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주변에서 벌어지는 시위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소음과 교통체증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부 등 민원과 관련된 정부부처 앞 도로에는 평일의 경우 연중무휴로 시위가 벌어지다시피 해 새로운 도심 공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기획재정부 앞에는 한국여행업협회와 전국 중소여행사 비상대책위원회가 공동으로 정부 추경안에 여행업계 지원금 상향을 반영해줄 것으로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다.

또 국토교통부 앞에서는 지난 16일부터 전국 시설물유지관리 사업자들이 마네킹을 동원해 도로를 점거하고 업종 폐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역시 국토교통부 앞에 망루를 세워놓고 확성기 방송으로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해달라고 요청하는 시위를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는 지난 13일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가 경주마까지 동원해 마권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동물보호단체 등은 천막을 치고 개·고양이 식용을 종식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이밖에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부 등 정부세종청사 앞은 현수막, 천막, 방송차량,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들어온 시위대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매일 시위가 열리고 있다.

당사자들에게는 정당하고 절실한 주장이고 오죽하면 이 더위에 시위를 하겠냐고 항변하지만 시위대를 보는 세종시민의 입장은 다르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지만 전국에서 세종시로 시위 참가자들이 들어오는 것이 불안하고 가뜩이나 좁은 도로를 막아 차량통행을 방해하는 것도 불편하다는 것이다.

한뜰마을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매일 확성기를 틀어놓고 시위 노래나 구호를 외쳐 소음을 계속 듣다 보니 환청이 들릴 것 같다”며 “세종시에도 시민들이 거주하고 있고 정부청사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도담동 주민인 강 모씨(53)도 “대전으로 출근하는데 큰 시위가 있는 날이면 주요 출근도로인 갈매로에 차량이 주차해 극심한 정체를 겪게 된다”며 “세종시 도로 곳곳에 붙어 있는 현수막도 도시 미관을 상당히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진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도 “전국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이 몰려오는 어진동은 상점이나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기도 불안하다”며 “시위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오는 경찰관도 세종시 소속 경찰관인 것 같은데, 매일 시위대를 지키면 범죄수사나 치안을 지키는 일은 어떻게 하겠냐”고 불안해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모임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에다 무더위가 계속되자 아예 마네킹까지 동원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단체도 있다.

빨간 조끼를 입힌 얼굴이 없는 마네킹을 보면 지나가는 시민들이 섬뜩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혐오감이 커진다고 호소하는 시민도 있다.

이에 대해 20일 시위에 가담한 한 참가자는 “오죽하면 우리가 세종시까지 와서 이러겠냐”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구호외치는 것은 자제하고 있고 소음도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시키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문지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