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책 한권 선물 어때?
깊어가는 가을, 책 한권 선물 어때?
  • 심은석
  • 승인 2013.09.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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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의 세상사는 이야기]책을 선물하는 사회, 동네 책방을 살려야

   심은석 충남경찰청 정보과장
산과 들에 가을 햇살이 가득한 설레이는 추석명절이다.
무더운 여름을 인내한 과일이 익어 가는 향기가 황금빛 들녘에 가득하다. 올 추석은 어느 때 보다 풍요로울 것이다. 푸근한 고향 정취 속에 모든 분의 안전한 귀성과 행복을 기원한다.

9월은 독서의 달이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올해 귀성길에는 친지들에게 시집을 선물하면 어떨까? 그리고 고향 가을을 느끼며 들녘에 누워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그 속에서 파란 하늘 보다 더 높은 삶의 향기를 느껴 보면 어떨까? 따사로운 햇살 보다 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어떨까?

며칠 전 어느 멀리 있는 산사(山寺)에서 귀한 책을 선물 받았다. 연꽃으로 포장한 책이 두권, 먼 거리를 달려왔을 우체부의 수고로움이 스님의 마음속에 녹아 나서 내게로 왔다. 스님의 안부 편지에는 따뜻한 삶의 이야기가 전해 졌다. 어느 추석선물 보다도 기쁜 마음으로 뛰는 가슴을 열고 책갈피를 열었다.

우리네 삶의 일부였던 동네 책방이 사라지고 있다. 20년 전 5,800개였던 서점들이 1,700 여개로 70% 감소했다고 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 나온 책을 찾아보고 오랜 시간을 책속에 묻히는 공간을 제공하던 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다. 책방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팔고 마음을 파는 곳이었는데 어디 정 붙일 곳들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문득 어렵게 찾은 동네의 작은 책방에 가서 신간 잡지와 책들을 보려면 주인이 다가와 무엇을 찾으시냐고 물어 본다. 딱히 사려는 책을 맘먹고 온 것이 아닌데, 책이 안 팔리는 동네 책방에 모처럼 찾아 온 작은 손님이 반갑지 않겠는가? 책 안 사려면 여긴 왜 왔느냐는 눈짓에 아련한 추억 속에 책방에서 책을 읽는 기쁨을 접고 빨리 일어나기도 한다.

세계화, 정보화의 거침없는 흐름 속에 동네책방은 ‘옛 것’ 으로 취급 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선진국에서는 책방에 대한 생각들이 바뀌고 있다. 프랑스인들에게 서점은 그 흔한 빵집과 마찬가지로 ‘동네에서의 삶’이라고 한다. 서점이 책이라는 물건을 사고 파는 가게라기보다는 프랑스인들은 문화가 있고 소통이 있어서 사람 사이에 관계가 살아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들이 동네책방의 위기 속에서도 어떻게든 지켜보려는 생존에 공동체가 함께 노력한다. 함께하는 문화는 동네의 작은 서점에서 책을 읽으면서 만들어 지지 않을까? 문화 시민을 자부하는 프랑스인들은 동네에서 쇠락하는 작은 책방들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세계 최고 거부인 빌 게이츠를 만든 것은 동네 작은 도서관이라고 한다. 작은 도서관과 책 방에서 책 읽는 습관을 만든 것을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국내외 수많은 유명 작가들의 어린 날은 동네 도서관이나 책방에서 책 속에서 키워 졌다. 옛 선조들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소리가 아기울음소리와 베 짜는 소리와 책 읽는 소리라고도 한다. 요즘도 광고 카피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책 읽는 소리라고 한다.

빌 게이츠, “책 읽는 습관 하버드 대 졸업장보다 더 중요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한다. 9월은 책의 계절이다. 올 추석에는 한권의 책이라도 읽어 보면 어떨까? 그리고 책을 선물하면 어떨까? 책을 살 때는 10% 싼 온라인 서점보다 작은 동네 책방에서 정가를 주고 사면 어떨까?

동네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팔고 삶의 가치를 높이는 장소가 아닐까? 많은 음식점과 옷가게와 노래방과 PC방, 스마트 폰 가게는 즐비하지만 그 많던 서점이나 책 대여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학교 앞에 문방구와 함께 몇 권 학교 참고서를 취급하는 작은서 점들이 근근히 유지 되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문화와 삶의 양식이 바뀌며 도심의 많은 풍경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서민의 발이라는 시내버스에는 적자를 보전하려 준 공영제를 운영하며 지자체에서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구청마다 많은 예산으로 공공 도서관을 짓는다. 공원을 짓고 도로를 내고 편의 시설을 설치한다. 물론 필요하고 당연한 시설이다.

동네 서점은 날마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새 책들을 무한히 읽도록 책과 장소를 제공한다. 시장논리에만 맡기기에는 지역 공동체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서점 주인들은 손님들이 새 책을 서점에서 이것저것 읽어 보고 구입은 할인을 받는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 할인점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얼마 전 서울 성동구에서 동네 책방 살리기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 어린 날, 새로 나온 책들을 몇 시간이고 거리낌 없이 읽어 볼 수 있었던 서점, 그리고 사람들이 북적이며 책을 구입하고 헌 책 방에서 책을 바꾸어 가고 책 대여점에서 마음대로 책을 고르던 추억이 새롭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도 있다.

책을 사보는 것은 어떤가. 책을 선물 하면 어떤가, 쇠락하는 작은 동네 서점이 책도 팔고 사람들이 책을 읽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이제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착이 아니라 진정 우리가 잃어 버려 가는 것은 없는지 안 스러운 마음이다.<필자 심은석은 초대 세종경찰서장으로 재직한 후 충남경찰청 정보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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