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부부의 '애틋한 편지'
500년 전 부부의 '애틋한 편지'
  • 금강일보 제공
  • 승인 2012.05.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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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전 유성구 금고동 제2매립장 조성 현장의 안정 나씨 묘에서 미라와 함께 출토된 한글 편지. 대전선사박물관 제공
 
지난해 유성 금고동에서 출토, 현전 最古의 한글편지로 추정
대전역사박물관에 전시 예정 - 오늘 '부부의 날' 의미 더해줘


둘(2)이 하나(1)가 되는 ‘부부의 날’(5월 21일)을 맞아 500년 전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현전(現傳)하는 최고(最古)의 한글 편지가 공개돼 눈길을 끈다.

대전선사박물관(관장 윤환)은 지난해 유성구 금고동 제2매립장 조성 현장의 안정 나씨(安定 羅氏) 묘에서 미라와 함께 출토된 한글 편지 복원이 완료됐다고 20일 밝혔다.

500년 된 총 2점의 편지는 안정 나씨 종중 분묘 이장 중 발견된 것으로 나신걸(羅臣傑, 15세기 중반~16세기 전반 추정)의 부인 신창 맹씨(新昌 孟氏, 생몰년 미상)의 목관 내에서 미라·복식·명기 등과 함께 출토됐다.

출토 후 국가기록원에 의뢰해 복원된 이 편지는 매장자 남편의 생몰년대로 비정(比定)해 볼 때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알려진 순천 김씨 묘 출토 언간(諺簡, 충북대박물관 소장, 1555년)보다 앞선 16세기 전반의 것으로 추정된다.

신창 맹씨가 졸(卒)한 후 함께 매장돼 출토 당시 미라의 머리맡에 놓여 있던 이 편지는 당시 군관으로 멀리 나가 있던 남편이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 보낸 것으로 편지의 뒷장에 받는 사람이 ‘회덕 온양댁’이라고 수신인이 적혀 있다.

나신걸이 멀리 함경도 경성(鏡城) 군관으로 부임을 받아가면서 부인에게 안부와 함께 농사와 소작 등의 여러 가정사를 두루 챙기고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고, 고어(古語) 한글이 정성스럽게 한자 한자 정갈하게 기록돼 있다. 부인에게 16세기에 주로 사용됐던 ‘~하소’란 경어체로 표현한 점을 볼 때 조선 전기 부부간에 서로 존칭으로 대했음을 알 수 있다.

이 편지는 16세기 전반 장례문화, 복식문화, 한글 고어 등 당시의 생활풍습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며 조선시대 부부간의 정(情)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뜻 깊은 사료로 오는 10월 개관 예정인 대전역사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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