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진행형, 자기개발 필요"
"세종시는 진행형, 자기개발 필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4.06.22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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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둔 변평섭 정무부시장, "주례서고 상담 많이 했어"

   변평섭 부시장은 "지난 2년동안 보람있는 일을 많이 했다" 며 세종시 직원들과 가진 교감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2년 근무하면서 약 11만km를 넘게 뛰었더라고. 버스 전용차선 타려고 8인승을 이용한 걸 합치면 그 보다 더 되겠지. 굉장히 많이 뛰었지. 그게 증거지. 2년 금방 가더라고...”

언론계 대선배인 변평섭 세종시 정무부시장을 20일 오후 3시 만났다. 퇴임식이 26일이니까 6일 전이었다. 지난 2012년 7월 정무부시장에 내정되었을 때 “나이드신 선배님께서 정무부시장을 왜 하려고 하시느냐”는 시각과 함께 반대 입장을 표했던 기억이 난다.

나이도 있는데다가 언론인 특유의 이른바 ‘설친다’는 말이 나오면 후배들에게 결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어 반대를 했었다. 변 부시장은 후배들의 이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취임식은 아주 간단한 인사말로 대신했고 조용한 내조로 유한식 시장의 부족한 부분을 도왔다.

그리고 2년이 훌쩍 지났다. 퇴임을 앞두고 이런 저런 얘기를 물어보고 싶었다. 잠시 시간을 내어줄 것을 요청하고 막 바로 선·후배 간에 취재 건을 두고 대화하듯이 인터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역 사회에서도 거리감을 두고 그랬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주례도 많이 섰고 인생 상담도 더러 했어. 주례는 시청 직원 자녀는 물론이고 교육청, 경찰서 등에서도 많이 들어왔어. 시간이 되면 다 섰어.”

얼마 전 세종시 교육청 평생교육원 황우배 원장 자녀 결혼 주례를 선 것을 비롯해서 매주 거의 한 건 이상이었다. 주례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그 만큼 지역사회에서 ‘모실만한 인물’이 되었다. 불과 그게 2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였다.

아내와 불화로 이혼 위기에 간 직원이 고민을 털어놓아 함께 고심한 적도 있다. 그 때 변 부시장은 특유의 언변으로 상대의 마음을 잡아주기도 했다. “키가 작은 아내에게는 허리를 굽혀 이야기를 하라”는 영국 속담을 인용, 아내를 설득하거나 이기려고 하지 말고 눈높이를 맞추는 행동을 하라고 조언해주었다. 지금 그 직원이 잘 다니고 있다. 그게 작은 보람이었다.

“세종시 법 통과가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지. 국회에 가서 별 짓을 다했지. 강창희 의장이 많이 도와주었어. 충청권 국회의원들을 모셔놓고 간담회를 할 때도 의장실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참석을 독려하고 그랬지.”

큰 보람으로 그는 세종시법 통과를 들었다. 이 법이야 여·야가 힘을 합쳐 통과되었지만 변 부시장도 그 법을 만드는 데 나름대로 일조했다는 얘기였다. 정치적으로야 내가 했다고 서로 주장할 수 있지만 세종시법은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통과된 것만은 틀림이 없다.

“세종시 실링(Ceiling)은 잘 될거야. 서울대에 위탁한 시립의원은 사실 서울대와 철학을 공유했어. 일부에서 이해를 잘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 충남대와 경쟁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서울대가 나름대로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연구 중심의 병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어. 서울대병원도 지금 적자야. 그렇다고 없애자는 얘기는 하지 않지 않나.”

   변평섭 세종시 정무부시장 뒤웅박고을에서 타시도의 세종사무소 근무 직원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일부에서 시립의원 폐쇄를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심기가 불편한 것 같았다. 이제 막 시작인데 적자를 이유로 없애자는 건 너무 경영 측면만 바라본 단편적인 시각이라는 것이었다. 노인병원으로 전환한다는 얘기에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하더라도 연구 중심의 노인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언론사 경력이 부시장 직 수행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김 대표! 이건 꼭 좀 써줘요. 언론에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어. 인과 관계가 그랬고 국회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려고 했지. 강원도 국회의원에게 부탁을 할 때는 그곳 신문사 사장을 통해 소개를 받고 그랬지.”

