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또는 나쁜 공무원, 답은 '규제개혁'
착한, 또는 나쁜 공무원, 답은 '규제개혁'
  • 이홍준
  • 승인 2014.09.01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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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홍준 세종시규제개혁추진단장, '소홀 행정이 사업포기까지'

   이홍준 세종시규제개혁추진단장
○○시 해변근처 산지에서 호텔 겸 미술관을 10여년 운영 중인 민원인은 시설 확장을 위해 사업계획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산지전용 인허가와 관련해 ○○시 부서 내부간 협의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승인을 지연하여 사업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결국 안행부의 중재로 규제애로는 해소됐으나 해당 업체 대표는 ○○시 담당자의 ‘내 일이 아니라는 식의 태도’로 인해 사업포기를 생각했다. 그는 “내가 다시 지역을 선택할 수 있다면 ○○시를 떠나고 싶다”, ”현재 업무담당자가 빨리 다른 자리로 가고 담당자가 바뀐다면 착한 분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말을 했다.

위 사례에서 보았듯이 행정내부에서는 사소한 일로 치부할 수 있는 불합리한 관행, 행태들이 기업인에게는 평생을 일구어온 사업의 포기를 생각하게 할 만큼 절실하고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안행부의 중재가 조금 늦어져서 ‘호텔 겸 미술관’이 폐업을 하게 되었다면 여기에서 일하고 있었던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수 있었다.

규제개혁은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필수과제이며, 곧 경제혁신이다. 1997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목전에 두고 IMF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현재까지 선진국으로 여겨지는 3만 달러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규제개혁이라는 화두가 무색할 정도이다.

대다수 선진국의 규제 실태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규제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경제, 산업 모든 분야에서 인허가와 감독, 조사, 결과 등이 불필요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법과 규정에 의한 업무처리와 행태가 규제가 되고 있다. 내 일처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변화와 혁신의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 전 규제비용총량제와 규제일몰제를 통한 시스템 개혁, 중요규제의 법정화, 의원입법규제 사후평가 등의 투명성 확보, 소규모기업 규제 면제·완화와 규제 통합관리 등을 골자로 하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이 마련됐다. 특히, 공무원에 대한 과감한 면책제도를 포함하기로 해 법제화된다면 공무원들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규제개혁 효과는 기업은 물론 국민 개개인 모두에게 반드시 순이익으로 돌아간다. 규제는 특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즉, 국민에게 부담적 규정이나 수익적 규정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규제이다.

규제에 해당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국민의 일반적인 민사, 상사생활을 규율하는 민법, 상법 또는 개별 행정법령 내 법적 명확성을 위해서 규정된 민법 또는 상법과 동일한 정도의 규정은 규제가 아니다. 또한 범죄수사 등 형사관련 사무, 확정된 형을 집행하는 행형 및 보안처분 등에 관한 사무나 병역법, 민방위법, 향토에비군법, 비상대비자원관리에 따른 징집·소집·동원·훈련과 관련된 사항도 규제가 아니다. 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 군사시설, 군사기밀보호나 조세의 종목, 세율, 부과 및 징수 등은 규제에 해당되지 않는다.

얼마 전 규제개혁 강의를 맡은 모대학교 교수의 첫마디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화면에 띄워진 프리젠테이션을 가리키면서 “이 자료는 노무현 정부 때 발표했던 자료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부르짖던 규제개혁이 여전히 제자리를 걸음을 했다는 이야기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와 현 정부에서도 규제개혁을 강조했지만, 규제는 지금도 여전히 늘고 있다고 한다.

루브 골드버그(RUBE GOLDBURG)는 창의와 혁신을 표현하는 여러 형태의 그림을 그려 유명해진 만화가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풍선을 터뜨리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그 속에 집어넣어 풍선을 터뜨리는 것이다. 풍선을 터뜨리기 위해 한 번에 직접 바늘로 찌르면 될 것을 수 십 가지의 장치(규제)를 고안한 이른 바 ‘최대한의 방법으로 최소한의 효과를 내는 비효율적 방법’을 표현한 것이다.

지난 4월 온 국민을 슬픔에 젖게 한 세월호 사고가 발생해 안전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규제개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넓게 퍼졌다. 하지만, 현 정부가 외치는 규제개혁은 기업을 살리는 경제적 규제와 정부 행정업무의 효율성을 목적으로 국민에게 부과하는 의무나 권리제한의 규제를 푸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환경규제, 산업재해 규제, 소비자 안전 규제, 사회적 차별규제인 사회적 규제는 강화함을 원칙으로 했음은 물론이다. 이른바, 루브 골드버그의 풍선을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 시는 국정시책에 부응해 규제개혁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 7월에 규제개혁추진단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는 나쁜 규제는 과감히 철폐해 나갈 것이다. 착한 공무원을 기다려야만 하는 시민이 없도록 하고 나쁜 공무원은 제재를 가할 것이다. 또한 시민의 안전, 환경, 사회적 약자를 위한 착한 규제는 강화해 나가는 균형있는 규제개혁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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