스 갤러리’는 지난 7월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전국적 전염이 발생된 이후, 감염자들의 감염 경로와 전파 경로 등의 정보를 즉각적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로 생성된 커뮤니티였다. 그러나 한 여성감염자가 감염사실을 모른 채 광범위한 이동으로 인해 감염자들이 더욱 많아질 우려가 있다는 기사에 대해서 여성을 향한 혐오성 댓글의 논란을 시작으로 이 커뮤니티의 취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우리 사회 속에 알게 모르게 만연했던 ‘여성혐오’와 관련하여 사회고발적인 글들이 올라오고, ‘남성들도 우리가 겪었던 성차별의 고통을 알아야 이해한다.’는 뜻으로 극단적인 성차별적 발언들이 커뮤니티를 장식하기 시작하면서 ‘여성운동’, ‘페미니스트 집단’의 이미지를 더욱 굳혀갔다. 허나, 이곳에도 정당함 없이 무차별적 증오와 혐오만이 난무하는 곳으로 전략하면서 커뮤니티에서의 운동의 정당성과 관련하여 지금까지도 뜨거운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누구나 쉽게 매체들을 접할 수 있는 사회에서 이렇게 여과 없이 노출되는 증오심들은 어느새 대중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메르스 갤러리’의 생성 이후, 오히려 성차별적 증오발언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자주 사용하는 SNS 상에 올라오는 게시물들 중 열에 다섯 정도는 성차별적이고 양극화를 부추기는 내용들을 담고 있고, 정확한 정보가 들어있지 않은 내용에 사용자들은 비판 없이 수용한 듯 하는 반응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어린자녀와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향해 ‘맘충’이라 일컫는 초등학생들이 그 단어에 정확한 뜻을 모른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한 여성의 사례는 우리 사회 속에 자리 잡은 증오심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필자는 바로 이런 사례가 늘어나는 것을 너무나도 우려한다. 백지상태의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정확한 분별력을 길러주지 않은 상태로 심어주는 증오심이 쌓이고 쌓인다면 과연 앞으로의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을 띌지 뻔히 보이지 않는가. 굳이 아이들이 아니더라도 어른들에게서도 벌써부터 증오심의 부작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연일 쏟아지는 온.오프라인에서의 각종 증오범죄와 논란들을 더 이상 개인의 ‘표현의 자유’로 방관할 순 없다. 더군다나 증오심에 의한 범죄는 그 어떠한 것도 절대 정당성이 부여될 수 없다. 이젠, 작게는 개인에서부터 크게는 사회까지 스스로가 증오심을 던져버려야 하는 숙제를 반드시 풀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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