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대곡교, 5개월 넘게 복구공사 멈춘 사연은
세종시 대곡교, 5개월 넘게 복구공사 멈춘 사연은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1.11.19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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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면 대곡리 주민들, 상판 평평한 다리 요구… 2.6m 높게 볼록한 타원형 거부
“주민 대부분 노인들, 겨울철 눈에 미끄러져 사고 나면 책임질 건가” 반대 완강
시 “하천정비법 따라야 해… 40㎝ 하향 가능” 견해차 계속되면 영구중단 될 수도
세종시 소정면 대곡1리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공정률 50% 선에서 복구공사가 중단된 대곡교  모습. 아래 흐르는 하천은 맹곡천이다. 복구공사가 중단된 배경에는 주민들이 상판이 평평한 다리(사진 가운데 흰 선이 가리키는 높이)로 만들어 줄 것을 원하면서 공사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한 점이 작용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와 경부선 철도(국철)가 입체로 교차하는 세종시 소정면 대곡1리. 

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맹곡천에 다시 놓으려는 다리 ‘대곡교’ 복구공사가 공정률 50%에서 멈춘 채, 다섯 달 넘게 진척이 안 되고 있다.

원래 놓여 있던 대곡교는 지난해 8월 3일 이곳에 내린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붕괴돼 철거된 상태. 지난 2월부터 공사가 시작된 새로 놓는 교량은 뼈대를 드러냈지만, 지난 6월부터 공사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5개월 넘게 교량 공사가 멈춘 이유는 대곡교의 높이 문제를 놓고, 대곡1리 주민들과 세종시 사이에 의견 차이가 커 간극이 메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길이 45m의 새로 놓는 대곡교 설계를 하면서, 맹곡천의 예상 홍수위에 대비해 붕괴 전 평탄했던 다리보다 2.6m 높였다. 이에 따라 새로 놓는 대곡교의 가운데 바닥면은 이전의 다리 바닥면보다 2.6m 높아지게 됐다.

즉 새로 놓는 대곡교는 옆에서 보면 다리 상판이 평탄한 게 아니라, 가운데 부분이 제방보다 최고 2.6m 둥글게 솟은 타원형 곡선을 가진 다리로 놓여지게 된 것이다.

세종시 도로과 관계자는 “시 치수방재과가 예상 홍수위를 고려해 제시한 하천기본계획에 따라 이같은 설계가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부연하면 하천 바닥을 파고 폭을 넓힐 경우, 늘어난 유량으로 범람 수위가 높아져 교량을 높게 세우도록 돼 있는 하천정비법에 따른 설계라는 것.

이에 약 160여 명이 거주하는 소정면 대곡1리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교량 상판 전체가 볼록한 타원형 형상의 대곡교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다리 바닥이 평탄한 대곡교를 만들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이 다리 상판이 판판한 대곡교를 고집하는 이유는 통행 불편에다, 겨울철 미끄러지는 사고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세종시는 그동안 10여 차례 공식·비공식 주민 설명회·간담회 등을 열면서 높이를 40㎝ 낮출 수 있고 인도에는 미끄럼 방지 시설을 해 주겠다고 양보 안을 제시했지만, 주민들은 모두 거부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1m정도 높아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는 주민들이 내세운 절충안은 2.6m 높이를 1.5m정도 낮추는 것이다. 즉 평평한 선에서 1.1m가량 높아지는 것까지만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양측 간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던 대곡교 복구공사는 절반 정도의 공정만 이뤄진 채, 5개월 넘게 멈춰선 상태다. 12월 초에는 겨울철 공사중지 기간에 들어가기 때문에 올해 공사를 재개한다는 예상은 할 수 없는 실정.

대곡1리 주민들은 소정면 소재지 등으로 나가야 할 경우 약 180m 떨어진 인근 교량으로 우회해 다니고 있다.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약 400m가량을 더 걷거나, 차량운행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자 세종시 도로과는 대곡교 복구공사비 총예산 10억6000만원 중 올해 하반기 집행하지 못한 예산 2억7000만원을 이월하는 절차를 거쳐 내년도 세종시 예산안에 반영해 놓았다.

5개월 넘게 중단된 세종시 소정면 대곡1리 대곡교 복구공사 현장에 상판이 평평한 다리를 원하는 주민들이 세워놓은 현수막과 깃발.

김진웅(77) 대곡1리 이장은 “대곡1리 주민 160여 명 중 70% 이상이 70세 이상 노인들이다. 그 중 10여 명은 전동 휠체어 없이는 외출을 못하는 사람들”이라며 “겨울철 눈이라도 쌓이면 그대로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전동 휠체어는 미끄럼 방지 시설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 소정면사무소 쪽으로 다리를 건너면 바로 차량 통행량이 많고 시내버스도 다니는 차도이다. 노인들이 사고라도 당하면 책임질 건가”라고 반문했다.

김진웅 이장은 이어 “주민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 이런 타원형 곡면의 다리를 찬성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강조한 뒤 “이런 타원형 곡면인 다리를 만들 거면 중지하라고 했다. 이런 다리는 안 만들어줘도 된다”고 역설했다.

김진웅 이장은 “12월 9일 ‘소정면 주민과의 대화’가 열리면 이춘희 세종시장에게 대곡교를 평평하게 만들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곡1리 주민들과 의견차가 좁혀질 기미가 없자 세종시는 고심하고 있다.

이 공사를 맡은 건설업체는 일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지만, 전체 예산에서 공사 지연에 따른 ‘간접비’가 업체에게 지출되는 데다가, 현장대리인을 선임한 만큼 인건비도 나가고 있는 점도 고민을 더하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12월중 시장님과의 대화와는 별개로 사업설명회를 열 계획”이라며 “이 별개의 사업설명회에서 주민 의견수렴이 되지 않는다면 내년중 ‘타절’(공사 영구 중지)이 고려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3일 내린 집중호우로 붕괴된 세종시 소정면 맹곡천 대곡교. 무너진 이 다리는 철거됐다. (사진=KBS-1TV 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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