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주 만에 태어난 초미숙아 쌍둥이, 생사 기로 넘기고 100일”
“24주 만에 태어난 초미숙아 쌍둥이, 생사 기로 넘기고 100일”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1.11.03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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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충남대병원 전문 의료진들, 집중치료로 건강 되찾아
괴사성 장염·쇼크·패혈증·폐동맥·고혈압 등 모두 이겨내
전문 인력과 장비 구축, 극소 저체중아 생존률 95% 성과
세종충남대병원에서 극소 저체중아로 태어난 쌍둥이가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생후 100일을 맞아 의료진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세종충남대병원)

“초미숙아로 태어난 이른둥이, 더구나 초미숙아 중에서도 쌍둥이라면 상황은 매우 악조건입니다. 하지만 아기들이 모두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부모와 의료진, 아기들 모두 한 마음으로 꿋꿋하게 힘든 시간을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3일 세종충남대학교병원(원장 나용길)에 따르면 임신 24주 만에 각각 체중 500g과 700g으로 태어난 초미숙아 쌍둥이가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병국·신정민 교수팀을 비롯해 산부인과, 소아 흉부외과, 안과 등 의료진의 유기적인 협진과 정성어린 집중 치료 끝에 건강을 되찾았다.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은 초미숙아 쌍둥이의 100일에 걸친 힘겨운 여정은 부모의 간절한 바람과 의료진에 대한 신뢰, 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등 의료진의 유기적인 협진 시스템이 일궈낸 값진 결실로 평가받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초미숙아로 태어나 생사를 넘나드는 100일의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은 선물·열무(이상 태명)가 신생아로 성장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선물이와 열무는 지난 7월 29일 아침, 세종충남대병원에서 응급수술을 통해 임신 24주 만에 각각 500g, 700g에 불과한 작은 몸으로 세상에 나왔다.

A씨 부부에게 쌍둥이는 어렵게 찾아온 선물이었다. 부부가 태명을 ‘선물’과 ‘열무’로 지은 것은 임신에 대한 감사한 선물, 열달 동안 무럭무럭 자라 출생하기를 담은 의미였다.

하지만 임신 5개월 무렵부터 조산 가능성이 예측됐고, 입원 치료 중 태아의 상태가 악화하면서 응급 제왕절개로 쌍둥이를 출산해야 했다.

초미숙아인 관계로 일반 만삭아들의 5분의 1이 안 되는 체중, 쌍둥이의 모든 신체 기관은 제대로 된 기능이 불가능했다.

약한 심장은 박동조차 희미했고, 여린 폐와 입으로는 자발적인 호흡이 어려워 의료진들의 소생술로 간신히 생명을 유지한 채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 집중 치료에 들어갔다.

쌍둥이의 생존을 위한 힘겨운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됐다.

초미숙아여서 뇌, 심장, 호흡기 등 모든 신체 기관이 미성숙해 인큐베이터와 인공호흡기, 많은 주사약에 유지한 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출생한 날부터 쇼크와 저산소증의 위급상황이 발생했고, 며칠 후에는 쌍둥이 모두 장이 썩는 괴사성 장염으로 인해 수십 일 간 금식하며 치료가 진행됐다.

그 뒤에도 쇼크와 패혈증, 폐동맥 고혈압 등 계속해서 위급한 상황이 닥쳤지만 쌍둥이는 부모의 간절한 바람과 의료진의 노력대로 꿋꿋하게 버텨냈다.

특히 700g으로 태어난 동생 열무는 생후 1개월 만에 심장(동맥관개존증) 수술까지 받았지만 이조차 극복해 냈다.

다행히 쌍둥이의 상태는 호전돼 생후 2개월 정도부터 인공호흡기를 떼고 스스로 울음소리를 낼 수 있었다.

쌍둥이가 생사를 넘나드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세종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신생아 중환자실 등 의사와 전문간호사 모두 24시간 쌍둥이 곁에서 발을 떼지 않고 집중 치료에 몰두했다.

아직 미숙아 망막증 치료가 진행 중이지만 지금은 쌍둥이 모두 출생 당시보다 몸무게가 4배 이상 늘었고, 코를 통한 보조 산소 정도로 자가 호흡이 가능한 상태다.

다른 합병증도 최소한의 상태여서 이제는 스스로 젖병을 빨고 부모 품에 안길 날을 기다리면서 수유 연습을 할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소아청소년과 이병국 교수는 “악조건이었지만 부모의 응원과 신뢰가 없었다면 쌍둥이도, 의료진도 힘든 시간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미숙아 치료는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력과 신생아 전문 장비, 소아 영역의 전문화된 진료체계 등이 완벽하게 구축되어야 가능한데 미숙아들의 중증 치료 시스템을 갖춘 세종충남대병원은 극소 저체중아의 생존률이 95% 이상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나용길 원장은 “선물과 열무가 힘겨운 시간을 꿋꿋하게 이겨낸 것처럼 앞으로도 건강하게 성장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세종충남대병원 의료진 모두 한마음으로 응원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들은 병원에서 100일을 맞는 쌍둥이에게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조촐한 파티를 마련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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