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원하는 세종시의회
‘앵무새’ 원하는 세종시의회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7.12.11 14: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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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 시대착오 속에 살고 있는 세종시의회 전문위원실 공무원

“기자는 주는 자료만 가지고 써라.”

세종시 공무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소위 ‘알권리’를 내세워 취재 일선을 뛰고 있는 기자들을 대하는 공직자의 자세가 이렇다면 세종시는 과연 명품도시가 될 수 있을까.

얼마 전 세종시의회 전문위원실의 한 공무원과의 대화에서 나온 얘기다. 마침 예산안 심사가 있었고 시의회에서는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산업건설위원회에서는 5천1백억원, 행정복지위원회에서는 9천9백억원 등 모두 1조 5천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의 예산안이 심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 자료에는 몇몇 굵직굵직한 사업만 명기되어 있을 뿐 세부항목에서는 증감이 확인되지 않았다. 당연히 언론에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기자는 주는 자료만 가지고 쓰라”는 어이없는 대답이 나왔다. 언론은 시민을 대신해서 취재활동을 하고 결과를 보도한다. 아주 상식적인 얘기지만 이게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정보 청구의 당위성이 되고 있다.

국민의 공복이라는 공직자가 이러한 시각을 갖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민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의정활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의견을 개진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원들이 어떤 예산안을 늘리고, 깎았는지 구체적으로 보도가 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혈세가 어디에 쓰이는지 심사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도 할 수 있다.

심사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게 ‘관행’이라는 게 의회 측 변명이지만, 이는 ‘깜깜이 심사’와 다를 바 없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비리를 합리화하는 걸 수없이 보아왔다. 국정원 특수 활동비가 그렇고 권력 핵심부와 기업 간에 일어나고 있는 금품 수수가 그렇다. ‘관행’이라는 잣대는 들이대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훗날 엄정하게 사법적인 판단을 받았다.

물론 언론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객관성이 떨어지는 기사를 작성하는 곳도 많다. 그런 측면에서 공무수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일면 수긍이 간다. 옥석구분이 필요하고 작은 일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다루는 게 중요하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직자의 말로는 정권이 바뀌면서 ‘적폐청산(積弊淸算)’이라는 이름으로 처단이 되고 있다. 국민의 공복(公僕), 즉 심부름꾼이 공무원이라는 원론적인 것을 차치하더라도 마치 언어폭력이라도 하듯이 내뱉는 말은 공복으로서 기본자세가 안 된 처신임에는 틀림없다.

논리의 비약일수도 있지만 이것도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다. ‘세종시판 언론 블랙리스트(blacklist)’ 로 불렸던 ‘세종시의회 홍보 광고비 집행 기준’ 문건이다.

시의회는 홍보비 집행에 “보도 수용률, 긍정 기사 등을 고려해 ±20%를 적용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수용률이 50% 이상이면 20%, 50%미만~30%이상이면 10%의 홍보비를 더 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긍정기사 10건 이상 시 홍보비 집행 횟수를 추가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곧 자기들이 주는 보도 자료를 ‘앵무새’처럼 받아쓰면서, 비판 기사를 쓰지 않을 경우 홍보비를 20%까지 더 주겠다는 심산이다.

   곽우석 취재팀장

반면, 보도 자료를 실어주지 않거나, 비판 기사를 쓴다면 20%까지 깎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돈으로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시대착오적이고 위험한 발상이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되지만 꼭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면 비판 기사 비율보다는 정확도를 가지고 따질 일이라고 본다.

세종시의회 전문위원실의 행태를 보면서 ‘적폐’와 ‘관행’, 그리고 ‘군림’이라는 말이 떠올라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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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니니 2017-12-13 08:08:29
오랜만에 기자정신이 제대로 된 좋은 기사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세종시에는 세금으로 공무원과 기자들이 술,밥 같이 먹고
서로 사이 좋게 지내는게 일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