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웠다”
“대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웠다”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2.10.02 14:44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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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사람들 고구려가다] <6> 기행 중에 만난 민초들

세종시 고구려기행단이 고구려 유적지와 백두산 천지를 가는 도중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세종시자연보호협의회 오노균 회장과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세종시민들은 세종특별자치시의 탄생과 자연보호협의회가 출범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바쁜 가운데 짬을 내어 동참했다.

사람이 살면서 두 가지 복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돈과 명예를 지닌 홍복(洪福)이요 하나는좋은 사람들과 여행하면서 즐겁게 사는 청복(淸福)이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떠나 여행 도중 장마를 만났지만, 청복의 소중함을 느낀 기행이었다.

 중국으로 향하는 서해 바다 선상 위에서 최차례 여사가 두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천 갈매기'를 열창하고 있다. 
요즘 가수 싸이가 한국말로 된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흔들고 있다. 말춤과 채찍질하는 모습에서 옛날 기마민족으로 말 달리며 만주 벌판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후손이 환생한 느낌이 든다.

세종시 고구려기행단도 광개토대왕 등 옛 조상의 땅에서 기를 듬뿍 받아 앞으로 통일 이후에 대한민국의 수도가 될 세종시의 건설에 일조하자는 각오를 다졌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과 조선족 등 동포들이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묻는다. 예전에 연기군민으로 살았을 때와 달리 “세종특별자치시요”하고 대답하면 “좋은 데서 오셨네요”라는 칭찬이 따라온다. 그만큼 새로운 지명(地名)이 갖는 의미가 세종시민으로서의 긍지와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세종시자연보호회원들이 여행 도중 중국 시골의 장날을 맞아 시장을 구경하고 있다. 
기행에 동참한 사람들의 소감을 들어본다.

*오노균 세종시자연보협의회장= “자연과 같은 소박한 분들과 여행 일정을 잘 소화하여 기쁘다. 살면서 부모를 잘 모시고 이웃과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장수하는 사람의 공통점을 보면 친구의 수와 비례한다고 한다.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겨 대단히 고맙다.”

*김덕자 회원=“조치원이 넓다고 생각했는데 만주에 와보니 세상의 넒음을 실감했다. 무엇보다 백두산을 우리가 지켜야 할 곳이라고 여겼고, 이번 기행에서 자연보호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앞으로 자연보호 실천에 앞장서겠다.”

*정미숙씨=“인생을 돌아보고자 어머니를 모시고 동참했다. 꽃마다 향기가 다르듯이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다름을 볼 수 있었다. 저는 한 종교의 신자로서 처음엔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혼자만의 독불장군이 아닌 사람들끼리 어우려져 향기를 나누는 삶을 앞으로 살겠다. 이번 여행은 새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최차례 여사(75)=“3년 전에 다리에 인공관절을 넣어 아무데도 못 갈 줄 알았다. 두 딸과 함께 백두산 천지에도 올라간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내 몸이지만 다리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고, 도와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이무희 여사(73)=“시골에서 농사만 짓는 촌사람으로 별명이 다람쥐이다. 딸이 직접 접수하여 이번 여행에 동참했다. 너무 잊혀지지 않는다. 내일이라도 또 가자면 가고 싶다.”

*김병추씨=“인생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평소 어느 곳에 가든 끼일 수 있는 자세로 기죽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어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강희권씨=“이집트의 옛 설화에 나온 내용이다. 염라대왕 앞에 가면 '생전에 재미나게 살았는가? 재미나게 산 것을 누구에게 전달했는가?'라고 묻는다고 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대자연 앞에서 겸손을 배웠다.”

*박금석 대전시협의회장=“자연은 참으로 무섭기도 하지만 행복을 준다. 이번 백두산 등정에서 처음으로 세찬 비를 맞은 게 기억이 난다. 자연으로 모두 돌아가는 심정으로 자연보호 운동에 적극 동참해달라.”

*최현옥 세종시자연보호협의회 여성위원=“80연세의 어머니를 모시고 거센 비바람 속에 가마를 타고 천지에 오른 것은 두고두고 이야기 거리가 될 것 같다. 도와주신 여러분과 친구인 정준이 사무총장에게 감사하다.”

*정준이 세종시자연보호협의회 사무처장=“좌우명이 ‘웃으면 살자’이다. 7~8년 전만 해도 저만 보면 그늘이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폭 삭은 것 같다. 하지만 얼굴에서 웃음만은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세종시의 자연보호를 위해 일조하고 싶다.”

