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그리움
  • 이태근
  • 승인 2015.09.30 0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태근의 조각에세이]가로등 하나없던 유년...

 
재 료 : 대리석
제작년도 : 2003년
크 기 : 280×230×490(mm) 

가로등 하나 없던 유년시절 시골마을.
밤 마실 가시는
엄마 손잡고 따라 나선 밤길엔
풀벌레 소리로 가득한 골목길 어둠속 마다
어린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는 알 수 없는 무서움이 숨어 있었다.
엄마의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자꾸만 뒤돌아보며 두려움을 뿌리친다.

동네 사랑방에서 이야기꽃 무르익어 가는 내내 졸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따라 나서는 어둠속 무서움에 응석부려 엄마의 등에 업히면 이내 편안해졌다.
자박 자박 걸어가시는 엄마의 발소리,
온갖 풀벌레들이 단체로 벌이는 열정적인 한밤의 세레나데,
밤하늘 저 위로 떠있는 보름달의 환한 미소가 가로등 마냥 밤길을 훤히 비춰주어 이제 무서움은 사라지고 내가 제일 좋아하던 엄마의 향 내음에 흠뻑 빠져들어 이내 행복해 하던 그 시절이 엊그제만 같다.

새해가 되며 떡국 한 그릇 더 먹었다.
먹고 싶지 않은 나이도 한 그릇 더 먹었다.
떡국 안 먹으면 나이도 안 먹었으면 좋겠다는 어린아이 같은 억지 응석 같은 생각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 지나 가을이고 한가위 추석이다.
이제 내 나이도 내일 모레면 지천명(知天命)인데 떡국 한 그릇과 나이의 상관관계를 모를까마는 이제 적당히 먹은 나이에 배도 나오고 쉽게 지치는 체력에 점점 빨라지는 세월에 괜한 투정을 해본다.

올 추석 명절에도 모두들 정든 고향집으로 향하리라.
그리고 가슴속 깊은 곳에 간직해 두었던 그리움 하나씩 되새기며 추억의 보따리를 풀고 정을 담아가지고 오겠지...연로하신 부모님의 얇아져만 가는 손마디의 따스함과 안타까움을, 또 부재하신 부모님에 대한 추억 속에서 잠시 아련하고 코끝이 찡해지는 그리움을 .....

이 가을!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녘과 따뜻하게 커져가는 달을 보며
지난해 온갖 사건과 사고로 찢어지고 상처 난 모두의 가슴속에
달 항아리 머리에 이고 어두운 밤길 등불 되어 주시던
어머님의 따스한 등과 같은 편안함이 치유의 손길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