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소통하고 구조조정하라"
"먼저 소통하고 구조조정하라"
  • 양대환
  • 승인 2015.04.16 09: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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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칼럼]양대환 배재대 1학년, 소통부재가 남김 '대학구조조정' 상처

   양대환 배재대 미디어콘텐츠 학과 1학년
지금 대한민국의 대학들은 ‘생존’이란 문제에 직면해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고 경쟁력의 중요 요소는 취업률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대학들은 ‘구조조정’이란 생존수단을 택했고 지성인들의 배출을 위한 배움의 전당이 되어야할 곳은 갈등과 불신, 소통의 부재만이 남은 곳이 되어버렸다.

지난 2월말, 중앙대가 ‘학사구조개편안’을 기습 발표했다. 2016년도 입시부터 학과제를 전면 폐지,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하고 1,2학년 전공 탐색기간을 거친 뒤 2학년 2학기부터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되 인원이 몰릴 학과의 경우는 성적순으로 선발하겠다는 것이 주요 개편 내용이다.

그 뒤를 이어 3월 중순 쯤, 건국대 역시 ‘학사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취업 등의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2016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기존의 학부제를 폐지하고 전공별로 인원을 뽑는 학과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예술디자인대학과 정보ㆍ통신대학 등의 일부 학과들을 통폐합해 기존 73개 학과를 63개로 축소할 계획을 밝혔다.

이 외에 12개의 대학들이 대대적 ‘구조개혁’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몇몇 대학에서는 이 계획들을 ‘강행’하고 있다.

내용 상 으로만 본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학생들과 대학 간의 갈등이 왜 빚어지는지에 대해 시발점이 된 문제들이 그 속에 존재하고 있다. 바로 교수와 학생들 간의 논의 없이 일방적인 통보,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학과들의 대부분이 타 학과들과는 상대적으로 낮은 취업률을 보이는 예술계, 인문계, 기초학문 위주라는 점이다.

학문에 있어서 깊은 배움을 추구해야하는 대학에서 취업률만을 따져 상대적으로 낮은 기초학문과 예술학문을 통폐합하려는 분위기는 이미 대학가에 퍼지고 있었다. 단지, 이전까지는 교수들과 학생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계획들이 백지화 되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의 ‘대학구조개혁법’의 본격화 되면서 대학들이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게 됐다. ‘눈치’를 안보는 대학은 곧바로 구조개혁을 단행했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구조개혁 대상 학과’들의 교수들과 학생들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상황에 놓여졌다.

이러한 대학들의 비민주적인 결정은 앞서 언급한 상대적으로 인기와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에게는 존폐의 운명이 달리게 되는 치명적인 리스크로 다가온다. 특히 수십 년간을 자리잡아온 학과들의 존폐는 대학 역사 자체를 거스르는 행위로 간주되어 진다. 각 전공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취업률만을 바라보며 학생들과 교수들과의 소통 없는 대학들의 잇따른 강행은 학문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한국 대학의 기본적 구조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이는, 앞으로의 대학들의 ‘취업 학원화’의 움직임을 부추기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며 그만큼 배움의 폭이 점점 줄어들게 되면서 학문의 가치는 오직 취업만을 위한 도구로서 전략하게 될 것이다.

결국, 소통의 부재가 이번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라 볼 수 있다. 소통의 부재는 구조조정과 관련된 문제 뿐 만 아니라 이전에 드러나지 않았던 대학의 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특히 중앙대의 전 총장이었던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총장시절 특혜의혹으로 떠오르는 서울ㆍ안성캠퍼스의 통합이 구조조정과 관련되어 있을 거란 문제가 제기 되면서 검찰의 수사 및 소환조사가 현재 진행 중에 있고 수사망은 중앙대 재단까지 넓어지면서 ‘외압’관련 비리들이 세세하게 밝혀지고 있다.

대학의 명예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학생들은 자긍심을, 교수들은 일자리와 자신의 학과에 쏟아 부은 시간과 명예를 잃었다. 지금까지도 학생들과 교수들은 강의실과 연구실을 나와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학문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지 말라.”, “기초학문의 고사(枯死)는 곧 모든 기술발전의 발판이 사라지는 것이다.” 필자 또한 같은 생각이다. 생존에 급급해 ‘취업률 장사’하기에 바쁜 대학들의 행동을 우려한다.

지금은 대학들이 한발 물러선 입장이지만 일방적 구조개혁을 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면 대학과 교수, 학생들 간의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통폐합으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대책마련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필자는 제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문 본연의 가치를 훼손해 배움의 본질마저 잃지 않도록 대학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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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민 2015-04-17 19:23:15
좋은내용입니다. 공감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