중국 시골 장날에서 중국인들이 세종시 사람들을 신기한듯 쳐다보고 있다. 
기자는 시리즈를 마치면서 “역사를 소홀히 하여 얼빠진 민족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다. 한국사를 선택과목으로 천대하는 현재의 교육 정책이야말로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조상 땅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문화와 역사 등 정신까지 빼앗긴다면 얼빠진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행을 통해 진정 무엇이 소중한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취재에서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겸손과 감사를 느꼈다. 무엇보다 인간의 교만과 방종으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지구촌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자연보호에 인류 모두가 더욱 노력해야 함을 절감했다. ‘자연은 보호받을 사람만 보호한다’는 단순한 진리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고구려유적지 세종시 참가자 명단=오노균(세종시자연보호협의회 회장) 정준이(세종시자연보호협의회 사무처장) 최현옥(세종시자연보호협의회 여성위원) 박금석(대전시자연보호협의회 회장) 김현숙(대전시대덕구자연보호협의회 회장) 윤강혁(대전시자연보호협의회 이사) 김동석 문희연 김연규 정순이 박수동 이명옥 이무희 김덕자 임옥순 최차례 정미숙 양성모 강희권 신도성 이문천 김병추 임병일 홍종욱 채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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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나라의 존재에 대해 감사”
<노익장의 즐거운 인생> 강릉그린실버악단 81세 이상열씨

81세의 노익장으로 인생을 즐기고 있는 이상열옹
“오늘을 볼 수 있다는 게 고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안녕함에 감사하고, 나라가 존재함에 감사드립니다.”

백두산 고구려기행 중 인천-단동항 여객선에서 만난 깅릉그린실버악단 단원인 올해 81세 이상열옹. 그는 아침마다 나라를 위한 기도를 드린다.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당한 이옹에게는 나라의 소중함이 절절하게 묻어있었다.

강릉그린실버악단(단장 원계환)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 기원으로 중국 순회 연주공연을 계획하고 30여 명의 단원과 함께 7월 2일 인천항을 떠났다. 이번 기행에서 강릉그린실버악단은 모두 3차례(선상 음악회, 압록강 공원, 백두산 산상)의 연주 계획을 잡았지만 날씨 관계와 중국측의 불허로 서해상의 선상에서의 음악회만 겨우 열었다.

2일 저녁 선상 음악회에는 은퇴한 분들이 모인 15년 역사의 강릉그린실버악단 단원들이 열심히 연주해 여행객들을 즐겁게 했다. 연주단의 가장 고령자인 이상열 옹은 자신이 담당한 작은 북을 열심히 치며 흥을 돋웠다.

“우선 내 인생이 즐겁잖아요. 나이 먹었다고 할 일이 없다고 포기하고 집에 들어앉아 있는 것보다 음악으로 봉사하니 좋습니다.”

3남1녀를 두고 강릉에서 유명한 페인트 가게를 성공시키고 아들들에게 운영을 넘긴 이옹은 8년 전 부인을 잃고 너무 힘들어 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보니 싸울 사람이 없더라. 지나고 보니까 아들딸보다 아내가 소중하더라. 생전에 부인에게 잘 해주어라. 인생은 노년이 즐거워야 한다. 나이가 들면 갈 데가 없다. 노인들이 술 먹지 않으면 화투나 친다. 건강은 내가 유지해야지 누가 지켜주는 게 아니다. 자식은 울타리에 불과하다.”

젊어서부터 자식교육을 엄하게 시키다보니 부인과 많이 다투었다는 이옹은 “호랑이가 아무리 무서워도 자기 새끼는 잡아먹지 않는다”며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가혹하리 만큼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많이 들어 자식들이 효도를 하고 있고, 공무원인 큰아들이 매일 전화를 해 그것이 낙이 됐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말벗이 그리웠다. 아내가 저 세상으로 간 후 외로움을 탔다. 그래서 음악으로 틈틈이 봉사하는 가운데 8년 전부터 올해 61세의 여자친구를 공개적으로 사귀고 있다. 자식들에게도 오픈해 식사도 하고 있다.”

이옹은 “5천만 인구 속에서 무엇보다 잘 살기위해서는 뛰는 재간이나 구르는 재간 등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생각이라도 앞서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옹은 마지막으로 “세종특별자치시가 신 행정수도로 멋지게 건설되기를 바란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여자친구와 함께 구경가겠다”고 약속했다. 

기자는 고구려와 백두산 기행 마지막 날 중국유람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맞은편이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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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이 2012-10-12 13:05:04
대부작이군요~~ 제 얼굴이 나와서 쑥스럽긴하지만
정말 대단 하십니다.

서보스 2012-10-09 14:57:39
대기자님! 고구려와 백두산을 다녀오셨군요.
세종시자연보호협의회와 세종시 고구려 기행단이 너무 좋아 보여유.........세종으로 언제 갈련가~~~~

어깨동무 2012-10-08 21:36:05
*고구려유적지 세종시 참가자 명단=오노균(세종시자연보호협의회 회장) 정준이(세종시자연보호협의회 사무처장) 최현옥(세종시자연보호협의회 여성위원) 박금석(대전시자연보호협의회 회장) 김현숙(대전시대덕구자연보호협의회 회장) 윤강혁(대전시자연보호협의회 이사) 김동석 문희연 김연규 정순이 박수동 이명옥 이무희 김덕자 임옥순 최차례 정미숙 양성모 강희권 신도성 이문천 김병추 임병일 홍종욱 채수행.

산머슴 2012-10-08 21:33:32
정준이 여성위원장님^^세종시자연보호회원들이 여행 도중 중국 시골의 장날을 맞아 시장을 구경하며 자연보호 하고 있습니까? 머져부려잉~~~~

임 사부 2012-10-08 21:32:06
역시 대기자 이십니다. 고구려 평정 했습니다. 자연보호 유공자로 수상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대 기자님 감축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