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짜리 대자보를 아십니까
15초짜리 대자보를 아십니까
  • 이은경
  • 승인 2015.11.09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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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칼럼]이은경 배재대 1년, "이화여대가 실시간 검색 1위, 사연은"

이은경 배재대 미디어콘텐츠 학과 1년
지난 주, ‘이화여대’가 실시간 검색순위에 계속 1위를 찍고 오르내리고 있었다. SNS에 짧게 올라오는 그 곳의 모습을 보지 못했더라면 수능생들의 수시기간으로만 생각하고 깊이 알아보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도록 하였을까?

이 날 박근혜 대통령은 제 50회 전국 여성 대회에 참석차 이화여대를 방문했다.
대통령의 방문 소식을 접하고 이화여대 총학생회 등 학내 8개 단체 학생들은 행사 시작 2시간 전 교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화여대 방문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 날 박근혜 이화여대 방문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250여명까지 늘어났으며 1시간 30여분 동안 학생들과 대치했다. 학생들은 수많은 역사학자와 교수, 학생들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대통령이 학교에 오는 것을 반대한다는 주장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3시부터 약 5시까지 있었던 이 모든 일들을 나는 모른 척 할 새도 없이 지나칠 뻔했다. 같은 날 나의 3시부터 5시까지는 그냥 여유로운 공강을 가진 대학생이었다. 지나치려던 내가 이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SNS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의 15초의 영상이었다. 여대에 갑자기 나타난 사복을 입은 까까머리의 남자들. 그냥 보기에도 모순적인 상황이었다. 그들의 정체는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었다.

여학생들과 대치하고 있는 사복 입은 경찰들이 학생들의 진로를 방해하는 모습, 뒤엉켜 몸싸움을 하는 모습, 학생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들이 여과 없이 SNS으로 전해졌다. 이 15초의 영상을 통해서 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그제야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았다. 그리고 우리 대학 건물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승강기 옆에 붙었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대자보를 읽었던 나를 떠올렸다. 무엇을 읽었는가? 그 공간에 붙었던 대자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리고 나는 왜 많은 기사와 대자보를 읽었음에도 15초의 영상에 반응 하게 되었나?

80년대 전후로 대학생들의 민주주의의 외침 그리고 사회 부조리를 학생들에게 깨우치기 위해서 대자보가 깨어있는 소통의 창구였다. 그런데 최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하여금 핸드폰으로 실시간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깨어있기를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깨어나 행동하고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어야할 역사가 한 관점으로 단일화가 된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해 온 ‘한국’의 행보에 역행하는 것이다. 역사는 한 방향에서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역사를 해석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 하나의 이야기로 통일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미 다양해진 사람들의 가치관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침묵해왔던 내 자신이 손 안에 있는 핸드폰으로 전달되고 있는 영상을 통해 부끄러워졌다.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소신 있게 외치고 있는 나와 같은 또래의 학생들의 모습과, 학생들이 붙여둔 대자보를 보며 아무런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고 지나쳤던 내 모습이 대비되었다. 생각하고 행동한 그들이야 말로 깨어있는 대학생 즉 지성인이라고 일컫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정치 무관심 세대’인 20대가 정치적인 사안들을 가지고 무게 있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 SNS를 바탕으로 하여 새롭게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수선한 세상이라고 할지라도 깨어있는 대학생 더 나아가 대학교가 많을수록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은 하고 있지만 표현하고 행동하지 않는 소극적인 20대가 많다. 다른 사람과 다른 의견이 나올 것에 지레 겁먹고 표현을 안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표현을 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함께 할 사람들을 알 수 없을뿐더러 그들과 함께 가기 위한 소통도 할 수 없다. 다양한 방법을 ‘소통’을 외치고 있는 20대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날 하루 종일 ‘이화여대’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내렸던 것 또한 20대들의 다양한 소통 방법 중 하나가 클릭이 되어, 소리 없는 그들의 응원이 실시간 검색창에서 머물도록 한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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