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관은 '일방', 대변인은 '쌍방'
공보관은 '일방', 대변인은 '쌍방'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4.12.0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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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제 도입 앞둔 세종시, 대변인-공보관의 차이는

   공보관과 대변인은 홍보라는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일반적으로 '일방' 과 쌍방 소통'으로 구별하고 있다.<사진은 대변인제 도입을 앞두고 있는 세종시의 정례 브리핑에 참석, 취재를 하는 출입기자들>
세종시에 대변인 제도가 도입된다.
공보관에서 대변인으로 바뀌면서 공모를 통해 채용하는 개방직으로 된다.
대변인제 도입으로 홍보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 효과를 설명하고 있지만 적절한 인물을 찾지 못할 경우 오히려 '위인설관'(爲人設官)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공보관과 대변인의 차이가 무엇일까. 제도의 변화가 홍보의 강화를 가져온다는 등식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일까.

딱히 공보관과 대변인의 차이를 정리한 것은 없다. 다만 대변인과 공보관을 지낸 인물들의 입을 통해 개념적으로 정립할 수 있을 뿐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대변인은 어떤 사람이나 단체를 대신하여 의견이나 태도를 표하는 일을 맡은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다. 반면 공보관은 국가기관의 시책과 업적의 홍보·선전 등의 공보사무를 맡아 장관을 보조하는 사람으로 되어 있다.

이 말로 종합하면 대변인은 민간과 사적인 영역에 가깝고 공보관은 공적인 영역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된다. 하지만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어의전성’(語義轉成), 즉 시대가 변함에 따라 단어의 뜻이 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게 요즘 뜻이 되고 있다.

요컨대 공보관은 일방적 홍보를 하는 반면 대변인은 쌍방 소통, 즉 언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기관에 목소리를 전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직책이다. 최근 골프장 도우미 성희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명 대변인 중에 한 사람이었다. 촌철살인(寸鐵殺人)과 정문일침(頂門一鍼)으로 상대방을 꼼짝못하게 만들 정도로 유명해 불거진 그의 성적 행적과는 달리 대변인으로서는 전설처럼 남아있다.

그는 공보관은 “적어준대로 읽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대변인은 “조직의 의견이나 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변인은 영상시대를 맞아 국민을 설득하는 능력을 가지는 게 필요한 자질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일방의 공보관과는 달리 쌍방 소통을 하는 사람이 대변인이라는 얘기다. 그런의미에서 대변인이 공보관보다 홍보업무에 대해 더 포괄적이고 상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12년 2월 국회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변인제를 도입했다.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이 허용범 전 조선일보 기자를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허 기자는 약 3년간 워싱턴 특파원으로 세계의 흐름을 보았고 ‘특종’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 기자들의 현장 취재의 어려움과 성취감을 독자들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그는 한 잡지사와 인터뷰에서 역시 공보관은 일방, 대변인은 쌍방 소통이 특징이라고 강조하면서 “기관장의 의사, 또는 의지를 국민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것”과 “기관을 대변하는 것”, 즉 기자들의 질문에 기관의 입장을 대신해서 답변해주는 것을 대변인의 주요 업무로 꼽았다. '일방'과 쌍방 소통'이라는 원칙에 동의하는 말이었다.

현직 대변인도 역시 미묘한 차이를 같은 용어를 사용해 설명했다. 

행복도시 건설청 김홍종 대변인은 공보와 홍보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대변인은 쌍방성, 공보관은 일방성의 업무 성격을 가진다”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와대 이해성 홍보수석은 “언론 매체를 통한 릴리스(Release) 개념의 공보가 있고 국민이 참여하고 국민과 함께하며 국민에게 직접 홍보하는 대변인 기능이 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대변인과 공보관을 지낸 사람들의 입을 통해본 둘 간의 차이는 바로 공보는 일방, 또는 정해주는 것만 전달하는 입의 역할로 한정할 수 있다. 반면 대변인은 입과 귀의 역할, 즉 쌍방 소통을 동시에 수행하는 직책으로 보면 틀림이 없다.

부분적인 차이는 있지만 결국 홍보라는 큰 틀에서 보면 그게 그거다. 세종시 대변인제 도입이 공보관 업무 영역을 뛰어넘어 대변인까지 도달 여부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있다. '내 사람'이 아닌 '좋은 사람'을 선택할 때 세종시 홍보업무는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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