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세트, 과연 적절한 작명일까
오원춘 세트, 과연 적절한 작명일까
  • 김현석
  • 승인 2015.10.15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생칼럼]김현석 배재대 3년, 대학 주점에서 본 홍보마케팅의 그늘

   김현석 배재대 미디어 콘텐츠 학과 3학년
9월의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대학들은 새 학기를 개강했고 벌써 10월 중순이 됐다. 무더웠던 여름을 지나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고 때를 맞춰 각 대학들은 대학생들의 젊음과 열정이 담긴 축제를 준비 중이다. 물론, 이미 축제를 끝낸 학교도 있다.

대학의 축제는 다채로운 볼거리와 풍성한 이벤트로 구성되며 젊음을 느낄 수 있는 창조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대학 주점이다. 대학생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는 축제 이벤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합법적으로 음주를 즐길 수 있게 된 학생들이 꾸며놓은 자립형 주점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각 과의 특성을 반영하는가 하면 해당 동아리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 때문에 대학 주점은 주점을 주최하는 학과와 동아리의 얼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생각할 때, 얼마 전 일어났던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의 가을축제 논란은 큰 문제였다. 방범 주점이라는 명목 아래, ‘오원춘 세트’, ‘고영욱 세트’와 같은, 입에도 담기 힘든 범죄자의 이름을 따 주점 메뉴의 제목으로 이용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해 주점을 만드는 것이 비단 이번 사례에만 해당되는 일일까.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한 대학 주점들을 난 많이 봐왔다.

궁금하다면 가까운 대학교에 가서 축제 기간 동안 열릴 대학 주점을 주의 깊게 살펴보라. 적어도 한두 군데는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이다. 그만큼 한양대학교의 사례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일이다. 유독 정도가 심했을 뿐이다.

‘섹파’(섹시한 파전의 줄임말), ‘넣어줘 빨아줄게’ 등의 문구는 의도를 막론하고 대학축제의 질을 저하시킨다. 자유와 낭만이 살아 숨쉬어야할 곳에 성희롱에 가까운 말들이 난무한다. 그런 언어사용을 자유의 한 표현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의 존재 당위성은 자유가 제한적으로 실현될 때만 얻을 수 있다. 무제한의 자유에는 자유를 파괴할 수 있는 자유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학 주점들의 이런 행태는 윤리의식과 자유로운 표현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광고와 홍보, 마케팅 분야의 경우를 이야기할 수 있다. 관심을 끌고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하는 것이 광고, 홍보, 마케팅의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사의 헤드라인, 아이돌 걸 그룹의 노출 수위, 노출이 심한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면에서 대학 주점과 마케팅 분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대학 주점과 마케팅 산업이라는, 서로 다른 집합의 교집합, 그것의 빗금선이다. 두 분야 모두 대중의 관심을 필요충분조건으로 하고, 관심만큼 존재가치를 입증받는 것으로 여긴다. 결국, 그것이 문제다. 현실에 발목 잡혀 스스로의 목을 죄고 있는 형국이다.

대학 주점에서 마케팅 산업분야의 그늘은 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홍보, 마케팅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 맹목적으로 흥미 유발만 쫓다 보면 과열된 경쟁구도 속에서 홍보, 마케팅 분야의 콘텐츠의 질은 저하되고 홍보 산업의 상황은 악화되어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발전적인 콘텐츠는 나오기 어렵게 되고 우리나라 콘텐츠의 질은 세계 경쟁력을 잃고 추락할 것이다. 우습게도 지금까지 말한 마케팅 산업의 상황과 대학의 상황이 다르지 않다. 대학과 홍보 분야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중심을 잡고 존재가치를 품격 있게 바꿔야 한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교에서 윤리의식을 제고하지 않은 채 자유와 방탕의 기로에서 방황한다면 사회질서는 어떻게 되겠는가. 대학 주점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주체의식과 그에 따른 도덕성을 지닌 상태에서 축제의 참된 의미를 생각해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도 대학생들이 고민해야 할 중요한 사항인 것이다.

앞서 말했듯 자유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대학 주점이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자정적인 노력과 반성이 필요하다. 무언가 발전하려면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왜 실패했는지, 어떻게 해야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있을지 수없이 생각해봐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