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냄새일까, 아니면 김치 냄새일까
꽃 냄새일까, 아니면 김치 냄새일까
  • 강병호
  • 승인 2015.06.10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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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의 문화확대경]<버드 맨>, 아카데미상, 수상의 조건

올해 87회 아카데미 4관왕은 <버드맨: bird man>이다. 감독은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주인공은 주연 <리건>역에 <마이클 키튼>, 말썽꾼 브로드웨이 배우 <마이크>역에 <에드워드 노튼>, 한국에서 논란이 많은 한국비하 대사로 유명한 <리건>의 딸 <샘>역으로 <엠마 스톤>이 맡았다.

<샘>의 대사는 꽃 냄새를 김치냄새에 비유한 것이지 한국 비하는 아니다. 초밥이나 스파게티에서 이상한 냄새 난다고 해서 일본이나 이탈리아 국민을 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국문화가 자연스럽게 미국에서도 일상화, 국제화 된 것이라고 보면 안 될까?

영화 버드맨의 한국에서의 흥행성적은 기대와는 달리 초라했다.
옛날엔 아카데미상 수상작이 국내 영화 마케팅에서 먹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버드맨> 국내 흥행성적은 기대와 달리 초라하다. 거창하게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이 생각난다. 이제 더 이상 미국에서 받은 상이 한국의 흥행을 보장하지 않는다.

아카데미상은 상업성, 미국 중심, 백인 중심 편파성으로 늘 비판 받아왔다. <칸>이나 <베를린> 같이 아시아, 아프리카 영화, 외국문화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한마디로 WASP(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들 집안잔치라는 것이다. 이런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일까? 작년에 최초로 영화 <노예 12년>의 흑인 감독 <스티브 맥퀸>에게 아카데미 작품상을 안겨주었다. 또 유럽을 의식해서인지 기존 할리우드의 판에 박힌 상업적 영상 문법이 아닌 지적 냄새가 나는 작품을 선호한다.

일류대학 가려면 학교 수업 중심에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고 국영수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고 한다. <버드맨>은 아카데미상이 가진 약점을 잘 보완해주고 상 받을 만한 필요조건도 갖추고 있다.

첫째, 감독이 히스패닉이다. 아카데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인가? 작년엔 흑인감독 이번엔 히스패닉 감독이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이민출신으로 라디오 진행자와 TV 광고 제작자로 활약하다 영화감독이 되었다. <21 그램>(2003), <바벨>(2006), <뷰티풀>(2010) 등이 연달아 호평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올해 아카데미 주요 9개 부문(최다)에 후보를 배출했다. 시상식 결과 <버드맨>은 작품, 감독, 각본, 촬영 등 주요 4개 부문(최다)을 휩쓸었다.

두 번째 주목할 점은 카메라 워크이다.
주인공 <리건>은 20년 전 할리우드 상업영화 시리즈 <버드맨>으로 뜬 적이 있다. 하지만 4편을 거부하고 방탕하고 무절제하며 변덕스런 생활로 지내다 이젠 무일푼, 남은 것이라곤 마약중독으로 갱생원에 다녀와 사사건건 아버지에게 대드는 딸,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지만 자기를 벌레 보듯 하는 엑스 와이프, 전혀 통제가 안 되는 동료 연극배우들, 항상 돈이 부족하다고 외치는 제작자...,

브로드웨이 연극을 통해 평단의 연기력을 확인받고 재기하고 싶지만 이미 나이는 60줄로 퇴물 취급을 받는다. 비평가는 최근 듣기 어려운 혹평을 준비하고 있다. 무너져 가는 인생, 안될 조건은 다 갖춘 <리건>은 연극 공연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런 절망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는 브로드웨이를 누비며 미로 같이 얽힌 공간과 배우들 사이를 움직이는 능수능란한 카메라 워킹을 선보였다. 제임스 조이스류(流)의 의식의 흐름 같은 몽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환적 시각 전개, 현실인지 추억인지 구분이 안 되는 무의식의 현실투영(projection), 또 다른 자아가 의식 밑바닥에서 들려주는 속삭임, 70년대 히피족들이 즐겼던 강력한 마약 LSD의 환각 같이 CG로 보여주는 시각효과. 지금까지 할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이지적인 분위기를 풍겨준다.

<리건>의 예측할 수 없는 의식 세계를 보여주고 핸드 핸들 카메라는 걷잡을 수 없는 불안한 정신 상태를 보여준다. 대본 15장의 분량을 한 컷으로 담아낸 롱테이크는 독일이나 러시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 바로 빨려 들어가는 영화다. 하지만 우등생일수록 친해지기 어렵듯이, 대중들에게 상 받은 작품일수록 가까이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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