‘힘들었지만 보람도 있고 섭섭하기도 하다.’
변 부시장이 이제 막 그만두려는 입장에서 2년간을 결산한 말이었다. 세종시법에 대해 타 지역 국회의원들의 시각을 지적하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요컨대 세종시 법 통과를 ‘우리 지역의 숙원사업’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세종시는 국가 균형 개발과 지방분권이라는 대 명제를 두고 태어난 도시다. 세종시의 성공은 어쩌면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일이다. 그런대도 마치 이를 지역으로 국한시키는 것은 아주 잘못된 시각이라는 말이었다.

유한식 세종시장과의 관계도 궁금했다. 농촌지도소에 근무할 당시부터 알고 지냈으니 벌써 수십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회자정리’(會者定離)가 인간사이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끈이 연결되는 건 예사롭지가 않다.

“나는 진짜 인간적으로는 존경을 했어. 뭐 있으면 나하고 상의를 하고 그랬지. 멘토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 세종시 출범하고 같이 고생하자고 해서 그런 인연 때문에 선뜻 응했지,”

결과적으로 조합이 잘 되었다는 말에 공감을 표했다. 유시장이 지역성이 강한 인물인 반면 변 부시장은 중앙과 연(緣)을 만들 수 있어서 그랬다. 대체가 아닌 보완 관계였다. 얘기는 잠시 이춘희 당선자와 홍영섭 인수위원장의 정무부시장설로 까지 연결됐다.

유한식-변평섭과 이춘희-홍영섭은 역할만 다를 뿐 역시 보완관계라는 데는 둘 사이에는 이견이 없었다. 유한식 시장에 대한 언급은 좀 더 있었다.

“세종시 수정안 반대 단식 때 격려도 했지만 저 분은 일에 몸을 던져요. 순박하고 진실한 점은 높이 사야하지. 다만 정치적으로 스킬이 없는 점이 아쉽지. 표가 날아가도 안 되는 걸 된다고 얘기는 안하는 사람이지.”

인생에 멘토 역할을 하다가 시장과 부시장이라는 상하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어떻게 5차방정식 같은 실타래를 풀어냈을까.

“굉장히 어려웠어. 그런데 말이야. 2인자는 2인자의 길이 있어. 앞으로 나서면 절대 안 되지. 그림자 내조랄까. 시장이 참석하는 행사에는 가지 않고 시장이 발언을 하면 뒤로 빠지는 등 그렇게 했어.”

그는 최근 정무부시장직을 그만 두기에 앞 서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여기에서 세종시를 ‘진행형’으로 표현했다. 이 말에는 나름대로 상당한 의미를 두었다.

“세종시 직원들도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연기군 시절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인사말에 진행형이라고 쓴 게 바로 이런 뜻이지. 앞으로 세종시에는 엄청난 변화가 온다. 자기 개발을 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거기에 발 맞춰 나갈 수 있지.”

연서면 한 농가에서 일손돕기를 하고 있는 변 부시장
변 부시장은 퇴임 후 당분간 휴식을 갖는다. 그런 다음 평생의 업(業)인 글쟁이로 돌아간다. 칼럼도 쓰고 대학 강단에서 후학들을 위한 강의도 계획하고 있다.

정무부시장을 맡았던 2012년 가을, 직원 체육대회에서 손녀에게 배운 말춤을 추었다. 환호가 이어졌다. 이달 말로 세종시를 떠나는 그에게 말 춤에 환호했던 것처럼 아쉬움의 환호를 보낼지 궁금하다.

분명한 건 주례를 많이 섰고 인생 상담을 변 부시장에게 했다는 사실이다.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다’는 한용운의 시가 문뜩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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