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유치원에서 무엇을 배울까요?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무엇을 배울까요?
  • 배윤정
  • 승인 2021.10.09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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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정칼럼] 스스로 찾는 놀이의 즐거움통해 자존감키우는 유치원 생활
"남들이 다들 좋다고 해도 내 아이에게 맞지 않는 유아교육은 의미 없어"
유치원에서는 놀이를 통해 스스로 즐거움을 찾는 아이가 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세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다. 사진은 막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교실 모습

이번주에 막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졸업사진을 촬영합니다. 코로나 시국이라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어려우니, 개별적으로 사진관을 방문하여 촬영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막내는 학사모를 쓰고 찍은 멋진 졸업 사진과 곧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기쁨에 들떠 있습니다. 막내의 졸업사진 촬영을 계기로 아이들에게 유치원은 어떤 곳인지 생각해봅니다.

저는 아이가 셋이라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다양한 유아교육기관을 경험해보았습니다. 초등학교와는 달리 유아교육기관은 종류가 다양하고 선택지가 많습니다. 유아교육기관을 선택하는 기준은 엄마들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집에서 가깝고, 야외활동이 많은 곳을 선호합니다.

큰아이는 제가 서울에서 근무할 때 직장어린이집에 다녔습니다. 큰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좋아하는 시간은 바깥 놀이와 자유 놀이 시간이었습니다. 오전, 오후 하루 2번 바깥 놀이를 하는데, 여름에는 놀이터를 물놀이장으로 만들어 수영복을 입고 물미끄럼틀을 타고, 눈이 많이 오는 겨울에는 눈싸움을 합니다. 놀이 중심이라 좋은 점이 많았지만, 바로 그 부분이 아쉬운 점이 되는 아이러니가 있더군요. 학습적인 부분은 엄마가 따로 신경 써야 해서 초등학교 입학 준비로 학습지와 과외를 시켰습니다.

둘째는 집에서 가까운 사립유치원에 다녔습니다. 이번에는 첫째 때 경험을 교훈 삼아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완벽히 시킨다고 소문난 곳을 선택했습니다. 7세 초등학교 입학 준비 프로그램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한글 공부, 일기쓰기, 받아쓰기, 수학 공부, 바둑, 주산, 과학, 영어 수업은 기본이고 원하는 경우 방과후 프로그램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나라와 국기 익히기, 독서, 동화 구연, 동요 부르기 등 매달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는데, 마지막에 잘하는 아이에게 상을 줍니다. 유치원을 마친 후에는 태권도, 미술 학원도 다녔습니다.

사실 둘째는 유치원을 다니면서 힘들어했습니다. 이것저것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아이에게는 너무 무리였나 봅니다. 유치원에서 해야할 것이 너무 많아, 차분하게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기 어렵고, 잘하는 친구는 상을 많이 받는데 본인은 못 받아서 속상해하기도 했습니다.

남들이 아무리 좋다 해도 내 아이에게 잘 안 맞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둘째를 통해 많이 느꼈지요. 둘째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유치원보다 공부는 적게 하고 놀 시간이 많다고 정말 좋아하더군요. 왜 유치원이 학교보다 더 바쁜지 잘 모르겠다는 아이의 말에 저도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셋째는 집 근처의 단설유치원에 다닙니다. 세종에서는 유치원 선택권이 별로 없어서 첫째, 둘째의경험과 별 상관없이 그냥 집에서 가까운 곳에 보냈습니다. 하루 종일 유치원에서 놀기만 한다고 막내는 좋아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에 유치원에서 공부를 가르쳐주면 좋겠다 싶은 엄마 마음은 살짝 아쉽습니다.

막내는 유치원에서 만들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미술수업 외에도 본인이 원하는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막내는 만들기를 해서 자주 집에 가져옵니다. 어떤 날은 클레이로 만든 케이크를 엄마에게 선물하면서 조잘거립니다.

막내가 유치원에서 만들어 온 클레이 케이크.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들 작품이라는 아이의 설명을 들으면서 멋지다는 생각이 들게했다.

“오늘 하루 종일 놀이 시간을 다 써서 정말 정성 들여 만든 케이크야.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려서 하나밖에 못 만들었는데, 엄마에게 선물 할게. 케이크 위에 있는 건 토핑이고, 내가 ‘엄마랑 언니에게’라고 적었어. 그리고 이건 초이고, 아래에 흘러내리는 것은 초가 녹은 모양이야. 내가 색깔을 초랑 맞춰서 만들었어. 이쁘지? 케이크를 반으로 자르면 안쪽에는 여러가지 색깔 클레이가 또 들어있어. 무슨 색이 들어있는지 엄마가 맞춰 봐.”

막내의 이야기를 듣고 저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누가 시키는 활동이 아니라, 막내가 스스로 놀이를 선택해서 몰입하고, 정말 즐거워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공부 때문에 아쉬웠던 마음은 슬며시 사라지고, 아이가 자유롭게 놀이하며 즐거움을 찾도록 도와주는 유치원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에게 유치원은 어떤 곳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유치원은 아이가 친구들과 뛰어놀면서 성장하는 공간입니다. 마음껏 뛰어놀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놀이의 즐거움을 찾는 아이는, 이 세상은 재미있는 곳이고 나는 앞으로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요. 아이가 재미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 즐거움을 느껴본다면, 아이의 몸이 자라듯이 마음의 근육인 자존감도 쑥쑥 자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배윤정, 주부, 세종시 거주, 대구 가톨릭 의대 졸업, 울산대 석, 박사, 알레르기 내과 전문의, 서울 아산병원 임상 강사, 임상 조교수 근무, 블로그 : https://m.blog.naver.com/asanallergy, 이메일 : hohoje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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