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출신 세종인, 경영학 박사되다
초등출신 세종인, 경영학 박사되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2.05.14 13:07
  • 댓글 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면 양화리 출신 임기수씨...강원대에서 명예 박사학위 받아

   권영중 강원대 총장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는 임기수 대표.<사진 오른쪽>
“부모님이 있어 우리가 세상에 나온 것처럼 고향은 역시 우리를 낳아준 곳입니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16살 때 춘천에 와서 57년 타이어 외길 인생을 살아왔는데 명예박사학위를 주어 너무 고맙습니다.”

11일 오후 4시 강원대학교 60주년 기념관 국제회의실. 이날 이곳의 주인공은 세종시 지역민이었다. 최종 학력 초등학교인 세종시 출신 임기수 대표(73)에게 강원대 권영중 총장이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임기수 대표는 세종시 건설로 폐교가 된 연양초 12회 출신이었다. 바로 그 축하의 자리에 임대표의 유일한 동창생 20여명이 참가해 학위 수여를 뜻 깊게 만들면서 강원도에 세종시를 널리 알렸다.

“대전, 세종, 인천, 부산 등지에서 친구 20여명이 축하 차 춘천에 와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날은 세상을 살면서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삶에 보람을 느낍니다.”

동창생들에게 둘러싸인 임대표는 가진 자들이 건강한 사회를 위해 지켜 할 덕목, 즉 ‘관용’을 실천하면서 명예로운 박사 학위를 받게 되었다. 16살 어린 나이로 고향을 떠나 정착한 곳이 호반의 도시 춘천, 그 곳에서 맨 먼저 한 일은 버스 정류장에서 펑크 난 타이어를 때우는 일이었다. 지금이야 어엿한 한국타이어 춘천 판매 대표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 때만 해도 ‘기름밥’이라 불리는 ‘3D 직종’이었다.

   임기수 대표의 유일한 동창생이 된 연양초등 친구들. 이날 인천, 대전, 부산 등지에서 20여명이 수여식장에서 자랑스런 동문에게 박수를 보냈다.
“타이어가 귀한 시절이었죠. 못 쓰는 군용 타이어 2개를 붙어서 하나로 만들어서 쓰던 때였으니까요. 그걸 ‘해방 타이어’라고 했어요. 지금 젊은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열심히 일하면 주위에서 인정해준다는 게 그의 인생철학이었다. 그만큼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일을 했다. 돈도 모아졌다. 그 때 맨 먼저 생각해낸 것이 ‘사회 환원’이었다.

“부족한 저를 여기 계신 분들이 이 만큼 키워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고마운 거죠. 나를 키워준 분들은 돌아가셨더라도 후손들은 남아있지 않습니까.”

보답 차원에서 시작한 게 장학사업과 봉사활동, 그리고 불우 이웃돕기였다. 강원대학에서는 25년째 장학금을 지급하고 춘천고를 비롯한 중고등학교 등에 틈틈이 장학금을 보냈다. 체면치레를 위한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 ‘고마운 사회에 뭔가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지난 2010년에는 외로운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 주면서 성공으로 이끈 춘천을 위해 50년간 장기계약(?)을 했다. 춘천고와 강원대에 매년 1천만원 씩 50년 동안 장학금을 내겠다는 약속이었다. 금액으로 5억원이다.

“세종시 건설로 연양초등학교는 없어졌지만 새로 만든 학교에 옛 명칭을 사용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1995년도에 양화리 연세 초등학교에 장학금을 기탁했는데 그 때 전달이 되지 않아서 돌려받았어요. 연양이든 연세든 다시 세워지면 장학금을 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임대표는 크고 작은 이웃 사랑과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들기로 올해 한국타이어 명예의 전당 1 호로 헌납되었고 지난 2월에는 자랑스런 충청인상을 받았다. 그가 실천해온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비하면 상이 오히려 초라할 정도였다. 앞으로 남은 인생 계획을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혼자서 잘 살면 뭣합니까. 있는 자가 없는 곳에 등불을 밝혀주면 빛이 납니다. 주위에 어두운 곳이 있으면 그렇게 등불을 밝혀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날 강원대 명예 박사학위식에서 권영중 총장은 “낯선 땅 춘천에서 팍팍한 생애를 손수 가꾸시어 모두가 존경하는 큰 성취를 이룬 것이 진정한 어른으로 존경하는 이유” 라며 “우리 대학에서 드리는 이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는 사회와 강원대에 베풀어주신 은혜에 대한 아주 작은 보답”이라고 말했다.

또, 강원대 연규석 대학원장은 “그동안 꾸준한 기부를 통해 일시적인 자선행위가 아닌 기부문화의 생활화를 가져오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며 “봉사와 기부를 할 때 배려와 겸손으로 주위 분들에게 귀감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임기수 대표는 답사에서 “외길 인생 60년을 춘천에서 살아오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주위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다”고 회고하며 “그 분들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는 생각에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기수 대표의 평생을 함께 지켜온 가족들
박사학위 수여식에 이은 축하연에서 연양초 동기생을 대표한 임청산 전 공주문화대 학장이 ‘박사 학위 영득’이라는 기념패를 전달했다. 이 패에는 강원도 기부왕 임기수 동문이 50년간 외길 인생으로 이웃을 보살펴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게 된 것을 동문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글이 실려 있었다.

기념패를 전달한 임청산 동문은 “기업인으로서 고향을 떠나와 출세한 친구들은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참된 삶을 살아온 동문은 없었다” 며 “자녀들에게는 학자금을 대주지 않는 혹독함이 성공한 사회인으로 만들었고 14년간 식물인간으로 병석에 누운 아내를 위한 지극한 간병이 부부의 애를 실천으로 보여주었다”고 자랑했다.(임기수 대표 연락처) 010-2327-2963 

   이날 박사학위 수여식장에는 초등학교 동창생 20여명이 참석해 의미를 더해주었다.
   연양초 동창생을 대표해서 임청산 전 공주문화대학장이 기념패를 전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7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임종호 2012-05-23 16:21:53
사장님 !! 우리가만난것이 벌써 35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타이어 신입사원때 영업사원으로 처음춘천에서 뵙고 이분이라면 우리 한국타이어대리점을 맡겨도 성실히 잘 하실것이라고 믿고 추진한것이 오늘까지 왔습니다. 정말 축하드리구요.늘건강하세요.술좀적게드시구요,,,,,

임재한 2012-05-21 17:19:14
노블래스 오블리쥬를 실천하고 계시는 임기수회장님 존경합니다. 건강하세요___
세종시 문화관광해설사임재한

이월선 2012-05-20 23:44:26
임기수회장님은 정말 귀감이되는 분입니다. 저도 충청인의 한 사람으로 춘천에 살 면서 임회장님을 모시며 일을 하고 있지만 부탁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꼭 언양초교나 연세초교를 세종시에서 다시 새로운 도시에 학교가 생긴다면
곡 세워주세요

은곡 2012-05-16 11:17:33
임기수님은 이시대를 살아가는진정한표상이십니다

연양인 2012-05-14 20:19:39
이런 선배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어떻게든 연양초등을 다시 살려 이런 인재를 더욱 많이 배출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감님! 제발 연양초 이름을 복원시켜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