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해, 필사적인 구조 요청입니다"
"청소년 자해, 필사적인 구조 요청입니다"
  • 세종의소리
  • 승인 2024.05.10 0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학칼럼] 김현진 연세나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세종원장, 청소년에게 자해는?
침착하고 안정감으로 곁을 지켜주는 일이 중요..."나는 너의 편이라는 확신 주어야..."

청소년 자살이 세종시를 비롯한 사회전반에 걸쳐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정신의학을 전공한 김현진 연세나무의원 세종원장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글을 세종시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보내왔다. 김 센터장은 충남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아동청소년 정신건강과 발달장애 쪽에 관심을 두면서 활동해왔다. 다음은 기고 전문이다./편집자 씀 

김현진 연세나무 의원 세종센터장
김현진 연세나무 의원 세종원장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거나 자신의 몸에 상처를 주는 행위를 우리는 ‘자해’라고 말합니다. 생명체는 고통이나 아픔 등 자신에게 위해가 되는 일들을 피하기 마련인데도 불구하고 이와 정반대되는 행동인 자해는 언뜻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입니다. 

그러나 최근 자해를 하는 청소년들을 뉴스에서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진료를 보고 있는 입장에서도 우려스러울 정도로 자주 만나게 되고 있고 심지어 자해를 하는 방법까지도 공유하고 있는 SNS 상의 글을 마주 대하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입니다. 

우선 자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살과 높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까지 자해에 대해 가장 혼란을 가진 사실은 “자해는 자살과 얼마나 많은 관련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자해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므로 오히려 더 자살과 상관없다”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자살을 했던 사람들 중의 높은 비율에서 과거 자해행동을 했던 기왕력이 발견되었으며 이는 자해행동을 사전에 통제하고 치료를 해야 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자해는 자살과는 또 다른 자해만의 특성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진단기준인 DSM-V에서도 비자살성 자해(Non Suicidal Self Injury, NSSI)라는 연구 진단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해를 자살의 징후나 혹은 자살시도로만 보지 말고 그 안에 내포된 또다른 의미를 더 많이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자해를 할 때 “통증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이는 상당 부분 옳은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몸은 다칠 때 통증을 감소시키고자 뇌 안쪽에서 엔도르핀이라는 것이 분비합니다. 자해도 일시적인 엔도르핀 분비 증가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자해 이후의 일시적인 흥분과 진정은 아이들로 하여금 이후의 반복된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어떤 아이들은 “자해를 할 때 정신이 든다.” “자해를 하면 마음이 진정된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자해 전후에 혼란, 두려움, 불안, 우울감 등 괴로운 정신적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상태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한 방법 중 한 가지로 자해를 선택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삶에 경험하고 있는 다양한 고통들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지 못하며, 무엇이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잘 모릅니다. 따라서 이러한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어른들이 먼저 잘 보여준다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간혹 자해를 하는 것을 주의를 끌기 위한 행동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아이들은 몰래 숨어서 자해를 하곤 하며 이런 자해를 숨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옷을 입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자해행동을 발견하고서 ‘관심 끌려고 그러냐’라는 식의 이야기는 아이들을 더 좌절하게 합니다. 

자해를 하는 것을 필사적인 구조 요청이라고 이해를 한다면 물에 빠진 사람에게 구해줄 생각을 하기 전에 “왜 물에 들어갔냐?”라고 물어보는 꼴입니다. 우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는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입니다. 

자해는 이해하고 자해를 하는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우선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침착함과 안정”입니다. 우리는 당황하면 다른 사람에게 쉽게 화를 내곤 합니다. 그러한 당황함은 자해를 했던 아이에게 안정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좌절, 죄책감, 분노, 혼란만을 가져다줄 뿐입니다. 

따뜻하고 안정적인, 하지만 지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주셔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원칙은 “곁에 있어줌”입니다. “필요할 때 언제라도 내가 네 곁에 있어줄게”라고 말해주는 것입니다. 자해를 하고 난 뒤의 몰려오는 죄책감이나 두려움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고 도움으로부터 자신을 멀어지게 합니다.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나는 너의 편의 되어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원칙을 지키면서 대안 행동 찾아보기, 환경적 스트레스 개선하기, 정서를 언어로 표현하기, 감각적 환기시키기 등의 방법을 찾으며 자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자해를 하고 있는 청소년에서 다양한 정신질환이 공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외상적 경험, 거식증 등의 식이 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 정말 수많은 정신질환으로부터 수개월간 고통받은 끝에 자해행동이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반드시 자해를 하는 경우에는 자해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다른 정신적인 어려움을 확인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