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기 짝이 없는 실세들의 민낯
뻔뻔하기 짝이 없는 실세들의 민낯
  • 김선미
  • 승인 2016.12.29 09:5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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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칼럼] ‘후안무치’와 ‘후흑’의 동맹, 그리고 돌변한 대통령

국민 대다수를 ‘기억상실자’ 내지는 ‘치매환자’ 취급하는 궤변의 극치

   김선미 편집위원
해마다 연말이면 한 해 동안 우리사회를 관통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해온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다. 순자(苟子)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백성)의 힘으로 배(임금)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2위는 맹자(孟子)에 나오는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하기 마련’이란 뜻의 ‘역천자망(逆天者亡)’,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노적성해(露積成海)’가 3위를 차지했다. 하나같이 비선실세인 최순실의 국정농단,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유린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대통령 탄핵안 가결까지 이끌어낸 촛불민심을 반영하는 단어들이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해 연말이면 한 해 동안 대한민국에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해 오고 있다. 첫 해 ‘오리무중(五里霧中)’으로 시작한 사자성어는 때로는 무릎을 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 정국을 적확하게 콕 집어내 화제가 되곤 했다.

‘혼용무도’ ‘지록위마’ ‘장두노미’··· 올해는 그 모든 것들의 총체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가 나라를 어지럽게 한다’는 지난해의 ‘혼용무도(昏庸無道)’는 그중에서도 압권이다. 『論語』 「天下無道」에서 유래한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일컫고, 무도는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성어이다.

현직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듯한, 이 사자성어를 두고 “이 보다 더 셀 수는 없다”며 역대급이라는 평가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작금의 혼돈에 비하면 너무 빨리 선정된 사자성어가 아닌가 싶다.

그 전 해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선정되기도 했다. 황제에게 한 신하가 사슴을 말이라고 고함으로써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하고 속였다는 데서 유래했다.

머리는 겨우 숨겼지만 꼬리가 드러나 보이는 모습이라는 뜻의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선정된 해도 있었다. 진실을 공개하지 않고 숨기려 했지만 거짓의 실마리가 이미 드러나 보인다는 뜻이다.

뻔뻔스러워 부끄러움 없는, 얼굴 두껍고 뱃속 검은 이들이 농단한 국정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아무런 권한도 없는 지극히 사적인 관계의 사인에게 넘겨준, 사실상 대통령이 주범인 헌정질서 유린과 국정농단을 미리 예견이라도 했던 것일까. 대통령으로 인해 나라가 수렁에 빠진 상황은 역대 모든 사자성어를 합한 것으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후안무치(厚顔無恥)’ 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꼽는다면 민주주의의 원칙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재권주민을 만천하에 천명한 ‘군주민수’에 앞서 ‘후안무치’를 먼저 꼽고 싶다.

국정조사, 탄핵, 검찰조사, 특검은 물론 이제는 하다하다 구치소 국정조사까지 동원됐지만 정작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호가호위하며 권세를 누렸던 자들의 뻔뻔한 민낯이다. ‘사실이 아니다’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얼굴 두꺼움과 뻔뻔함의 극치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사라진 7시간 의혹 앞에 ‘신속하게 현장 지휘’ 강변하는 대통령
하기야 국민 앞에 3차례나 머리를 숙이며 모든 잘못은 자기 탓이라며 검찰 조사든 특감이든 성실히 받겠다던 대통령부터 ‘내가 언제 그랬느냐’고 표변하는 터에 부끄러움 운운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후안무치의 최강은 대통령이 “세월호 당일 신속하게 현장 지휘”를 했다는 탄핵소추의결서에 대한 반박 답변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이를 능가할 어떤 주장과 반박이 나올지 모르겠으나 국민 대다수를 ‘기억상실자’ 내지는 ‘치매환자’ 취급하는 궤변의 절정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이 신속하게 현장을 지휘했다면 지금 시중에 떠돌고 있는 19금 상상부터 온갖 추측, 합리적 의심에 근거한 언론보도들이 왜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는 것인가. 오죽하면 헌법재판소까지 참사 당일 7시간동안 박 대통령의 공적, 사적 행적을 시간별로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을까.

국민 앞에 약속한 자신의 말도 곧바로 뒤집고 부인하는 이런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며 그 ‘진정성’에 충정을 바친 사람들이기에 유유상종이라고 사고와 행태도 닮은꼴인가 보다. 그러기에 드러난 증거 앞에서마저 저토록 무구하고 억울한 표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아니다” “모른다”며 오리발을 내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도덕한 특권 의식과 독선, 타고난 뻔뻔함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사람은 못 돼도 적어도 금수는 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보통사람들에게 ‘후안무치’ 하다는 표현은 엄청난 욕이다. 누군가에게 이런 욕설을 했다면 두 번 다시 그 사람을 보지 않을 각오를 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 우리는 이 표현 아니면 달리 설명할 길 없는 비정상화, 비상식의 민낯을 날마다 목도하고 있다. 덕분에 무능과 무책임, 얼굴 두껍고 뱃속 검은 ‘후흑(厚黑)’으로 점철된 저들 대신 상식적인 대다수 국민들이 엄동설한에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들고 있다.

세밑, 권력 상층부에서 온갖 힘과 권세를 누렸음에도 종내는 양심도 책임감도 없는 잡범 수준으로 스스로를 전락시킨 저들의 비루한 뒷모습을 보며 사람이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잠시 생각해 본다. 맹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며 부끄러움을 모르면 금수와 같다’고 했다. 사람은 못 돼도 금수는 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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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 2016-12-31 01:53:52
병신년 한해가 괴롭네요ㅠㅠ

필력 2016-12-29 12:53:20
최고의 글 꾼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