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휴가철에전통시장 '3중고'
무더위,휴가철에전통시장 '3중고'
  • 금강일보 제공
  • 승인 2012.08.0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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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마트 인파 북적 야식집 올림픽 특수 누려 골목 상권만 외면

 
▲ 대전에 폭염경보가 발령된 1일 고객의 발길이 끊긴 대덕구 중리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최 일 기자

‘2012년 8월의 첫날은 정말 징그럽게 뜨거웠다.’
대전과 세종, 충남 천안·논산·금산·부여·청양·홍성·계룡 등지에 폭염경보가 내린 1일 지역 유통업계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지속되며 대전지역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선 에어컨과 선풍기, 제습기 등 냉방용품 매출이 일주일 새 3~4배 급증했고, 아이스크림·팥빙수·음료수·맥주·생수 등은 글자 그대로 불티나게 팔렸다.

수영복·튜브·선글라스·샌들을 비롯한 바캉스 용품과 냉감 소재를 사용한 아웃도어 제품, 열은 흡수하고 땀은 배출시키는 기능성 의류, 대나무 자리, 모시 속옷 등도 매출 신장이 뚜렷했다.
점심시간에는 냉면이 인기 1순위 메뉴로 꼽혔고, 지친 기력을 회복하고자 삼계탕과 오리, 장어 등 보양식을 찾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열대야와 함께 런던올림픽 주요 경기가 새벽시간대에 펼쳐지며 야간 활동인구가 급증, 야식집과 편의점 등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무더위만큼 답답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며 유통인구가 많은 일부 시장을 제외하곤 손님보다 상인의 수가 더 많아 ‘개점 휴업’ 상태를 방불케 했다.
극심한 불황에 휴가철, 살인적인 폭염이란 ‘3중고’ 속에 전통시장 상인들은 울상을 지었고, 최근 지역 대형마트 13곳과 SSM(기업형 슈퍼마켓) 35곳의 영업제한 집행이 정지됐다는 소식은 이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대덕구 중리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 모 씨는 “이런 날씨에 누가 시장을 찾겠나”라며 “에어컨이 빵빵 나오고 주차하기 편리한 대형마트로 사람이 몰리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라며 파리만 날리는 가게에서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가뭄이 끝나자마자 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불볕더위 탓에 급격히 악화됐고, 지난 5월부터 이어진 긴 가뭄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진흥원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에 제동이 걸리며 전통시장 상인들의 사기가 저하된 데다 폭염으로 고객이 급감해 대부분의 시장이 그 어느 해보다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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