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사랑, 간섭 줄이고 공감 늘려라
자식사랑, 간섭 줄이고 공감 늘려라
  • 세종의소리
  • 승인 2024.07.17 07: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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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오중근 따뜻한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사랑과 간섭의 차이
오중근 원장

어떤 부모든 자식을 사랑한다. 심지어 자식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많이 주면서 키우는 부모라 할지라도 자식을 사랑한다.

다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할 때는 부모 자신이 어린 시절 그들의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을 준다. 그런데 그 받은 사랑에 불순물이 많이 끼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아래에 내리는 사랑도 불순물이 많이 낀 사랑을 준다.

마치 금의 순도가 다르듯, 사랑도 순도가 다르다. 어떤 부모의 사랑은 사랑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너무 많이 끼어 있어서 이런 경우 사랑을 줄수록 아이가 상처를 더 받는 경우도 있다.

부모 자신이 어린 시절 받은 사랑과 같은 사랑을 자신의 자식에게 내리게 되는 것은 자연 법칙에 가까워서, 누구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성숙한 사랑을 주지 못하고 상처를 주는 사랑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건 부모 자신의 잘못은 아니다. 운이 나쁘다는 말이 더 맞다.

어떤 부모인들 자신이 어릴 때 성숙한 사랑을 받고 자라 나중에 자신의 자식에게 성숙한 사랑을 주고 싶지, 미숙한 부모를 만나 마음 고생하고 나중에 자식에게도 상처를 대물림하길 바라겠는가. 누구도 자신의 부모를 선택해서 만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부모를 만난 우연적인 사정이 그의 잘못은 아니다.

다만, 내가 내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알아차리고 벗어날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다. 많은 경우 혼자 그리하는 것은 어려워서, 심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사랑에 교묘하게 끼어서 사랑과 흔히 헷갈리는 것은 간섭이다. 많은 부모가 간섭과 사랑을 헷갈려한다. 사랑하니까, 관심있으니까 간섭하는 거라고 한다. 그러나 간섭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라고 유일하게 부를 수 있는 것은 공감이다. 아이를 사랑해 주는 관심이란 감정에 대한 관심이다.

간섭하는 순간을 잘 살펴보면, 그 순간만은 부모의 욕망에 관심이 있지 자식의 감정에는 관심이 없다. 감정에 대한 관심만 관심이라고 부른다면, 간섭하는 순간은 무관심에 가깝다.

보통 아이에 대한 욕심이나 기대가 많을 경우, 아이를 많이 간섭하게 되고, 좀 더 나아가면 지배하게 된다.

심한 간섭을 받는 아이는 숨 막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멀어지려고 한다. 간섭을 줄이고 공감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한 만큼 부모 자식 관계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이를 키우면서 간섭의 요소가 없을 수는 없다. 아이에게 예의를 가르치기도 해야 하고, 나쁜 행동을 지적해 주고 올바른 행동이 어떤 건지 알려줘야 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비율이 문제다. 공감이 대부분이고 간섭은 적은 게 좋다. 그래야 순금에 가까운 사랑이 된다. 정신과에 오는 분들의 부모의 경우, 간섭이 대부분이고 공감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불순물이 많은 금이 된다. 그래서 간섭이 사랑인 줄 알고 간섭을 퍼붓는 경우 아이는 많은 상처를 입게 된다.

나는 간섭을 많이 하는 부모일까?

이걸 아는 좋은 팁이 있다. 내 부모를 떠올려 보고, 그 부모 중 간섭이 심해서 내가 숨막히는 느낌을 받았던 부모가 있었다면, 나 역시 그렇게 하고 있는 부모일 가능성이 높다.

내 자식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면, 내가 내 부모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보면 대략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미 자신의 부모의 미숙한 점을 깨닫고, 그런 모습이 나올 때마다 잘 알아차려서 그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말은 쉬워도 실재로는 어렵다.

그래서 아이를 치료하러 오시는 부모들의 상당수는 같이 치료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자신을 용서하자. 내가 어떤 부모이든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다만 대물림 되어 내려오는 안 좋은 것은 나에서 끝내고 내리지 않는 게 좋다. 그를 위해 항 상 자비로운 눈으로, 그러나 자세히 자신을 검토하자. <출처 : 세종시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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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 2024-07-23 09:56:40
가슴에 와닿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