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돈은 무엇일까
내 인생에 돈은 무엇일까
  • 임영호
  • 승인 2014.09.01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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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독서길라잡이]김찬호의 '돈의 인문학'..."돈의 노예는 되지 말라"

 
누구나 돈을 좋아한다. 우리는 ‘쩐의 전쟁’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터놓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인간에게 돈은 무엇인가? 개인은 돈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이며, 인간관계에서 돈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사회는 돈의 시스템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돈과 삶의 관계를 분석하고 우리에게 성찰하는 시간을 제공하는 철학적 작업을 한 책이 있다. 김찬호의 《돈의 인문학》이다.

저자의 의도는 돈이란 무엇인가, 돈에 대한 생각의 끈을 놓지 말고 돈과의 관계를 리모델링하는 지혜를 갖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태가 부추기는 환상 때문에 더욱 무기력하게 돈의 위력에 휩쓸리고 빨려들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삶의 필요를 냉정하게 헤아리지 않고 한없이 증식되는 욕망의 포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인문학이 구원투수로 선발된다. 인문학은 우리에게 생각을 하게하고 삶을 가다듬게 한다. 인문학이 당장의 상황을 바꾸어 주는데 큰 힘이 되지는 못하지만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과 거기에 임하는 태도를 바꾸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돈을 최대한 획득하는 방법에만 골몰하느라 그 돈으로 삶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는 소홀했던 편이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세계 최고의 고속성장을 했다. 가난을 짧은 시간 안에 면했지만 그 대가로 삶의 균형이 깨졌다. 노동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길며 직장인의 스트레스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식구들끼리 조차 대면하는 시간이 부족하여 가족관계는 서먹서먹하다. 더군다나 물신론(物神論)이 팽배하여 삶과 사람의 가치가 점점 돈으로 환산되고 평가된다는 것이다. 특히 IMF 금융위기이후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돈의 본질은 무엇인가? 저자는 서문에서 ‘돈은 물질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 돈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미디어다. 독일의 사회학자 짐멜(Georg Simmel)은 <돈의 철학>에서 돈을 추상적이고 보편타당한 매개 형식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했다. 개인과 세계를 이어주는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전통사회라면 오랫동안 맺어온 교분과 신뢰가 그 바탕이 되겠지만 익명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인격적인 관계가 전혀 없이도 돈을 매개로 교환과 협업이 이루어진다. 돈은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객관적 제도이면서 또한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에너지이다. 더군다나 타인에 대한 불신이 커가는 사회일수록 돈에 대한 맹목적인 추구를 한다.

우리는 돈의 세계에서 숫자로 현혹된다. 한국인들에게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무엇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는가?” 질문하면 1위는 돈이다. 돈은 소유하는 것 자체가 든든한 힘이 된다. 돈이 사람보다 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가격은 뜬금없다. 어떤 기준으로 매기느냐에 달려있다. 여기서 가치에 무지한 인간을 지적한다.

저자는 ‘쩐의 전쟁’에 휘말리는 삶에서 벗어나 얼굴 있는 돈, 우애의 경제를 생각해 보자고 제언한다. 펀드 매니저와 외환 딜러, 카지노와 같이 ‘돈 놓고 돈 먹기’의 성격이 짙을수록 승패의 격차는 커진다. 제도금융에 접근하지 못하는 신용불량자가 우리나라에 800만 명이나 된다. 노동시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금융에서도 소외된 빈곤층의 경제적 회복을 돕는 인도의 사회연대은행, 모두가 수요자인 동시에 공급자이며 돌봄과 베풂의 성격인 지역 내 통화 (렛츠 LETS),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을 위해 지역민들이 출자하거나 공공의 이익에 선별투자하는 얼굴 있는 은행인 사회적 은행, 기존의 시장에 완전히 편입되지 않은 채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대안적 영역을 추구하는 생활협동조합 ,재활용가게, 공정 무역 등도 하나의 길이다. 비시장부분이 건강해야 시장도 건실하다.

저자는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돈의 노예가 아닌 돈의 주인이 되기 위한 지혜를 말한다. 2008년 조사된 청소년 반부패 인식지수로 보면 ‘10년 감옥을 살아도 10억 원을 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응답한 중고생이 17.7%였다. 설문조사에서 아버지에게 원하는 것은 ‘재력뿐’이라고 답변한 대학생이 44.4%나 된다. 우리는 일찍부터 아이들에게 ‘돈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 또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돈 가지고 안 되는 사랑이나 좋은 인간관계, 친구들을 중시하여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주어야 한다. 아울러 타인의 욕망에 포로가 되지 말고 정말로 자신이 필요한 것을 원하라고 권유한다. 예를 들어 농사를 짓되 장사가 아니라 지인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규모와 내용을 설계하라는 것이다.

 
     
 
 
임영호, 대전 출생, 한남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총무처 9급 합격, 행정고시 25회,대전시 공보관, 기획관, 감사실장, 대전 동구청장, 18대 국회의원, 이메일: imyoung-ho@hanmail.net

끝으로 저자는 왜 ‘돈의 인문학인가’ 자신에게 물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끝낸다. 천박함과 난폭함으로 치닫는 세계로부터 마음을 지키는 항체를 갖고 싶었다. ‘경제의 숫자와 시인의 언어’가 닿는 접점을 모색하려고 했다. 가난한 사람은 책으로 부유해질 수 있고, 부자는 책의 힘으로 귀해질 수 있는 것처럼 돈과 사람의 관계를 되묻는 작업을 통하여 인생의 참 가치로,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길을 찾고 싶었다. 안도현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잘 산다는 것은 세상 안에서 더불어 출렁거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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